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논란의 중심에 선 MBC (사진 출처 : 미디어오늘)
민주언론시민연합
단순 블러처리 생각한 무감수성 생각하면 어처구니없다MBC가 세월호 보도 참사를 기회 삼아 문제를 개선하겠다고 공영방송 정상화를 외치며 장기간 파업을 한 방송사였던 점을 떠올리면 어처구니가 없는 사고이다. 프로그램만 놓고 볼 때 그 상황에 자료 화면을 꼭 썼어야 했는가도 의문이지만, 세월호가 침몰 중인 상황을 내보내고 있던 화면을 단순 블러처리 해서 사용해도 괜찮겠다고 생각한 무감수성에 말문이 막힌다.
그런데 이런 사고는 전에도 있었다. 왜 이런 사고가 반복될까? MBC뿐 아니라 다른 방송사들에서도 이 같은 실수가 있었다.(연합뉴스, <'전참시' 사태로 본 방송화면 사고 이력과 원인>, https://bit.ly/2ICjOb3) 공식 사과방송을 내보내고 진상조사 후 책임자 문책이 이뤄진 적도 있다. 제작진도 당황할 만큼 실수했다는 사과가 반복되었다. 그래픽이나 CG를 담당하는 개인의 부주의로 발단이 되었지만 담당 PD가 최후에 걸러 내거나 검수해내지 못한 탓이라는 절절한 반성이 있었다. 그런데 왜 이 같은 불량방송 사고가 되풀이되는가?
방송사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제작진의 부주의'를 원인으로 꼽는다. 해당 방송 자료 화면을 찾는 과정에서 합성되었거나 왜곡된 이미지를 정상 이미지와 구분하지 못하고 사용했다는 점이다. 물론 고의적으로 그러한 이미지를 사용하려 했던 것이 아닌가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사안의 중요도와 정도를 볼 때 일부러 그랬다는 정황은 억측일 것 같다. 그렇다면 이러한 부주의를 만들어내는 여러 요인을 점검하고 실수를 줄여나가는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개인의 부주의부터 제작 환경 점검까지... 진상조사위는 점검범위 넓혀라개인의 실수로 벌어지는 일이라면, 시사적 이슈에 대한 무지를 탓하지 않을 수 없다. 논란이 됐던 다수의 사례들이 뉴스보다는 예능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시사적 이슈에 대해 평소 관심이 없었던 탓으로 볼 수도 있다. 사회적이고 시사적인 사태에 대한 관심이 없어서 사안의 심각성을 크게 예측하지 못했다는 건데, 방송 제작자로서 이 사안의 심각성을 모를 정도라면 그 자체가 더 큰 문제가 아닌가 싶다.
둘째 개인의 의도와는 전혀 상관없이 방송사 내에서 검색하거나 찾은 자료가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있는 결과물이 될 수밖에 없는, 말하자면 최선의 원료 환경이 되어 있지 못한 경우도 배제할 수 없다. 적합한 자료화면을 찾으려 할 때 이미 문제의 소지가 있는 영상으로 검색 결과가 나오도록 시스템적인 환경이 갖춰져 있는 경우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검색 결과로 찾아진 이미지를 여러 개 두고 2차, 3차 적합한지 아닌지 검토해야 하지만 일단 가장 먼저 찾아진 이미지로 우선 채택해서 일을 덜려는 관성이 있었을 수도 있다.
이러한 까닭에 프로그램 제작이 성급하게 이뤄져야 하는 제작 시스템 문제가 함께 제기된다. 셋째는 문제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릴 검토시간이 충분하지 않아서라는 지적이다. 방송 제작 환경의 병폐는 오래전부터 제기됐다. 촬영도 급하고, 편집도 빨리해서 방송에 내보내야 하는 만성적이면서 열악한 제작 관행도 간과할 수 없다.
특정 자료 영상 하나까지 검토하거나 생각해 볼 여유가 없는 상황이었거나, 영상을 편집하고 나서 검토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했다거나, 품질 검토를 위한 특별한 프로세스가 누락되었거나 아예 없던가, 이 같은 기능적 분화가 이뤄질 수 없는 구조적 조건 등이 문제가 될 수도 있다.
MBC정상화는 진상조사위의 노력에 달렸다.조사 결과가 나오면 더 정확해지겠지만, 공영방송 MBC의 정상화 노력이 의심받는 일로 치닫는 사태는 없길 바라는 마음이다. 그러한 탓에 개인의 잘못만이 아니라 조건적이고 구조적인 문제점을 찾는 것에도 주의를 기울여주었으면 한다. 그 첫 단추가 진상조사위의 범위와 노력의 정도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