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바위에 '거북이 손'이 박혀 있었다

등록 2018.04.05 18:16수정 2018.04.05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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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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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에 만난 해변과 오후에 만난 해변은 그 얼굴이 너무도 달랐다. 오전 해변을 가득 채운 맑은 바닷물은 검은 모래를 연신 매만지며 '솨아' 소리를 냈다. 물이 빠진 오후 해변은 감추고 있던 우람한 모습을 자랑하듯 씩씩한 모습이었다. 지난 4일 각각 밀물, 썰물 때 찾은 제주도 동편 광치기해변의 이야기다.

멀리서 본 해변과 가까이에서 본 해변은 또 달랐다. 그저 웅장한 줄로만 알았던 바다 바위는 가까이에서 보니 너무도 섬세했다. 최고의 조각품이라는 표현도 그 앞에선 삼가게 될 정도로 자연만이 창조할 수 있는 형상이었다. 미처 빠져 나가지 못한 바닷물에서 살랑살랑 노니는 달팽이가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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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붓질로 새겨진 바위 곳곳의 이끼. 그 위에서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조심스레 걷다보니, 발아래 무심히 굴러다니는 녹색 돌멩이가 눈에 들어왔다. 자세히 보니 이끼 옷을 입은 보말이었다. 점심 때 보말 칼국수를 먹었는데, 거기에 들어갔던 그 보말 말이다. 아래로 향했던 시선을 조금씩 들어 올리니... 시선 한 가득 보말이 눈에 들어왔다.

'이게 보말이야?'라는 생각에 하나를 집어 들여다봤다. 껍데기 안에 숨어 있던 보말이 빠끔 기포를 내뿜었다. 걸어 왔던 뒤편으로 고개를 돌렸다. 정말 깨알 같이 보말이 깔려 있었다. 돌멩이로 착각한 게 이상하지 않을 만큼 너무도, 정말 너무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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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이 앞발과 닮았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거북손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깨끗한 바다에서 사는 거북손은 바위 사이에 박혀 다섯 개의 봉우리를 내밀고 있었다. '다섯 개의 봉우리'라는 표현은 정약전 선생이 '자산어보'에서 거북손을 가리켜 쓴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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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봉(五峯)이 나란히 서 있다. 바깥쪽 두 봉은 낮고 작으나 다음 두 봉을 안고 있다. 안겨져 있는 두 봉은 가장 큰 봉으로서 중봉을 안고 있다."

그래서 선생은 거북손을 '오봉호(蠔, 굴)'이라고 불렀다. 선생의 설명 때문인지 거북손, 그리고 주변의 바위와 이끼가 마치 진경산수화 같이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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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찾은 곳은 광치기해변 중에서도 '터진목'으로 불리는 곳이다. 성산일출봉 남쪽 절벽의 압도적인 모습을 생생하게 바라볼 수 있는 곳이다. 현재는 성산일출봉과 제주도 육지가 연결돼 있지만, 과거엔 이곳의 썰물 때만 성산일출봉으로 가는 길이 생겼다. 그래서 지명의 이름도 '트인 길목'이란 뜻의 터진목이다.

사실 이곳은 그 아름다움만큼이나 아픔을 간직한 곳이기도 하다. 이 일대의 주민 상당수가 '제주4.3' 과정에서 터진목이나 성산일출봉 북쪽 우뭇개에서 학살됐다. 제주도의 아름다움이 가진 역설이라기보다, 제주도 모든 곳이 아름다웠고 모든 곳에서 사람이 죽었다(관련기사 : [모이] 모든 곳이 아름다웠고, 모든 곳에서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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