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밥을 지어요’ 표지
박정훈
음식은 기억을 담는다. 맛보다 더 소중한 기억을 남긴다. 우리가 그토록 잊고 지내던 시간의 기억. 그 음식은 간절히 우리를 지나간 시간으로 이끈다.
이재명 전 성남시장의 부인인 김혜경 여사. 그녀의 책 <밥을 지어요>는 단순한 요리레시피를 담은 요리책이 아니다. 그간 자신의 삶을 살아오며 자신의 바로 옆에서 함께 살아온 가족들과의 음식을 나눈 기억이고 그들의 시간이기도 하다. 그 요리 레시피 속 자신의 밥 한끼와 지나온 시간을 통해 우리의 지나온 시간들을 되새기게 한다.
이 책이 담은 시간은 그녀 혼자의 이야기가 아니다. 자신과 자신의 남편 그리고 그들의 아이들과 '밥 한끼'와 함께 보내온 시간들이 고스란히 정갈한 한끼의 모습으로 담겨있다.
"밥은 지으면 지을수록 까다롭게 느껴진다. 어떻게 보면 메인 요리보다 더 어려운 것이 밥 짓기 같다. 기본 중의 기본이지만 내공이 많이 필요해 밥을 보면 요리 실력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다"책의 서두 1장에서는 "재료준비는 요리의 시작"이라며 2장에서는 "지을수록 까다로운 밥"이라는 내용이 나온다. 오롯이 요리를 위한 책으로 출발한 듯 보이나 그 과정은 자신의 요리와 관련된 소소한 일상의 추억을 담았다.
이 책이 설명하는 밥은 우리의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다만 일상의 밥을 담은 이야기 위에 김혜경 여사의 삶의 이야기가 마치 메인 요리의 서브 레시피처럼 덤으로 담겨있다.
책 중간중간 요리의 내용과 비주얼에 눈이 크게 떠지게도 하고 '가벼운 무게의 밥이 이렇게 무거운 우리의 삶의 무게를 견디게 하는 근본이었나'라며 자신의 삶까지 반추하게 만든다. 나 자신도 생각하지 못한 밥의 무게를 느끼게 해준 이 책. 이 속에 담긴 요리와 일상들은 우리에게 익숙한 듯 익숙하지 않은 얼굴로 가벼운 유머와 저자 김혜경 여사의 삶의 이야기로 무겁지 않게 삶을 웃어넘긴다.
책이 들려주는, 익숙한 듯 익숙하지 않은 우리의 밥 한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