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 채용비리에 김정태 회장도 연루 의혹"

금감원, 2013년 하나은행 채용비리 검사결과 발표...하나금융 "사실무근" 반발

등록 2018.04.02 19:12수정 2018.04.02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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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EB 하나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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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흥식 전 금융감독원장이 연루된 KEB하나은행의 지난 2013년 채용비리 의혹과 관련해 금융감독원이 32건의 채용비리 정황을 추가로 발견했다고 2일 밝혔다.

특히 금감원은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함영주 하나은행장 등과 관련한 채용비리 정황도 확인했으며, 관련 내용을 검찰에 넘겼다. 금감원은 향후 검찰수사 결과에 따라 하나은행을 상대로 관련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이에 하나금융쪽은 금감원의 발표 내용에 "사실무근"이라며 반발했다.

금감원은 이날 오전 '2013년 하나은행 채용비리 검사 잠정결과'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공개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최 전 원장이 하나금융지주 사장으로 재직할 당시 채용비리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나왔고, 이에 금감원은 '하나금융 채용비리 관련 특별검사단'을 꾸려 검사를 실시해 왔다.

금감원의 발표 내용을 보면, 지난 2013년 하나은행의 신입행원 채용 때 최종합격자 229명(총 지원자는 1만8772명) 가운데 추천 등에 따른 특혜 합격자는 모두 32명으로 파악됐다.

금감원 "2013년 하나은행 추천 받은 지원자 105명 중 16명 특혜 합격"

이 가운데 하나은행 내부와 외부의 추천에 따른 특혜 채용 의혹도 있다는 것이 금감원 쪽 설명이다. 금감원은 "추천자 또는 추천 내용이 있는 지원자 105명 가운데 22명이 최종 합격했다"며 "이 가운데 16명이 특혜로 합격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최성일 금감원 부원장보는 "추천을 받았다고 모두 일률적으로 통과된 것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추천자 중에 합격권인 경우도 있었고, 일부는 합격권이 아니지만 서류전형을 통과한 경우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특히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한 지원자를 추천한 정황도 드러났다. 이 지원자의 경우 서류전형 때부터 추천 내용 항목에 '최종합격'이 표기돼 있었고, 추천한 사람이 '김○○(회)'로 기재돼 있었다는 것.

김○○는 2013년 당시 하나금융지주의 인사전략팀장으로 재직하고 있었으며, '(회)'라는 표현은 '회장'이라는 뜻이라고 금감원은 설명했다. 이 지원자는 당시 서류전형과 실무면접 점수가 합격 기준에 크게 미달했고, 합숙 면접 점수도 0점 처리됐지만 최종 합격됐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최 부원장보는 "김 회장 건은 (채용비리로) 추정은 되지만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당시의) 인사부장에게 물어보니 회장 또는 회장실에서 (추천이) 온 것으로 추정된다고 얘기했다"고 밝혔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함영주 하나은행장도 채용 추천 의혹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하나금융지주

함영주 하나은행장도 2013년 당시 하나은행 충청사업본부 대표(부행장)으로 재직할 당시 한 지원자를 추천한 정황도 드러났다. 추천 내용에 '함□□대표님(◇◇시장 비서실장 ▽▽▽)'으로 표기된 지원자도 합격 기준에 미달했지만 임원 면접에 올라 최종 합격했다는 것.

최 부원장보는 "함씨는 그런 적 없다고 했고, 당시 은행장은 (잘못에 대해) 시인했다"며 "아들 친구와 모 금융지주 전 임원의 부탁으로 (추천)했다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해당 자치단체장의 해명도 들었나"라는 질문이 나왔고, 이에 최 부원장보는 "금융회사 직원들을 대상으로만 검사했기 때문에 확인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더불어 '청와대 감사관 조카'로 표기된 지원자와 '국회 정무실'로 표기된 지원자도 합격기준에 미달했지만 최종 합격했다는 것이 금감원 쪽 설명이다. 또 하나은행이 특정 학교 졸업자에게 특혜를 주고 탈락한 사람 14명을 합격 처리했다고 금감원은 부연했다.

이와 함께 금감원은 하나은행이 최종면접에서 합격권 내의 여성 2명을 탈락시키고, 합격권 밖의 남성 2명을 특혜 합격시킨 정황도 확인했다. 하나은행은 같은 직무의 신입직원을 뽑으면서 남녀 차등채용을 계획적으로 추진했다.

하나금융, "김정태 회장 추천 사실 없어" 부인

이에 대해 금감원은 "2013년 하반기 채용 때 남녀 비율을 4대 1로 차등 채용하기로 사전에 계획을 세움에 따라, 서류전형에서 여성 합격선이 남성에 비해 월등하게 높아졌다"고 했다. 서울 지역의 서류전형 합격선이 여성의 경우 600점 만점에 467점이었고, 남성의 경우 419점이었다는 것이다.

만약 남녀차별 없이 서류전형 합격선을 똑같이 적용했다면 여성 합격자는 619명만큼 늘고, 남성은 그만큼 줄었을 것이라고 금감원 쪽은 추정했다. 실제로 서류전형에서 합격한 남성과 여성의 수는 각각 1600명, 399명이었는데 차별 없이 평가했다면 남성의 경우 981명, 여성의 경우 1018명이 합격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금감원은 채용비리 정황,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소지에 대해 확보된 증거자료 등을 검찰에 지난달 30일 제공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검찰 수사로 불법 사실이 드러나면,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금감원의 이번 발표에 대해, 하나금융쪽은 '사실무근'이라며 부인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김 회장의 경우 (추천한) 지원자가 누구인지 모르고, 그 부모도 알지 못하며, 추천한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함 행장의 경우에도 해당 지역 지점장이 추천한 것"이라며 "이와 관련한 사항은 검찰 수사에서 밝혀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감원 #하나은행 #채용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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