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근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연구위원이 11일 오후 서울 강남구 국가안보전략연구원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북한의 대남·대외 정책 전환과 김정은의 리더십에 대해 인터뷰를 했다.
유성호
미치광이(mad man) 혹은 합리적인 인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리더십은 양극의 평가를 받아왔다.
북한 주민을 굶주리게 하고 죽이는 것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통제 불능의 폭군이라는 평이다. 고모부인 장성택이 보안요원들 손에 끌려나가는, 이른바 '숙청 장면'은 그의 폭력성을 말할 때마다 인용된다. 밖으로는 미사일을 발사하고, 안에서는 숙청하는 미치광이 이미지를 덧대기도 한다.
정반대의 평도 있다. 2016년 <뉴욕타임스>는 그를 '이성적인 지도자'라고 분석했다. 김 위원장의 핵실험, 탄도미사일 발사 등의 도발 행위는 '생존을 위한 이성적인 사고'였다는 것이다. 당시 <뉴욕타임스>는 "자신을 보호하고 국가 이익을 챙기기 위해 행동하고 있다"라는 전문가의 평을 전했다.
"북한 체제를 이해하고 김정은 바라봐야"국정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이상근 부연구위원(안보전략연구실, 아래 박사) 역시 김 위원장을 '논리적, 전략적, 일관적'이라고 짚었다.
그는 지난 몇 년 동안 김 위원장을 연구하고 분석했다. 김정은의 리더십을 다룬 논문을 두 개 쓰기도 했다. 2015년에는 김정일과의 비교를 중심으로 김 위원장 개인의 특성을 파악했다. 그리고 2년간 다시 김 위원장을 들여다봤다. 이번에는 그의 리더십과 북한의 대내외정책을 연결지었다. <김정은 리더십 연구: 김정일과의 비교를 중심으로> <김정은 리더십과 북한의 대외정책>이다.
지난 11일 국가안보전략원에서 만난 이 박사는 "김정은은 실리를 따지는 합리적인 인물이며, 일관적인 정책을 펴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장성택을 숙청한 것 역시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장성택의 숙청 이유를 단정하기 어렵지만, 오랫동안 2인자로 있었던 만큼 김정은의 권력에 해가 될 수 있었다"라며 "권력에 누수가 될 부분이 있으면 뿌리부터 제거하는 과감하고 강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폭력적이고 비민주적인 방식이지만, 김정은의 입장에서는 합리적인 선택이라는 풀이다.
이어 "북한은 우리의 기준, 윤리가 통하는 나라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우리의 눈이 아닌 북한 체제의 특성을 이해해야 한다는 그를 통해 남북정상회담을 시작으로 북미정상회담을 이어갈 '김정은 리더십'을 들어봤다. 다음은 이 박사와의 문답 전문이다.
"핵무력완성 → 비핵화, 논리적으로 문제 없어"- 그동안 핵을 강조했던 김정은 위원장이 비핵화를 말했다. 그가 태도를 바꾼 이유는 무엇일까."지난해 11월 29일, 핵무력 완성을 선포한 게 기점이 됐을 것이다. 사실 핵무력이 완성됐는지, 어느 수준까지 됐는지 우리가 알 방법은 없다. 미사일의 폭발력은 입증됐지만, 탑재된 미사일이 다시 대기권을 뚫고 와서 재진입할 수 있는 기술까지 완성했는지는 모른다.
다만 북한은 핵무력을 완성했다고 선언함으로써 미국과 대등한 입장에서 대화할 수 있다는 논리적 고리를 만들었다. 기본적으로 국가 핵무력 완성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고 미국과 비핵화 협상을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비핵화가 김일성·김정일 위원장의 유훈이라고 강조했다. '핵을 완성했으니 선대의 유훈에 따라 비핵화한다.' 논리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 그래도 북한 주민들은 헷갈리지 않을까. 비핵화는 최소 몇 년 걸리는 과정인데, 김정은 위원장이 북한 주민을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까?"북한은 수령을 중심으로 하나로 뭉치기 때문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물론 일반 주민들의 충격은 어느 정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일심단결', 지도자가 결정하면 무조건 따라간다. 지도자가 항상 최선의 판단하고 무오류 적인 존재라는 사회적 합의가 있는 것이다.
미국을 믿을 수 있겠느냐는 소리를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비핵화 협상이 시작되면 북에서 대민설득 작업에 들어갈 것이다. 제국주의를 경계해야 한다, (미국이) 뒤통수 칠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올 것이다. 북미대화의 성과가 좋으면 최고 영도자가 뛰어난 지도력을 발휘해서 조선반도에 평화가 정착된다는 말이 나올 거고."
- 김정은 위원장은 무오류의 수령으로서는 의외의 행보들을 보였다. 김일성 탄생 100주년을 기념한 로켓 발사가 실패했음을 시인했고, 평양에 건설 중이던 아파트가 무너지자 인민보안부장이 주민들 앞에서 사과하게 했다.
"뭐 기본적으로 수령의 잘못이라기보다 밑의 사람들 잘못이긴 한데. 결국, 숨길 수 없었을 것이다. 아파트 무너진 건 소문이 금방 도니까. 숨겨봐야 득 될 거 없고 공개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을 거다. 물론 김정일이었으면 다르다. 쉬쉬 모른 척하고 넘어갔을 텐데, 김정은은 스타일이 다르니까."
"김정은, 당장 성과 안 보여도 꾸준히 밀고 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