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소영 시민기자
신소영
신소영 시민기자는 자신을 괴롭혀왔던 가장 크고 깊은 상처를 서사로 엮어내고 있다. 현재 연재 중인 '비혼일기'(
http://omn.kr/qp4u)를 통해서다. 방송사에서 착하고 이쁘고 훈훈한 글만 써오던 그는 비혼을 '비정상'으로 취급해온 사회의 단면을 날 것 그대로 드러내는 중이다.
그는 전 직장에서 '나이에 맞는 경험'을 요구받았다. 경력, 결혼, 자녀. 그가 줄 수 없는 것들이었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은 나이는 많은데 경력은 짧고 누군가의 아내와 엄마도 아닌 그를 부담스러워했다고 한다.
비혼이 소수자라는 이유만으로 부당한 질문과 참견 또한 자주 받았다. 30대 때는 '결혼했어?' '왜 아직 결혼을 안 했어?'라고 추궁 당했고, 40대에 들어서는 '남편은?' '아이들은?' 등 결혼과 출산이 '정상'인 듯한 물음에 휩싸이곤 했다.
"내가 어쩔 수 없는 건데, 내 잘못이 아닌데, 자꾸 잘못으로 느껴야만 하는 게 불편했어요. 너무 부당한데 얘기할 데가 없더라고요. 외치고는 싶은데 들어줄 사람은 없고... 그래서 일단 썼어요."비혼인을 '없는 사람'처럼 취급하는 세상에 맞서 자신의 이야기로 존재를 드러내고자 했다. 곳곳에서 숨죽이며 지내는 비혼인들에게 '우리의 잘못이 아니야'라고 말해주고 싶었단다. 솔직하게 글을 쓰면 "음지에서 참고 사는 비혼인들에게 조금 용기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다.
박정은 수녀가 쓴 책 <사려 깊은 수다>가 결정적 촉매제가 됐다. 여성들의 이야기가 담론이 되고, 그 담론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게 책의 요지다. 그는 "나 먼저 비혼인으로서 겪은 일들을 고백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용기를 얻어 함께 목소리를 낼 것이고, 그러면 그 이야기들이 모여 사람들의 기존 편견이나 시선에 조금이라도 변화를 주지 않을까"라고 기대했다.
실제로 그런 반응이 오기도 했다. 나이 어린 후배를 향한 질투(관련기사 : 아이유 바라보는 이효리, 나도 저렇게 웃고 싶다
http://omn.kr/q2r1)나 패키지 여행에서 받은 불편한 질문(관련기사 : 패키지 여행에서 유부녀인 척 했더니
http://omn.kr/pdbk)에 관한 글을 읽은 이들에게서 "저만 그런 게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됐다"는 댓글과 쪽지를 받았다. 자신의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위로를 줄 수 있다는 걸 깨달은 순간이다.
잘 읽히는 글, 답은 퇴고에 있다신소영 시민기자의 글은 매번 A4용지 2장 내외로 끝난다. 그 이상을 넘기지 않는다. "하나의 주제를 이야기하기 알맞은 분량"이라는 판단이다. 과거 은유 수업의 과제 분량이 딱 그만큼이었다. "화려한 요소가 얼마나 많은가가 아니라 불필요한 요소가 얼마나 적은가가 글의 성패를 가른다"라는 스승의 철학에 동의해서다.
"글이 너무 길어지면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분산되기도 하고, 집중도가 떨어지더라고요. 정보를 취재해 쓰는 글이면 기준이 달라지겠지만, 개인의 이야기인 산문은 길이가 적당해야 몰입이 되는 것 같아요."그는 항상 2장에 맞춰 글을 완성하기 위해 퇴고에 공을 들이는 편이다. 평균 대여섯 번은 다듬고 나서 원고를 보낸다. 아이디어가 번쩍 떠올라서 단번에 쓴 글도 최소 사흘간 묵혀두며 불필요한 문장들을 덜어내고, 쉽게 써지지 않는 글은 일주일 동안 쓰고 지우고를 반복하며 심사숙고한다.
초고를 쓸 때는 하고 싶은 말, 넣고 싶은 문장을 마음 가는 대로 써내려간다. 정해놓은 분량을 훌쩍 넘긴다. 그러면 한 문장씩 반복해서 읽어가며 고치고 빼는 식으로 글을 축약한다.
분량을 줄이는 일이 항상 쉬운 것만은 아니다. 아무리 봐도 뺄 게 안 보이는 경우도 많다. 그럴 때는 전체적인 흐름을 살펴본다.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이 균형 있게 녹아 있는지, 흐름에 안 맞게 튀는 문단이나 문장은 없는지 점검한다. 분량이 잘 안 줄여질 때는 소리 내어 읽어본다. 문장과 문장 사이, 문단과 문단 사이가 자연스럽게 흘러가는지, 호흡이 잘 맞는지를 파악하기 위해서다.
"입으로 한 글자씩 읽어가다 보면 글이 물 흐르듯 나아가다가 갑자기 끊기는 듯한 대목이 나와요. 글의 흐름을 깨는 부분이니까 과감하게 덜어내요. 내가 봐도 아까운 문장은 따로 빼놓고 저장해두는데, 다시 쓰진 않더라고요."일기와 산문의 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