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생 겨레하나의 대표 정철우(26)씨와 집행위원장 김연희(31)씨
박정훈
평양 동평양대극장에서 대표곡 '빨간 맛'을 부른 걸그룹 레드벨벳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악수한 모습이 공개됐을 때, 청년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가수 백지영씨가 평양 옥류관 냉면을 집중해서 먹는 모습 또한 온라인 커뮤니티 상에서 큰 화제였다.
이렇듯 평창올림픽과 남북 공연 교류가 이어지며 시민들과 북한의 거리는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는 모양새다. '핵 실험'이나 '숙청' 같은, 공포와 적대감을 불러일으키는 북한의 이미지는 서서히 희미해지고 있다.
'남북 단일팀' 반대여론이 높았고, 상대적으로 북한이나 '통일'이라는 이슈에 거리감을 느끼는 20대들 사이에서도 평화 무드에 대한 기대감이 감지되고 있다. 특히 종전과 평화체제 이야기가 나오자 '군대 안 가도 되는 것이냐'는 희망적인 전망까지 나오는 분위기다.
청년들에게 '통일'을 이야기하는 대학생 겨레하나의 대표 정철우(26)씨와 집행위원장 김연희(31)씨의 발걸음도 최근 더욱 바빠졌다. 대학생 겨레하나는 한반도와 평화와 통일을 비롯한 민족 문제에 앞장서기 위해 2014년부터 활동을 시작한 대학생 역사 동아리다. 통일 문제뿐만 아니라 2015년 '위안부' 합의 반대와 소녀상 건립 운동, 군함도 강제징용 문제 해결 등에 앞장서고 있다.
대학교 캠퍼스 안에서 동아리 홍보 활동과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이들을 지난 25일 신촌 앞 한 카페에서 만났다. 인터뷰의 분위기는 묘하게 들떠있었다. 평양 공연의 이름처럼 '봄이 온다'는 기대감에 부풀어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취업난 속에서 통일은 상상도 못 했던 청년들- '통일 운동' 하는 것에 대한 주변 시선이 좀 달라지지 않았나요?김연희(김): "제가 하고 있는 활동에 대해 사람들은 '정치하고 싶어서 하는 것'처럼 여기고, 알아서 잘했으면 좋겠다는 태도만 보였거든요. 그런데 최근 들어서는 '네 생각이 맞는 것 같다'고 해요. 열심히 해줘서 고맙다는 이야기도 들었고요."
정철우(정): "친구들이 갑자기 물어오더라고요. '지금 분위기가 어떻냐', '어떻게 되어가고 있느냐' 식으로 전문가적인 견해를 제게 요구하더라고요(웃음)."
김씨는 대학교 학보사 기자로서 사회현안이나 남북관계에 대한 기사를 쓰면서, 한국사회의 권위주의, 무한경쟁 등의 문제들이 '분단'에서 기인했다는 점을 인식했다고 한다. 취업 준비도 하고 캐나다로 워킹홀리데이도 갔지만, 결국 자신이 가장 고민했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기 위해 대학생 겨레하나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정씨는 남북관계가 경색됐을 2015년 당시 군대에 있으면서, 많은 사람들이 전쟁을 쉽게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제대 후 활동을 시작해 2018년부터 대학생 겨레하나의 대표를 맡았고, 이번 평창올림픽에선 남북공동응원단으로 참가해 북한 응원단과 구호를 주고받으며 단일팀을 응원하기도 했다.
- 왜 그동안 '청년들은 통일에 관심이 없다'는 인식이 굳어져 왔을까요?김: "제가 금강산 갔던 마지막 세대거든요. 그때까지만 해도 통일은 당연하다고 느꼈고요. 그런데 지난 10년 동안은 대결만 했고, 같은 역사를 가진 민족으로 인식할 기회도 없었잖아요. 이산가족을 경험해본 적도 없고요. 그러니 자유 왕래만 하면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무엇보다도 취업이라는 벽 앞에서 상상력의 폭이 넓을 수 없는 게 문제에요. 사회가 변화해도 자기 삶이 변화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있으니까요."
김씨는 통일이라는 주제가 청년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텀블벅'이라는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을 이용했다. 펀딩을 하면 배지와 스티커 등 '굿즈'를 주고, 지하철역 전광판에 게재되는 '남북정상회담 지지' 시민광고에 이름이 올라간다. 결국 당초 목표했던것보다 283% 초과한 금액이 모였고, 총 136명이 참여해서 성공적으로 펀딩이 끝났다. 쉬운 일은 아니었다. 올 초에 시도한 '한반도기 와펜' 펀딩은 실패해서 프로젝트가 무산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