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피정의집에 걸린 부처님오신날 축하현수막.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아제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모지사바하!"
<반야심경>의 마지막 주문 구절이다. 그런데 이 글귀를 적은 현수막이 가톨릭 수도회에서 내건 것이라면 믿을 수 있겠는가?
부처님오신날을 일주일 정도 앞둔 지난 17일, 서울 성북구 성북동에 위치한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피정의 집 건물 앞에는 현수막 하나가 나붙었다. 불기 2562년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이곳을 지나는 많은 이들에게 종교 간에 평화롭게 지내자는 화합의 의미를 보여주기 위해 내건 것이었다.
특히 현수막의 아래에는 'Buddha's Birthday'라는 문구를 넣어 부처님오신날 축하 의미까지 담았다. 그리고 왼쪽에는 4개의 연등까지 달았다. 부처님이 원했던 '차별 없는 세상'을 위해, 차별 없는 종교가 먼저 손을 내민 것이다.
지금까지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교회나 성당 등에서 아기 부처의 탄신을 축하하는 현수막을 건 사례는 많았다. 하지만 그 흔한 축하 문구 한 줄 없이 불교 경전의 주문으로만 채워진 이 현수막은 그래서 더욱 감동으로 다가온다.
'아제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모지사바하'. 불교 경전 가운데 가장 많이 알려진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보통 줄여서 <반야심경>이라 부름)에 등장하는 이 주문은 굳이 번역한다면 '가자 가자 모두 이상향의 세계로 가서 영원한 깨달음을 이루자.'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깨달음을 얻기 위한 길을 '혼자'가 아니라 '함께' 가자고 당부하는 의미다.
올해 부처님오신날 봉축표어가 '지혜와 자비로 세상을 아름답게'라는 것을 참작하면, 국내외 정세와 사회 양극화를 화합으로 극복해보자는 의미의 이 현수막이 어쩌면 가장 일맥상통할지도 모르겠다. 차별 없는 세상을 바라던 부처님의 가르침도 아마 이 현수막의 의미와 같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