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 침묵을 깨다' 집회에 모인 간호사들과 시민들
박정훈
"태움이 없어졌다고 생각하십니까?""아니오!""일하기 편하십니까?""아니오!"열악한 노동조건 속에서 어려움을 호소해오던 간호사들이 나이팅게일의 생일인 '국제 간호사의 날'을 맞아 광장에 모였다. 비를 막기 위해 우비를 쓴 이들이 풍선과 피켓을 들고 '변화'를 꿈꾸며 소리쳤다.
세계 간호사의 날인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고 박선욱 간호사 사망사건 공동대책위원회' 주최로 '간호사, 침묵을 깨다' 집회가 열렸다.
2017년 9월부터 서울아산병원에서 근무하던 박선욱 간호사는 지난 2월 15일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직장 내 괴롭힘인 '태움'과 간호사의 열악한 노동조건 등이 죽음의 원인이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그러나 서울아산병원은 아직까지 공식적인 사과나 재발방지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 모인 간호사들과 시민들은 박선욱 간호사의 사망에 대해 서울아산병원에 책임을 묻는 한편, 간호사의 인권과 노동 환경 개선을 이야기했다.
"다들 잘 버티고 계십니까"... "참으라고만 했던 게 후회된다"중환자실에서 일하는 김소영 간호사는 자유발언을 통해 "다들 잘 버티고 계십니까?"라고 질문하며 "어쩌다가 간호사가 버텨야 하는 직업이 된 것일까. 출근할 때면 나라는 존재가 사라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같이 버티던 동기들은 간호계 질렸다고 떠나고 있다"라며 고통을 호소했다.
이어 그는 "(구조적인 문제를) 애써 모른척 했다. 그런데 한 신규 간호사의 죽음이 저를 바꿔놨다. 버티기만 하면 미래가 없다는 것을 우리에게 가르쳐줬다. 버티지 않고 이겨낼 것이다. 우리는 침묵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해 청중들의 박수를 받았다.
박선욱 간호사의 스승이었던 유문숙 아주대학교 간호대학장은 제자의 죽음이 명백하게 '구조적 문제'라고 밝혔다.
"선욱이는 저의 제자입니다. 내세울만큼 특별한 아이입니다. 지금도 강의실 앞에서 옆에서 조는 친구 손 잡아주던게 눈 앞에 선합니다. 선욱이는 절대로 나약하고 수동적인 애가 아니었습니다. 자기 일 잘해내고 오히려 남은 시간에 상대방이 모르게 일 도와주는 친구였습니다. 그런데 입사하고 6개월만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게 개인의 문제입니까?" 유 학장은 "졸업생들에게 1년만 참으면 발 뻗고 잘 수 있다며, 그저 참으라고만 했던 게 너무나 후회된다"라며 "간호사가 안전해야 환자가 안전해진다. 간호사가 쓰러지면 환자도 쓰러진다"라고 말했다. 간호사의 안전을 지키는 게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첫 단계라는 이야기다.
유가족의 외침 "아산병원, 진심으로 선욱이에게 사과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