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안전하게 휴식을 취해야 하는 공간에서조차 안전을 위협당하는 오늘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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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에서조차 불안을 겪고 있는 도구적 인간도구적 인간(Homo faber)이라는 말답게, 사람은 일어나서 잠들기까지 제품을 사용한다. 그러나 끊이지 않는 제품 관련 안전사고로 도구적 인간들은 일상적 불안을 겪고 있다. 심지어 이제는 잠 자면서조차 제품의 위험성을 걱정하게 되었다. 건강에 좋은 음이온을 사용하였다는 침대에서 기준치를 훌쩍 넘는 1급 발암물질 라돈이 검출된 것이다.
이러한 제품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국가가 제품안전관리 시스템의 구축과 정비를 강제할 필요가 있다. 소비자에게는 정보가 없고, 기업은 이윤을 추구하는 것이 태생적 한계라는 점에서 그렇다.
다행히도 제품으로 인한 피해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총괄법으로 '제품안전기본법'이 이미 마련되어 있다. 제품안전기본법은 제품안전을 위한 시장 사후관리, 정보 공유, 기술개발 지원 등이 체계적이고 효과적으로 수행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2011년 제정되었고 이후 몇 차례 개정되었다.
넘치는 재량 규정, 사실 공표까지도 의무가 아닌 재량 제품안전기본법에 따르면,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시중에 유통되는 제품에 대하여 일정한 경우 안전성조사를 할 수 있다(제9조). 위해성이 확인된 경우 수거 등(이는 흔히 알고 있는 '리콜'을 말한다)을 명령하고 그 사실을 공표할 수 있으며, 안전성 조사의 결과도 공표할 수 있다(제11조, 제15조의2).
문제는 이러한 안전성 조사 관련 규정에 재량 사항이 너무나 많다는 것이다. 안전성 조사부터 의무가 아니라 재량인데, 이 안전성 조사의 결과 공표, 나아가 위해성이 확인된 경우마저 그 사실의 공표가 재량이다.
기본적으로 안전성 조사, 그 결과, 리콜 사실 공표는 당연히 의무적으로 이루어져야 마땅하다. 국가인권위원회도 2018년 2월, 소비자 알 권리 및 소비자 선택권 등의 보장을 위해 제품안전기본법 제11조에 따른 공표를 의무화하도록 개정하라고 권고하기도 했다.
소비자 안전성 조사 요청이 활성화될 수 있어야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5명 이상의 소비자가 일정한 요건을 갖추어 시중에 유통되는 제품에 대한 안전성 조사를 요청하는 경우 원칙적으로 이에 응해야 한다.
다만, ① 소비자가 요청한 수준의 안전성 조사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없는 경우, ② 안전성 조사의 요청 건수가 과도하여 업무에 중대한 지장을 초래하는 경우, ③ 동일한 소비자가 동일한 목적으로 안전성 조사를 반복적으로 요청하는 경우, ④ 특정한 사업자를 이롭게 할 목적으로 안전성 조사를 요청하는 경우 등 공익적 목적에 반하는 경우는 예외이다(법 제9조의2 제1항, 시행령 제5조의2).
소비자의 제품 안전성 조사 요청권을 둔 것은 타당하지만 위 예외 사유가 너무나 모호한 것은 문제이다. 특히 '소비자가 요청한 수준의 안전성 조사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없는 경우'가 구체적으로 어떠한 경우인지, '건수가 과도하여 업무에 중대한 지장을 초래하는 경우'라는 것은 무엇을 기준으로 하는 것인지 의문이다. 제외 사유 해석의 여지가 넓을수록 그 불이익은 결국 소비자에게 돌아간다.
또한 위 소비자 요청에 의한 안전성 조사에 드는 비용과 수수료 등을 소비자가 부담하도록 한 것도 중대한 제약 중 하나이다(법 제9조의2 제2항, 시행령 제5조의2 제6항). 소비자로서는 비용의 상한 등을 예상하기가 어려워 망설여질 수밖에 없다. 이에 관한 재원 마련과 지원이 필수적인 이유이다.
법망의 사각지대를 없애 또 다른 참사 막아야 법령 체계의 정비도 필요하다. 한국처럼 제조물 안전 기본법이 소비자기본법과 제품안전기본법과 같이 병존해 있는 나라는 없다. 법령을 기준으로 주무 부처가 나뉘는 현실을 고려할 때, 이는 체계적인 정부 정책의 시행을 막는 원인이 된다.
아울러 개별 제품안전법령의 허점 보완도 시급하다. 라돈 침대 사건도 생활방사선법상 방사선 물질을 이용한 가공 제품의 경우 안전 기준만을 두고 있을 뿐, 기준 준수 여부를 사전에 통제하고 관리하는 규정이 전혀 없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법이 모든 것을 완벽하게 규율할 수는 없지 않겠느냐는 변명을 받아주기에, 우리는 이미 너무 많은 제품 안전사고를 겪었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도 결국 법망의 사각지대로 인하여 벌어진 참사이다. 환경과 안전, 건강과 관련된 문제만큼 사전예방이 중요한 것은 없다. 예정된 또 다른 참사를 두고만 볼 것인지, 아니면 이를 사전 예방할 것인지는 안전관리 도구인 법을 어떻게 만드느냐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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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돈 침대 쇼크'까지... 우리는 언제까지 불안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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