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이 일어난 오피스텔과 근처 오피스텔에서 흡연자제(아랫집)와 소음 자제(윗집)를 각각 다르게 요구하는 공고문이 붙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관리사무소는 실제로 주민을 찾아가는 것이 어려워 공고문을 붙였다고 전했다.
정주영
"층간흡연에는 층간소음으로"... 결국 이사를 택했다한 주가 지나고, 다시 윗집에 김씨의 집을 찾았을 때 그녀는 이사갈 집을 알아보고 있었다.
"아이 건강 문제도 있고, 아래층에서 내 집이라고 막무가내로 피우는 데 방법이 있나요."변호사까지 찾아가봤다는 그녀는 되려 자신의 층간 보복 소음이 민사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소리를 듣고, 마음을 바꿨다고 전했다. 그리고 한시간쯤 지나자, 약속한 것처럼 아랫집에서 다시 담배 냄새가 스멀스멀 올라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더는 쿵쿵 거리지 않았다.
"곧 집 보러 사람들이 올 거예요."지금의 "층간 흡연" 상황을 집 구하는 사람에게 알려줄 것인지를 묻자, 그녀는 아랫집에서 올라온 담배 냄새를 조용히 환기시키기만 했다.
"이렇게 담배 연기 올라오는 거 알면 누가 들어와서 살겠어요? 다음 집에서는 서로가 배려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그러면서 그녀는 층간 소음 슬리퍼를 기자에게 보여줬다.
"아랫집에서 층간 소음이 불편하다 할 때 바로 샀죠. 하지만, 제가 배려를 해도 자기 입장만 생각하는 이웃이었어요."아랫집에서는 어떻게 반응할까? 기자가 한 번 더 초인종을 눌러 상황을 설명하자, "윗집에서 드디어 이사 간다고요? 잘 되었네요"라는 짧은 대답이 돌아왔다. 왜 이렇게 극단적인 현상을 이웃 간에 겪게 되는걸까?
고강섭 한국청년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이러한 이웃간의 갈등에 대해 "이웃사촌이라는 사회적 신뢰 관계가 무너진 것"으로 오늘날 붕괴된 공동체성에 몰락을 잘 보여주는 사건으로 진단했다.
그러면서 층간 흡연에 대해서는 "집이라는 공간 자체가 사람들에게는 프라이빗한 공간으로 인식하게 되면서, 개인적인 일탈, 해방감을 자연스럽게 느끼는 구조가 됐다"며 "그러한 사적인 공간에서 자신의 흡연 행위를 제재하는 것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한편으로 층간 소음에 대해서는 "주거 형태의 변화로 답을 찾을 수 있는데, 본래 사람과 사람이 거리감이 있어야지 심리적인 효능감이 생긴다"며 "아파트 생활을 하게 되면서, 그러한 거리가 아예 없어졌기 때문에 그만큼 층간 소음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졌다"고 판단했다.
두 지점을 어떻게 연결할 수 있을까? 결국 두 이웃간에 해결해야 될 문제다. 김씨가 층간 소음 슬리퍼를 계속 신고, 박씨가 담배를 귀찮더라도 내려가서 폈으면 두 이웃은 그렇게 공존 가능했을 지도 모른다.
"계약 중간에 이사를 하는 바람에, 300만원 정도 손해봤어요."김씨는 이사 당일날, 자신의 아랫집을 쳐다보며 말했다.
"물론 아랫집은 제가 사라진 게 더 반갑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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