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근, <금융경제학 사용설명서>, 2011
부키
금융은 무엇일까금융이라는 것은 결국 여윳돈을 지닌 사람과 돈을 빌리고픈 사람을 이어주는 산업이다. 그러나 그것이 개별적 행위를 넘어서 '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던 것은 왜이며 어떤 이점 때문일까? 저자에 따르면 여러 요인 중 가장 핵심적인 것은 '리스크의 분산'에 있다. 개별적인 계약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위험들이 금융업을 통해 집단적으로 처리되며 크게 감소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는 자연스럽게 자본주의의 성장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토대가 되어주었다. 금융을 매개로 다자간 복잡한 거래관계가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었고, 대중들로부터 투자자본을 확보할 수 있었으며, 은행 등을 통해 자신들의 계획을 담보로 재정적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저자의 든 예시처럼 유럽에서 현대적 의미의 기업들이 탄생하고 이들이 과감하게 무역시장의 개척과 새로운 사업의 시행에 나설 수 있었던 데에는 금융업의 발달이 가져다온 변화점들이 큰 역할을 담당했다.
물론 시간이 흐름에 따라 금융업은 단순히 돈을 예금하고 대출해주는 것을 넘어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해갔다. 이것이 금융위기와 같은 문제를 불러 일으킨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 이유가 금융업자들이 작정하고 사람들을 속여 돈을 빼앗으려 하기 때문은 아니라는 것을 <금융경제학 사용설명서>를 통해 알 수 있다.
책에는 각 섹터별로 - 상업은행부터 투자은행, 채권부터 파생상품까지 - 학부 기초강의 수준에서 다룰 수 있는 내용들이 대부분 매우 쉬운 문체로 역사적 사례들과 함께 설명되어 있다. 이를 통해서 독자들은 우리가 겉으로만 접해본 금융의 본질이 무엇인지, 어떤 주체들이 금융을 구성하고 있는지를 좀 더 명확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금융허브의 꿈과 한국책의 마지막 장에는 금융 산업이 두드러지게 발전한 여러 나라들의 예시가 등장한다. 그 중 단연 으뜸은 기축통화인 달러의 보유국이자 가장 발전된 첨단 금융 기업들이 존재하는 미국이다. 하지만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금융은 결코 '하나의 메이저리거'에 의해 모든 것이 처리될 수 없는 산업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미국 금융기업들과 달러가 처리하지 못하는 금융 산업의 영역들을 유럽-유로와 일본-엔이 나누어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중국과 중동 국가들은 각기 급속한 경제성장과 오일 머니의 유입이라는 저마다의 강점에 기초해 국제 금융시장에서 빠르게 존재감을 부각시켜 나가는 중이다.
홍콩이나 싱가폴, 혹은 말레이시아처럼 아시아나 이슬람 국가라는 정통 금융이 온전히 성숙하지 못한 토양들에서 재빨리 틈새 시장을 개척한 국가들도 존재한다. 그 결과 홍콩과 싱가폴은 중국의 부양 이전까지 아시아 금융의 허브로서 독보적 위상을 누릴 수 있었고, 말레이시아는 '이슬람 금융'에 관심을 가지는 세계 투자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었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떨까. 아쉽지만 저자가 보기에 아직까지 우리의 금융 토양은 풍족하지 못하다. 그에 따르면 국제 금융시장에서 영향력을 지니기 위해서는 뛰어난 실력 및 언어 구사력을 지닌 인재와 좋은 금융제도가 마련되어야 하는데, 한국은 이 케이스에 해당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책이 쓰여진 지 5년이 더 지났지만 이 한계는 여전히 유효하다. 금융 분야에 실력을 갖춘 인재들이 유입되기에는 앞서 언급했듯 청소년과 젊은층을 포함한 전국민들의 금융에 대한 관심도 혹은 이해력이 매우 미비하다. 그리고 이 때문에 동시에 한국의 금융정책은 오랜시간 '규제 일변도'로만 행해왔지 장단점을 각각 고려하려는 시도가 부족했다고 저자는 진단한다.
책의 주장처럼 다가오는 미래에서 언제까지나 한 두가지 제조업만으로 한국을 먹여 살릴 수는 없을 것이다. 금융 산업은 잘 성장시킬 수 있다면 분명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는 산업이다. 금융을 대하는 정치권과 시민들의 새로운 시각이 필요한 때는 아닐까.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이 책처럼 시민들이 금융을 더 제대로 바라볼 수 있게 돕는 자료들이 많아져야 할 것이다.
금융경제학 사용설명서 - 금융의 탄생에서 현재의 세계 금융 지형까지
이찬근 지음,
부키,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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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시민기자. 서울대 로스쿨 졸업. 다양한 이야기들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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