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자동차를 내려놓고 첼로를 짊어지고 걷거나 자전거를 타기도 하다.
카트리나 데이비스
첼로를 믿고 길을 나선 카트리나 데이비스 님은 '남자가 길이 아닌' 줄 알면서도, 이 길을 어떻게 떨쳐야 하는가를 제대로 몰랐다고 합니다. 어려서 배운 적이 없고, 나이가 들어 가르쳐 준 사람도 없으니까요. 이러던 어느 날 맨몸으로 걷거나 자동차를 얻어 타면서 깊은 숲이나 멧골이나 바다를 누비며 사진을 찍는 여성인 한나를 만나요. 안개 자욱한 노르웨이에서 만난 한나는 카트리나 님한테 '삶은 어렵지도 쉽지도 않지'만, '삶은 스스로 마음을 품는 대로 흐를 수 있다'고 차근차근 짚어 주었다고 합니다.
아무쪼록 기운을 잃지 않기를, 헛바람을 피우는 몸짓이 아닌 참다이 씩씩한 마음이 되기를 바랐다고 해요. 첼로하고 낡은 승합차하고 한 해 남짓 살면서 길에서 새로 노래를 익히고, 새로 익힌 노래를 다시 낯선 이웃들한테 들려주고, 손가락이며 몸이며 마음에 차츰 굳은살이 박히는 동안, 카트리나 님은 아주 천천히 꿈길을 헤아려 볼 수 있었다고 합니다.
남이 가르쳐 줄 수 없고, 남이 가르칠 까닭이 없는 삶을, 스스로 느끼고 스스로 생각해서 스스로 찾아낼 삶을 비로소 바라보고, 드디어 가슴에 꼬옥 안아 보았다고 해요.
굽이굽이 흐르는 계곡들 주위로 올리브숲과 안개로 흐릿한 하늘이 펼쳐지고, 태양빛은 산봉우리 위로 흘러넘쳐 우리의 얼굴을 따스하게 비추었다. 나는 눈을 감았다. 달큰한 거름 냄새가 느껴졌다. (27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