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리고, 부수고" 노동자상 설치 경찰 과잉 대응 논란

집회 참가자 다수 다치고 소녀상 훼손... 시민단체 "책임자 파면하라"

등록 2018.05.03 15:58수정 2018.05.03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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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폐청산·사회대개혁 부산운동본부 강제징용노동자상건립특별위원회는 3일 오전 부산일본영사관 앞에서 일제강제징용노동자상 건립을 막은 일본 정부와 외교부, 경찰, 동구청 등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적폐청산·사회대개혁 부산운동본부 강제징용노동자상건립특별위원회는 3일 오전 부산일본영사관 앞에서 일제강제징용노동자상 건립을 막은 일본 정부와 외교부, 경찰, 동구청 등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정민규

경찰이 시민단체가 부산 일본영사관 앞에 설치하려던 일제강제징용노동자상을 막는 과정에서 과도한 대응을 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경찰은 정당한 공무집행이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집회에 참여한 시민이 골절상을 입고 애꿎은 위안부 소녀상까지 훼손됐다. 

지역 노동·시민단체들이 만든 '적폐청산·사회대개혁 부산운동본부 강제징용노동자상 건립특별위원회'(노동자상특위)가 지난 1일 노동절을 맞아 일본영사관 앞에 세우려 했던 노동자상을 경찰은 적극적으로 막았다. 노동자상을 지키려던 시민들과 경찰의 충돌도 발생했다. (관련 기사: 일본영사관 앞 노동자상 끝내 막아선 경찰)

노동자상특위는 이 과정에서 다수의 시민이 골절 등 심각한 부상을 당했다며 피해 사례를 수집하고 있다. 윤 아무개(37)씨의 경우 오른손이 부러져 전치 7주의 진단을 받았다. 윤씨를 비롯해 노동자상특위가 3일까지 파악한 부상자는 20명이다.

다수의 인원이 올라갔을 때 추락위험이 있는 지하철 환풍구 위까지 올라가 마구잡이로 사람들을 끌어내는 통에 자칫 대형 참사가 벌어질 뻔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일본 극우단체로부터 지켜온 소녀상, 한국 경찰이 훼손

 적폐청산·사회대개혁 부산운동본부 강제징용노동자상건립특별위원회는 3일 오전 부산일본영사관 앞에서 일제강제징용노동자상 건립을 막은 일본 정부와 외교부, 경찰, 동구청 등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적폐청산·사회대개혁 부산운동본부 강제징용노동자상건립특별위원회는 3일 오전 부산일본영사관 앞에서 일제강제징용노동자상 건립을 막은 일본 정부와 외교부, 경찰, 동구청 등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정민규

피해를 당한 건 사람뿐이 아니다. 2년 전 시민단체가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의미로 일본영사관 앞에 세운 평화의 소녀상도 피해를 입었다. 경찰이 일본영사관을 에워싸면서 노동자상과는 60m 넘게 떨어져 있던 소녀상도 지난 1일 방패에 찍히고 진압 방패 등에 밀려 지면에 고정된 소녀상의 발이 떨어져 나가고 의자도 훼손을 입었다.

일본 극우 인사의 훼손 시도 등에 대비해 시민단체가 지킴이까지 꾸려 관리해온 소녀상이 정작 자국 경찰들에 의해 피해를 당하는 일이 발생한 셈이다.


경찰은 현장을 취재하던 기자들에게까지 과잉 대응을 했다. 취재 기자에게 다짜고짜 신분증을 제시를 요구하며 경찰관직무집행법에 따라 하게 되어 있는 경찰 신분증 제시는 하지 않았다. 지난 1일 기자들의 항의를 받고 사과했지만, 3일 현장에서도 이런 일은 반복됐다.

한 일간지 기자는 "경찰이 다짜고짜 본인의 신분도 밝히지 않은 채 취재진의 신분증을 요구했다"면서 "경찰이 적법한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는 점은 분명한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이 기자는 "경찰은 문제 제기 후 취재 방해 행위에 대해 사과했지만 이틀 뒤에도 같은 행동을 했다"면서 "전혀 달라진 것이 없다"라고 비판했다.


현장을 취재한 또 다른 기자도 "정작 현장의 일본 언론들은 자유롭게 취재를 하는데 집회 소강 상태에서 노동자상을 찍으려는 한국 취재진의 취재를 막는 건 이해하기 어려웠다"면서 "박근혜 정부 시기에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라고 꼬집었다.

일본 요청에 응답한 정부...경찰 "관련 규정 따른 절차 밟았다"

 적폐청산·사회대개혁 부산운동본부 강제징용노동자상건립특별위원회는 3일 오전 부산일본영사관 앞에서 일제강제징용노동자상 건립을 막은 일본 정부와 외교부, 경찰, 동구청 등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적폐청산·사회대개혁 부산운동본부 강제징용노동자상건립특별위원회는 3일 오전 부산일본영사관 앞에서 일제강제징용노동자상 건립을 막은 일본 정부와 외교부, 경찰, 동구청 등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정민규

경찰의 이런 행동은 '적절한 대응'을 요청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요청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응이다. 2016년 말 일본영사관 앞 소녀상 설치 이후 이를 극도로 불편하게 여겨온 일본 정부는 그동안 노동자상 설치 시도를 막기 위한 노골적인 활동을 벌여왔다.

노동자상건립특위는 3일 오전 일본영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형 참사의 위험에도 아랑곳없이 폭력진압을 강행한 경찰 책임자를 즉각 파면하라"면서 "모든 법적 대응을 포함하여 강제징용노동자상건립대회를 폭력으로 짓밟은 것에 대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정부를 향해서는 "상 하나에 경기를 일으키는 것 보니 자신들이 저지른 부끄러운 역사를 알고는 있는 모양"이라면서 "소녀상 옆에 노동자상이 자리 잡지 못하니 안심이 되는가, 착각하지 마라"라고 일갈했다.

과잉진압 논란이 커지자 경찰도 해명 입장을 냈다. 부산지방경찰청 측은 "영사관 주변 집회가 불허 통보가 되어 있는 상황에서 많은 수의 참석자들이 집회금지구역인 영사관 쪽으로 노동자상을 밀고 왔으며 경찰은 수 회에 걸쳐 경고방송 등 관련 규정에 따른 절차를 밟은 후 참석자들을 영사관 부근에서 분리하는 과정에서 부득이하게 충돌이 발생했다"라고 밝혔다.
#강제징용노동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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