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 주식회사 회사 로고지난 13일 한국지엠 주식회사의 미국 본사 제네럴모터스에서 군산공장 폐쇄를 결정했다.
한국지엠 주식회사
제네럴모터스(GM)가 케이디비(KDB) 산업은행의 한국지엠 경영실사를 이달 27일까지 끝내라고 요구했다. 이동걸 회장의 5월 초 완료 가능성 발언을 의식한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GM이 이번에도 명확한 투자 계획 없이 우선적으로 정부의 지원을 끌어내려는 속셈이라고 지적했다.
13일 산업은행 관계자에 따르면 배리 엥글 GM 해외사업부문 총괄사장은 이날 성주영 부행장과의 면담 자리에서 오는 27일까지 실사 결과의 답을 달라고 요청했다. 지난 12일 이 회장이 실사 종료 시점을 내달 초로 예상하자, 조속한 실사를 촉구하고 나선 것. 하지만 이 회장은 이날도 기자실을 찾아 "현재 진행 속도들이 5월 초까지 갈 수도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GM이 4월 말로 실사 완료 시기를 재차 강조한 것은 신차 배정을 무기로 노조를 압박하는 것과 같은 의미라고 해석했다. 회사가 원하는 방향으로 정부를 몰아가고 있다는 것.
한지원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원은 "GM이 실사 데드라인을 27일로 제시한 것은 그동안 신차 배정 시기를 미뤄온 것과 똑같은 의미"라며 "설령 부도 신청을 하더라도 법원의 절차가 한 주 이상이 걸리니, 4월 마지막 주에 노조와 정부를 벼랑 끝에 몰아넣고 빅딜(거래)을 하려고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한 연구원은 노조 합의와 정부 지원이 있더라도 GM이 한국을 떠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그는 "사태가 이 정도로 진행됐으면 (GM이) 철수는 하는데, 다만 시간을 두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 배정을 언제든지 거둬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산업연구원의 이항구 선임연구원도 GM이 칼자루를 잡고 휘두르는 상황으로 봤다. 그는 "현재 상황을 봐서는 GM이 자신들의 계획대로 가면서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면서 "실사를 하든 말든 소용이 없으니 시기를 당기자고 요구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같이 판단한 이유는 GM의 미흡한 자료 제공이다. 그는 실사와 외국인투자지역 신청에 성실히 힘하고 있지 않다고 추정했다. 이 연구원은 "지원을 요구하면서 이를 검토할 자료를 제대로 주고 있는지 의문이며 외투지역 지정 또한 법적 요건이 충족돼야 하는데 과연 그러한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섣불리 GM의 행보를 예단해서는 안된다고 경고했다. 이 연구원은 "법정관리 신청을 예상하는 보도가 나오는데, 이는 GM을 도와주는 것"이라면서 "대안 제시도 없이 법정관리, 철수 등을 운운하는 것은 무책임한 행동이다"라고 비판했다.
한편, 이날 면담을 통해 산업은행은 GM 측에 2대 주주 지위 유지를 위한 차등감자, 비토권 원상복귀, 적극적인 실사 협조 등을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