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시간, 청와대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는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한 제안과 함께 수많은 이 땅의 억울한 사람들의 사연이 도배되고 있다.
청와대 국민 청원 및 제안은 청와대의 대국민 직접소통 창구로서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는 철학을 지향하고자 만든, 신문고의 21세기판이다. 국정 현안 관련, 국민들 다수의 목소리가 모여 30일 동안 20만 명 이상의 국민들이 청원에 참여하면 정부 및 각 부처 관련 장관, 대통령 수석 비서관, 특별보좌관 등이 답해 준다.
2018년 4월 7일 현재, 최다 추천 청원으로는 '국민들은 정부 개헌안을 지지합니다'이며 28만1330명의 국민들이 청원에 참여했다. 이미 20만 명을 넘어 답변대기 중인 청원은 연극인 이윤택 관련 진상조사와 고 장자연의 죽음에 대한 진실, 미혼모를 위한 히트 앤드 런 방지법 등이다.
근 한 달 가까이 파란 하늘을 볼 수 없었던 미세먼지에 대한 공포로 인해서인지 '중국에 대한 항의' 청원도 23만 명을 넘어서고 있다.
개헌안, 미세먼지 다음으로 최다 추천 청원목록에 이름을 올린 것은 무얼까?
바로 'GMO완전표시제 시행을 촉구합니다'라는 국민청원이다. (GMO:유전자변형생명체)
지난달 12일, 청와대 앞 분수광장에서는 57개 시민단체가 모여 'GMO완전표시제와 GMO없는 학교급식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와 동시에 시작된 국민청원은 7일 현재 15만을 넘었다.
GMO표시강화와 학교급식에서의 GMO식품퇴출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통령공약사항이었다. 여러 국정 현안에 밀리고 식품회사 등 관련 업체들과의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2순위, 3순위로 밀렸다는 것이 GMO완전표시제를 촉구하는 시민단체들의 판단으로 시작된 것이 이번 국민청원이다.
GMO식품이 최초로 상업적 목적으로 판매가 허용된 1994년(토마토)이후 24년이 지났다. 한 세기도 지나지 않은, 지금까지 아무 문제 없었으니 GM0는 안전하다는 논리와 세계 식량 부족문제를 해결하고 환경에 영향을 덜 준다는 검증되지 않은 명목하에 일부 다국적회사의 GMO식품은 인간의 식탁을 점령했다.
그들의 논리처럼 세계 식량 부족문제는 해결되었는가? 아니면 지구환경은 더 깨끗해졌는가? 여전히 기아에 허덕이는 지구인들은 절반이 넘고 여전히 지구는 점점 더 황폐해지고 있다.
대한민국은 어떨까? 대한민국은 식용 GMO 수입국 1위(연간 200만 톤)인 나라다. GMO식품의 유해성문제는 논란의 여지가 있으니 차치하고라도 가장 큰 문제는 그 많은 GMO식품이 수입되고 있지만, 마트나 편의점 매대에 진열된 어느 식품에서도 GMO원료를 사용했다는 표시를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럼 우리는 GMO식품을 먹고 있지 않다는 말인가? 당연히 아니다. 조사결과 대한민국 국민 1인당 매년 GMO식품을 40kg(쌀의 연간 소비량은 1인당 62kg)이상 먹고 있다. 단지 GMO식품를 먹고 있는지 아닌지 본인이 모를 뿐이다.
현행 식품법을 들여다보면 GMO원료 사용여부를 강제표시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럼에도 실제 GMO원료를 사용한 해당상품에는 99.99% 아무런 표시가 없다. 이는 식품회사가 법을 무시하고 있어서가 아니다. 식품회사가 GMO표시를 하지 않아도 법에 저촉되지 않을 만큼 배려(?)해 준 식약처의 수많은 예외조항 때문이다.
예로 대표적 GMO원료인 콩을 사용한 간장과 식용유의 경우, 최종단계에서 GMO단백질이 남아 있지 않다는 이유로 GMO식품표시에서 제외되었다.
GMO식품 찬성론자든 반대론자든 그들 나름대로 이유는 있을 것이다. GMO식품이 인류에게 유익하다면 적극 의견을 개진하고 당당하게 표시하고 소비자들을 설득하면 된다. 그러나 지금처럼 GMO식품인지 아닌지 교묘하게 감춰두고 소비자에게 선택할 기회까지 박탈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 많은 GMO식품은 누가 다 먹었는가? 먹고 싶지 않았지만 모르고 먹은 사람들이 억울하지 않게 GMO식품인지 아닌지 표시해 달라는 것은 소비자의 당연한 알 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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