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원에 신발을 신고 들어간 김 위원장의 숨은 의도 가운데 하나는 맨발을 보여주면 발바닥이 너무 넓어 보기 싫어서 라는 것.
'장성민의 시사탱크' 갈무리
이러한 관심은 시사보도 프로그램에서뿐 아니라 <TV조선> 뉴스 프로그램에서도 이어졌다. 2014년 9월 30일 뉴스9 '김정은, 양쪽 발목뼈에 금⋯10여일 전 수술 받은 듯', 10월 1일 뉴스7 '김정은, 양쪽 발목뼈에 금⋯10여일 전 수술 받은 듯', 10월 14일자 뉴스특보 '김정은의 발목, 여전히 주시대상' 등의 기사가 보도됐다.
사실 <TV조선>은 김 부부장의 키 걱정도 전례가 있다. 지난 2월 17일 '뉴스현장'에서 ''개막' 김여정 vs. '폐막' 이방카'라는 주제로 이야기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평창올림픽 폐막식에 이방카 선임고문를 보내는 이유로 키 작은 김 부부장과 북한의 코를 납작하게 하려는 전략이 있다고 했다.
물론 5월 3일 <TV조선> '시사쇼 이것이 정치다'와 비슷한 시간에 하는 <채널A> '정치 데스크'에서도 김 위원장의 '키높이 구두'를 다루긴 했다. 하지만 '걷기 힘들어 보인다' '연출한 것이다' '김여정 관할이다' 등의 이야기에 2분 정도 할애한 것에 견주면 <TV조선>은 너무 지나치다.
<TV조선>이 2014년 김 위원장 발목에 큰 관심을 가졌을 때도 <채널A>는 2014년 9월 10일 '뉴스특급'에서 '김정일, 7cm 키높이 구두 애용⋯아버지에 열등감?' 2014년 3월 13일 'NEWS TOP10'에서 '패기머리·키높이 구두⋯'김정은 스타일' 만든 그녀' 등을 다뤘을 뿐이다.
북한 관련 가십 보도는 본질 호도이러한 <TV조선>의 북한 관련 보도는 전형적인 '가십성' 보도다. 지극히 개인적이지만 정확한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추측성 내용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해, 흥미를 끌고자 하는 보도일 뿐이다. 프로그램 내에서 '추측된다' '예상된다' 등이 난무하고, 김 위원장의 '키높이 구두'에서 '김정은의 우상화 의도' '위태로운 북한 체제' 등의 과도한 의미가 추출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가십은 사람들 입에 잘 오르내릴 만한 내용을 담고 있다. 가십은 잘 소비된다. 북한 관련 가십은 더욱 잘 소비된다. 한민족이면서 폐쇄적인 북한은 호기심 대상이고, 시청률을 올리는 데 기여한다. <TV조선>이 북한 관련 가십 보도에 열을 올리는 이유다.
가십까지 다룰 수 있는 <TV조선>의 여유는 방영중인 시사보도 프로그램이 많은 데서도 원인을 찾을 수 있다. <TV조선>은 지난해 방송통신위원회의 종합편성채널 재승인 심사 결과에서 탈락점수를 받았다. 시사보도 편중이 심해 프로그램 다양성이 보장되지 못해서다. 실제로 평일 하루에 메인뉴스인 '뉴스9'을 빼고 <TV조선>에서 방영하는 시사보도 프로그램은 일반적으로 6개다('뉴스 퍼레이드' 'TV조선 네트워크 뉴스' '신통방통' '보도본부 핫라인' '사건파일24' '시사쇼 이것이 정치다'). 게다가 같은 시간 다른 종편 비슷한 시사보도 프로그램들과도 경쟁해야 한다.
하지만 가십 보도는 본질을 호도한다는 점에서 문제다. 5월 3일 '시사쇼 이것이 정치다'에서 <TV조선>이 김 위원장의 '키높이 구두'를 이야기하면서 같이 이야기한 것 가운데 더 중요한 내용도 들어있었다. 북미정상회담에 예상되는 북한과 미국의 수행원들이다. 이는 북미정상회담에서 어떤 의제가 더 중요하게 다뤄질지 예상해볼 수 있고, 한국은 이에 어떻게 대비해야 하고 회담 이후에는 어떤 행보를 발 빠르게 보여야 할지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이마저도 김 부부장과 이방카 선임고문의 키 차이로, 즉 가십으로 끝을 맺었다.
<TV조선> '시사쇼 이것이 정치다' 프로그램 소개를 보면, '정치 이슈에 집중해 심도 있는 토론을 지향했던 [이것이 정치다]에 사건·사고, 문화·연예, 경제 등 사회적 파장이 큰 오후의 뉴스 현장을 생생하게 담은 업그레이드 버전 시사 쇼 프로그램'이라고 쓰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