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화가 되면 또 다른 기회가 생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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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걸음 더 나가서 생각해볼까? 데이비드 색스의 <아날로그의 반격>이라는 책을 보면 2가지 인상적인 표현이 나온단다. 첫 번째는 "디지털 경제가 일자리 창출에 실패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인간의 노동력을 최소화하는 것이 기본 목표이기 때문이다"라는 문장이야. 정말 맞는 이야기 같아.
예를 들어, 아빠가 어린 시절 은행에 가보면 창구에서는 직원들이 손으로 돈을 받아서 몇 번씩 세어보고, 주판이나 계산기를 통해 확인하고 얼마를 예치했는지, 또는 얼마를 인출해갔는지를 통장에 적은 후에 작은 도장을 찍어 주었지. 아마 하루가 끝나고 나면 결산이란 이름의 작업을 위해 한 지점에서 얼마나 돈이 오고 갔는지를 확인하며 계산을 했을 테지. 본부, 본사로 올라가면서 이를 계산하기 위한 인력들도 훨씬 더 많이 필요했었을 거야.
지금은 아빠만 해도 종이통장을 쓰지 않은 지가 10년은 된 것 같고, 아예 카카오뱅크 같은 온라인으로만 존재하는 은행들도 탄생해 성장하고 있지. 사용하는 고객 입장에서는 편리하기 이를 데 없는 시대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비교적 좋은 직업으로 분류되는 은행원의 수는 줄어들고 있지.
씨티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앞으로 전 세계적으로 200만 명의 은행원이 줄어들 거고, 인공지능 등의 기술 발전이 이들의 자리를 위협할 거라고 해. 그런데 과연 이렇게 괜찮은 일자리들이 줄어들면, 이 편리한 은행의 서비스를 이용할 사람들은 무엇을 통해서 돈을 벌게 될까? 2017년 기준으로 은행원들의 숫자는 9만 1천 명 정도라고 하는데, 네가 이 글을 읽고 생각할 때가 되면 은행원은 과연 몇 명이나 남아 있을까? 그리고 그 수가 줄어들었다면 은행을 떠난 사람들은 어떤 일을 하게 될까? 문득 궁금해지는구나.
두 번째로는 "디지털 비즈니스는 승자독식 산업이다"라는 표현이 인상 깊었어. 디지털화가 되면 또 다른 기회가 생길까? 너희가 어떤 직업을 선택하게 될까? 디지털화가 없애는 직업만큼 새로운 직업도 탄생하겠지. 하지만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보건데, 그 고용의 숫자가 절대적으로 줄어들 텐데, 과연 네가 직업을 선택해야 하는 시기가 오면 어떤 직업을 선택할 수 있을까?
이 디지털화를 선도하는 사람들의 가장 높은 곳에는 우리나라 특성상 재벌이라 불리는 혈연을 중심으로 이 모든 비용 절감의 이익을 누릴 사람들이 존재할 텐데, 과연 이러한 변화가 나처럼 평범한 아빠를 만난 너희에게 어떤 이익을 줄까? 사실 이익은커녕 불이익이 될까 봐 섬뜩하기까지 한 게 솔직한 마음이란다. 게다가 그렇게 소수의 승자가 쌓아 올린 성과는 과연 재분배가 될까?
팀 던럽은 <노동 없는 미래>라는 책에서 이런 말을 하지. '사회구조는 점점 더 불안해져 가고, 그 결과 고용이 점점 불안해져 간다는 사실이 변함없을 것이며, 자동화는 이 불안을 증폭시키고, 공유 경제는 소수의 부를 가진 자가 더 많은 부를 가지며 지옥을 만들 수도 있다'(에어비앤비 같은 공유 경제라도 해도 돈을 더 벌 수 있는 건 집을 소유한 부의 상위 계층이기 때문이라는 거지).
결국 '보편적인 복지'라는 사회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란다.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게 되는 건, 자본소득자가 아닌 평범한 급여소득자인 아빠로서는 소수의 욕망이 기술의 발전으로 발현되는 것보다는 다수가 최소한의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재분배가 이뤄지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야.
변화하는 세상은 결국 그 사회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단다. 네가 이 글을 이해하게 될 때 즈음에는 좀 더 나은 사회가 되어 있기를 희망하며 너희에게 이 글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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