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박원순에 양보한 게 아니라 가족들 반대로 불출마"

[인터뷰] 2011년 안철수 위원장이 정치 행보 상의했던 윤여준 전 장관

등록 2018.04.04 13:54수정 2018.04.04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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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가 2011년 9월 6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불출마 선언에 대해 "서로의 진심이 통했고 정치권에서는 볼 수 없는 아름다운 합의를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뒤 안 원장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가 2011년 9월 6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불출마 선언에 대해 "서로의 진심이 통했고 정치권에서는 볼 수 없는 아름다운 합의를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뒤 안 원장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유성호

바른미래당 안철수 인재영입위원장이 4일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했다. 그의 출마로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그가 출마 의사를 접고 박원순 시장을 지지했던 행보가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안 위원장은 이날 출마 회견에서 "7년 전에 (박원순에) 양보한 게 사실이다, 그때 잘하실 거라 믿었다"며 "지금껏 서울이 7년간 제대로 변화해야 하는 시기들을 많이 놓쳤다, 다시 제가 발전하고 변화시키겠다는 각오로 나섰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경선 주자들을 중심으로 번지고 있는 '양보론'이 사실이라고 스스로 확인한 셈이다.

그러나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4일 오전 <오마이뉴스> 전화 인터뷰에서 "안 위원장은 (2011년 9월 6일) 박 시장을 만나기 전부터 불출마를 결심했다, 가족들 반대가 가장 컸다"고 밝혔다.

윤 전 장관은 2011년 6월부터 안 위원장이 박경철 안동신세계연합클리닉 원장, 법륜 스님 등과 함께 전국을 도는 '희망공감 청춘콘서트'를 할 때 함께 했던 인물이다. 안 위원장의 당시 측근 중 유일한 정치권 인사로서 그가 선거에 출마한다면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처음에 본인이 서울시장 선거에 나가겠다고 고집부릴 때는 나는 만류했다. '지금 우리는 아무 세력도 없이 피 터지는 싸움을 해야 하는데 이걸 왜 하려느냐'는 게 나의 물음이었다. 법륜 스님도 굉장히 반대했다. 내가 나중에 '스님, 이제 말리는 건 포기합시다'라고 할 정도였다. 어쨌든 안 위원장이 출마하겠다고 하니 선거 준비를 해야 할 것 아닌가? 그걸 할 사람이 나밖에 없어서 '싸울 상대는 거대정당이다, 이왕 하려면 빨리 결심해야 한다'고 얘기해줬다."

안 위원장의 마음을 읽은 핵심참모가 서울시장 보궐선거 가상 여론조사를 보도하려는 신문에 '안철수가 출마를 고려하고 있다'는 내용을 흘리려는 시도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오마이뉴스>가 그해 9월 1일 '안철수 서울시장 출마 임박설'을 보도하자 새로운 국면이 조성됐다.

윤 전 장관은 기사가 나간 뒤 2, 3일 정도 지난 시점에 안 위원장과 전화 통화를 했다고 한다. 윤 전 장관의 기억으로 재구성한 둘의 대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안철수 "아무래도 출마를 못 하겠다. 가족들 반대가 너무 심하다."
윤여준 "가족들 반대할 걸 예상 못 했느냐?"
안철수 "예상은 했는데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너무 완강하다. 특히 아버님과 미국에 유학 중인 딸이 너무 반대해서 출마하기 어렵겠다(안 위원장의 아버지 안영모씨는 당시 언론 인터뷰에서 "아들이 회사 일선에서는 물러났지만 관여하는 게 있고, 대학원장과 그 외 다른 일도 맡고 있어 시장까지 하려면 너무 벅차다. 서울시가 수십조 원의 예산을 쓰고 공무원 수도 많은데 얼마나 힘들까 하고 걱정했다"고 말했다).

윤여준 " 세상을 이렇게 발칵 뒤집어놓고 그냥 나와 버리면 서울시민들이 용납하지 않을 거다."
안철수 "내 스스로 출마한다고 얘기한 것도 아닌데, 내가 왜 이 사태의 책임을 져야 하느냐?"
윤여준 "불출마의 명분이 하나 있긴 있다. 박원순 변호사가 무소속 시민후보로 출마하겠다고 하니 그에게 양보하라. 그 정도는 시민들도 양해해줄 것이다."


 윤여준 국민의당 공동창당준비위원장이 2016년 1월 22일 오전 마포구 국민의당 창당준비위 사무실에서 브리핑을 하기 위해 안철수 인재영입위원장과 함께 입장하고 있다.
윤여준 국민의당 공동창당준비위원장이 2016년 1월 22일 오전 마포구 국민의당 창당준비위 사무실에서 브리핑을 하기 위해 안철수 인재영입위원장과 함께 입장하고 있다.권우성

그 무렵 안 위원장과 윤 전 장관의 사이도 벌어졌다. 윤 전 장관은 안 위원장을 돕겠다는 생각으로 언론 인터뷰를 많이 했는데, 안 위원장은 "제 멘토는 300명 정도 된다"(2011년 9월 4일)는 발언으로 그의 역할을 깎아내렸다.

- 9월 6일 불출마 선언 직전까지도 "안철수 출마 가능성이 높고, 나오면 승산이 높다"는 취지의 인터뷰를 계속했다.
"당시 안철수의 입장을 언론에 얘기해줄 사람이 없었다. 내가 아니라 박경철 원장이 해야 하는 데 '내가 하면 안철수 생각이 바로 읽혀진다'고 난색을 표하더라. 그래서 내가 한 거다. 나는 솔직히 말리는 입장이었지만, 본인이 불출마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는 이상은 대외적으로는 그런 식으로 얘기할 수밖에 없었다. 준비만 잘 하면 선거에 이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 것도 사실이고."

- 안 위원장이 4일 서울시장 출마선언을 했는데 당선 가능성을 어느 정도로 보나?
"솔직히 모르겠다. 여론조사만으로 판단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내가 정치 기사를 잘 안 보기도 하고..."

- 안철수가 7년 전 서울시장 출마 준비가 되어있었다고 봐야 하나?
"나와 법륜 스님이 반대하는데도 본인이 완강하게 나가겠다고 했던 것으로 봐서는 오래전부터 마음을 먹고 있었던 것으로 생각했다."

- 오랫동안 마음을 먹었던 분이 가족들이 반대한다고 바꾸게 되나?
"따지고 보면, 가족들 반응이 정치인에게는 가장 중요한 변수 아닌가?"

민주당 경선에 출마한 우상호 의원은 윤 전 장관의 증언과 관련해 "2011년에 이미 서울시장 출마 의사가 없었는데 양보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우리가 보면 정치적으로 사기"라며 "불출마했을 때 올 비난을 피하고자 양보 카드를 꺼냈다면 국민들을 우롱한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안 위원장이 해명해야 된다"고 말했다.
#박원순 #안철수 #윤여준 #박경철 #서울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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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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