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공항
이상옥
당신은 머리 둘 곳 하나 없으셨건만하룻밤 노숙도 화려해서 죄스러워라- 디카시 <홍콩 공항에서>갑자기 넘치는 시간을 얻었다. 예상치 못하게 중국 비자 문제가 발생해서 정주에 못 들어가고 있다. 봄학기 수업도 다른 선생님이 대신한다. 대학에서 지금 비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빨리 비자 문제가 해결되면 봄학기 중간에, 늦어지면 다음 학기에 정주에 갈 수 있을 듯하다.
30년 가까이 문단 생활을 하다 보니 머리 속에는 현실성 없는 상상력이 가득하다. 아주 망상에 가까운 생각들도 많아서 정신건강이 좋을 리가 없다. 화가 고흐는 자기 귀를 자르기도 했는데, 그 정도는 아니지만 좀 심각한 편이다.
은퇴 후에는 어떤 삶을 살까, 생각하다 가령 한 달은 홍콩에서 또 한 달은 필리핀에서 또 한 달은 프랑스에서 보내면 어떨까, 그러다 싫증이 나면 또 한국에 와서 보내고 또 싫증이 나면 또 해외 어디론가 떠나고.
그런 체험들을 <오마이뉴스>에 계속 연재를 하면 어떨까? 이런 생각들을 자주 하면서 문득, 은퇴 후의 삶을 미리 연습한다는 기분으로 한 20일 정도 홍콩에서 지내보자는 생각이 들어 곧바로 홍콩으로 왔다. 수 년전에 홍콩을 한 번 와 본 적은 있지만, 그때는 교수연수로 와서 별다른 느낌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