▲대북특사단의 남북 합의를 부정적으로 다룬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의 기사 목록
민주언론시민연합
반면 조선일보는 남북 합의에 대해 인색한 평가를 내놨습니다. 조선일보는 7,8일 양일간 남북 합의와 관련된 보도 총 27건 중 13건(48.1%)에서 대북 특사단의 행보와 남북 합의 내용을 부정적으로 다뤘습니다. 중앙일보도 총 보도 20건 중 8건(40%)에서 남북 회담 성과를 부정적으로 서술했습니다.
조선일보는 첫날인 7일 3면부터 부정적 제목을 단 기사를 배치하고, 북에 대한 불신을 조장했습니다. <북 '체제 보장되면 비핵화' 한다는데...미북대화 해봐야 한다>(3/7 https://goo.gl/JiCx7F)는 중간 제목으로 "김정일도 '김일성 유훈' 말했지만 경제지원만 받고 핵개발 계속"이라고 뽑고, "'북핵 시간벌기용 대화'가 될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미지수"라며 부정적으로 바라봤습니다. 또 "북한의 이행을 담보할 수단이 없을뿐더러, 추후 북한이 발뺌하면 우리 정부가 미국에 대해 '잘못된 중매'의 책임을 져야 할 수 있다"고 겁을 주기도 했습니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느냐 마느냐를 가름하는 현 시점에서, 대화의 물꼬를 트는 것은 서로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합니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흐름을 만들어 내기도 전에 부정적인 것만 강조하면서 남북대화에 찬물을 끼얹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조선일보의 보도행태는 <김정은은 '한미훈련 진행 이해한다'고 했다는데...북매체는 계속 "훈련 재개 절대로 용납 못한다">(3/7 https://goo.gl/tzRa1R)에서도 반복해서 나타납니다.
다음날인 8일도 조선일보는 5면 <"김정일이 말한 '비핵화 유훈'은 3대에 걸친 기만술">(3/8 https://goo.gl/MKjBfS)이라는 보도에서 북한이 2009년 정상회담 추진 때도 이런 말을 했으나 이행하지 않았다면서 기사 말미에 "구체적 비핵화 로드맵을 제시하라고 요구하자 북한이 회담을 차버렸다", "4개월 뒤 북한은 백령도 근해에서 우리 해군 초계함 천안함을 폭침시켰다"고 기사를 마무리했습니다.
조선일보 <사설/한국민은 북핵 인질에서 벗어나는 건가, 또 속는 건가>(3/7 https://goo.gl/PZWo95)도 같은 맥락을 담고 있습니다. 대북 특사단에 합의 내용에 대해서는 "의미가 없지 않다"는 등의 표현으로 인색하게 평가한 뒤 "그러나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문제, 북이 핵을 포기할 의사가 있느냐는 물음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북의 비핵화 언급엔 진심이 조금이라도 담겨 있는가"라고 물었습니다. 조선일보는 "국민 앞에 닥친 것은 핵과 미사일"이라면서 "이번 합의로 한국이 북핵 인질에서 벗어나는 길이 마침내 열릴 것인지, 아니면 지난 25년간 그랬던 것처럼 또 한 번 북의 기만전술에 말려들 것인지는 국민에게 달려있다"고 으름장을 놨습니다.
조선 선우정과 ·중앙 박보균의 한반도 평화에 재 뿌리기 진검승부이날 조선일보 <선우정 칼럼/"잘못된 보고가 나라를 그르쳤다">(3/7 https://goo.gl/nH1ALx)는 가장 눈에 띄는 남북 합의에 대한 재 뿌리기 논조입니다. 칼럼은 대북 특사단을 임진왜란 직전 일본에 파견된 조선통신사에 비유하고 북한을 당시 일본에 비유하며, "그들(북한)의 목표는 한국을 미국행 길잡이로 만드는 것이다. 미국과 핵 담판으로 미국을 묶고 그다음 한국을 먹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북이 남측을 향해 무기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합의 내용에 "비애를 느낀다"며 "길잡이를 잘하면 죽이지 않겠다는 것"이라는 망상에 가까운 해설을 달기도 했습니다.
중앙일보도 뒤지지 않고 <박보균 칼럼/젊은 영도자는 뒷짐을 지었다>(3/8 https://goo.gl/gnjUyU)을 내놨습니다. 박보균 대기자는 북한의 전향적 자세는 미국의 제재 때문이라고 남북 합의 성과를 깎아내린 뒤, 북한이 남측을 향해 무기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확약한 것에 대해서는 "곱씹어 보면 불길하다", "한국인 다수의 자존심을 상하게 한다"는 등 남북갈등을 부추겼습니다. 또 김정은의 목표는 국제사회에서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아 공존하는 것이라며 "그런 상황은 우리에게 악몽", "한민족의 재앙"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석연치 않다"?... 없는 논란 만들어 내는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뿐만 아니라, 조선일보는 의도적으로 논란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대북 특사단이 돌아오기 전, 북한 언론에 찍힌 정의용 실장의 수첩에 '강조하고 싶은 것은 한미 연합훈련으로 남북 대화가 단절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는 문구가 있었습니다. 이를 두고 김정은 위원장이 한미 연합 군사 훈련에 대해 불만을 표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습니다. 그러나 정 실장은 회담 결과 발표가 끝나자마자, '수첩 논란'을 언급하며 "연합 군사 훈련 문제가 될 제기될 가능성을 예견하고 제기될 경우 우리 입장을 전달하기 위해 메모했던 것"이라고 분명한 해명을 내놨습니다.
조선일보는 3면 <"한미 연합훈련으로 남북관계 단절 안돼" 정의용 메모 논란>(3/7 https://goo.gl/ibQd3L)에서 "메모 내용이 대체로 북한의 논리와 일치하는 점을 감안할 때 김정은의 언급일 가능성이 더 크다"는 전문가 의견을 먼저 전했습니다. 이어 정 실장의 해명을 짧게 다룬 후, "많은 전문가들이 '석연치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덧붙였습니다. 기사 제목에서도 '정의용 메모 논란'라는 표현을 사용한 건데요. 이쯤 되면 조선일보가 없는 논란을 억지로 만들어내는 수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8일 중앙일보의 <1박2일에 정상회담 합의? 남북, 사전 조율 한 듯>(3/8 https://goo.gl/wjqFdF)기사도 미묘합니다. "청와대가 지난 5일 김정은과의 만남에서 남북 합의가 대거 이뤄졌음을 알렸지만 그 전에 이미 남북 조율이 구체적으로 진행됐다는 지적도 나온다"는 기사입니다. 앞서 김여정 특사 방남이나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이 내려왔을 때 큰 틀의 합의가 이뤄졌을 것이라는 것입니다. 즉 사전 조율 의혹은 정보기관이나 심리전단급 차원의 비밀 대화가 있지 않았냐는 의혹제기입니다. 8일 청와대는 이에 대해 "오보"라고 부인하며 "지난해부터 계속 문 대통령이 북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며 축적된 과제"라고 밝혔습니다.
대북 특사단에 비판... 부적절한 트집 잡기도7일 중앙일보 칼럼 <이영종의 평양 오디세이/ 눈살 찌푸리게 한 특사 5인방의 김정은 앞 깨알 메모>(3/7 https://goo.gl/8p5dnX)는 대북특사단이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면서 △김정은 접견 시 특사단의 지나친 '깨알 메모' △특사단 사진촬영 때 북측 결레 논란 △깜깜이 보도와 부실 브리핑 △김정은·김여정 남매에 감싸기 식 대응지적 △우리정부의 과도한 의미 부여를 꼽았습니다. 중앙일보는 이 칼럼에 24면 대부분을 할애해 편집했습니다.
칼럼의 내용은 김정은 위원장과의 면담에서 특사 5인이 모두 깨알 메모를 하는 장면이 북한 언론에 나와 선전 빌미를 제공했고, 특사단이 사진 찍을 때 김정은 위원장의 뒷짐 진 자세와 사진 배경이 부적절했는데 이를 쉽게 간과했다는 것입니다. 이어 "너무 오버하거나 성과에 집착하는 태도는 피했으면 한다"거나 "김여정의 청와대 방문에 이어 김정은 면담 때는 우리 국민은 이들 남매의 육성 하나 접하지 못했다"면서 "북한의 신비주의 전략을 우리 정부가 거드는 모양새"라고 비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