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나라 핵 어쩌지? 미국 머릿속에 가득한 '이것'

[역사로 보는 오늘의 이슈] 이스라엘-중국-인도-파키스탄의 핵을 대했던 그들의 태도

등록 2018.06.03 13:37수정 2018.06.03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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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부시 행정부 이래로 미국은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 원칙을 내세웠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지난 5월 2일 취임사에서 Complete를 Permanent로 대체한 PVID(영구적이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새로 내놓기도 했다. 실질적 차이는 크지 않아 보인다.

CVID든 PVID든 북한을 비핵화시키겠다는 미국의 입장에 특별한 변화가 없는 한 앞으로 계속 이 문구들은 언급될 듯하다. 이것은 북한과의 핵 협상에서 주요 원칙이 될 것이다.

그런데 지난 60년간 미국이 걸어온 발자취를 추적해보면, 핵 협상에서 미국이 적용한 최상위 원칙이 결코 비핵화가 아니었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밖에 없다. 리비아 모델처럼 비핵화를 관철시킨 사례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례도 적지 않다. 비핵화 위에 최상위의 원칙이 따로 있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1948년 건국 직후부터 핵개발을 추진하다가 1956년부터 프랑스의 기술 지원을 받아 1960년대에 핵보유국이 됐다. 미국은 1957년 말부터 이를 포착했다. U-2 정찰기가 이스라엘 네게브 사막에서 프랑스의 핵무기 개발용 원자로 시설과 유사한 시설을 발견했다. 훗날 네게브 핵연구 센터로 알려지게 되는 곳이다. CIA는 이런 사실을 1958년 초에 아이젠하워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이스라엘에 핵개발 '묵인'한 미국, 왜냐면

 미국 정찰위성이 촬영한 이스라엘 네게브 핵연구 센터. 디모나 핵개발 센터로도 불린다.
미국 정찰위성이 촬영한 이스라엘 네게브 핵연구 센터. 디모나 핵개발 센터로도 불린다. 퍼블릭 도메인

하지만 아이젠하워와 미국은 제지하지 않았다. 북한·이란·리비아한테 하듯 하지 않은 것이다. 미국의 모순적 태도는 보수 논객 조갑제씨의 글에서도 지적됐다. 2011년 1월 27일 치 <뉴데일리>에 실린 '심층 취재/ 이스라엘 핵개발 비화'에서 조갑제씨는 미국을 이렇게 은근히 비꼬았다.

"분석 결과는 CIA에 의해 이듬해 초 아이젠하워 대통령에게 전달되었다. 이런 정보에 민감한 2차 세계대전의 영웅은 이 건에 대하여는 무심했다. 보고자에게 질문도 하지 않았다. 이런 보고는 듣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백악관의 참모들도 친이스라엘 성향이 강해 비밀 핵개발 문제를 공식적으로 거론하지 않았다."


1969년 9월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과 골다 메이어 이스라엘 총리는 "이스라엘이 공개적 선언이나 핵실험을 통해 핵무기의 보유를 알리지 않으면, 미국은 이스라엘의 핵 사업을 묵인하고 보호할 것이다"라는 밀약을 체결했다. 이 문서는 현재 비밀 해제돼 있다. 

현대 세계를 주도하는 문명은 미국 기독교다. 이 나라를 지배하는 민족은 신약성경을 믿는 앵글로색슨족 같다. 하지만 물론 그런 면도 많지만, 본질을 향해 깊숙이 파고들다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그 본질이라는 알맹이에 둘러싸인 것은 구약성경을 믿는 유대인이다. 신약이 세계를 지배하는 것 같지만, 실은 구약이 배후에서 신약을 조종하고 있는 것이다.


유대인이 미국을 지배하고 있다는 점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외교부에서 국장과 대사직을 역임한 박재선씨의 논문 '미국의 유대인 파워'에 이런 대목들이 있다. 이 논문은 요약형 논문이라 '~이다'로 끝나지 않고 '~음, ~임, ~함'으로 끝난다.

"FRB(연방준비제도)의 역대 의장과 이사진 중 절반 이상이 유대인임. … 산하 12개 연방은행의 행장도 대부분 유대인임. … 소수인 미국 유대인은 정계에 직접 참여하기보다는 미국 정치권력의 판도를 잘 관찰하고 지원하여 자신들에게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을 기본 전략으로 삼고 있음. 그럼에도 의회와 행정부에 직접 참여하는 인물도 적지 않음. 유대인은 평균적으로 하원의원 30명, 상원의원 10명을 고정 배출하고 있음." - 'JPI 정책포럼', 제주평화연구원, 2011년.

유대인은 미국 인구의 2%를 조금 넘지만, 경제·정치 등 제반 영역에서 미국을 조종하고 있다. 이 유대인을 매개로 미국과 이스라엘이 동맹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은 이스라엘 핵무기가 자국을 겨냥할 가능성을 겁내지 않는다. 미국 입장에서는, 이스라엘을 비핵화시키기보다는 이스라엘과 동맹해 중동 이슬람을 견제하는 게 더 유리하다.

이스라엘도 비핵화시키는 게 최상의 그림이겠지만, 미국 국익에 도움이 되는 측면도 있으므로 굳이 억지로 비핵화시킬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긴다는 식인 게다.

중국-인도 핵을 대한 미국의 자세

 아이젠하워 대통령. 서울시 용산동의 전쟁기념관에서 찍은 사진.
아이젠하워 대통령. 서울시 용산동의 전쟁기념관에서 찍은 사진. 김종성

중국은 1950년대 후반부터 미국의 압박 속에 핵개발을 추진했다. 케네디 대통령은 "중국의 핵실험은 1960년대 최악의 사건이 될 것"이라며 기존의 경제제재를 유지하는 것은 물론이고, 소련과 함께 외교적 압박을 가하는 것에 더해 중국 핵시설에 대한 선제타격까지 검토했다. 이런 속에서도 1964년 핵실험에 성공했다.

하지만 1968년부터 베트남전쟁이 꼬이고 아시아 패권이 동요하자, 미국은 입장을 180도 선회했다. 중국과의 우호관계를 바탕으로 아시아 패권을 지킬 목적으로 중국 핵무기를 국제법적으로 합법화해줬을 뿐 아니라, 동맹국 대만(자유중국)이 갖고 있던 안보리 상임이사국 지위를 빼앗아 중국에 주더니, 나중에는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수교까지 했다.

1968년 이후의 미국은 중국 비핵화로 힘을 빼기보다는, 중국을 이용해 아시아 패권을 유지하는 방향을 지향해왔다. 할 수만 있다면 중국도 비핵화시키고 싶겠지만, 여의치 않으므로 이를 적극 활용하는 쪽으로 선회한 것. 

인도는 1974년 5월 18일 지하 핵실험을 단행했다. 이른바 '미소 짓는 부처' 사건이다. 인도에서는 힌두 달력으로 제2월 보름날이 부처님 오신 날이다. 올해 한국에서는 5월 22일이 그날이었지만, 인도에서는 4월 30일이 그날이었다. 1974년 인도에서는 5월 6일이 그날이었다. 그로부터 얼마 뒤 핵실험을 했기 때문에 인도 핵실험을 '미소 짓는 부처'로 불렀을 거라는 시각이 있다.

핵실험을 성사시킨 인디라 간디 총리는 '미소 짓는 부처'를 '평화적 목적의 핵실험'이라고 선전했다. 하지만, 미국은 그 미소가 불쾌했다. 그래서 경제제재를 가했다. 안준호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선임 사찰관의 <핵무기와 국제정치>는 이렇게 설명한다.

"평화적 핵폭발이 성공한 뒤, 미국과 캐나다는 인도의 모든 원자로에 대한 핵연료 공급과 모든 기술 협력을 중단시켰다. 인도는 국제사회에서 보내는 비난과 함께 곧 경제적 위기를 맞이하게 되었고, 그로 인해 인디라 간디 수상의 인기는 추락하게 되었다."

 인디라 간디.
인디라 간디. 퍼블릭 도메인

그렇게 인도를 압박했던 미국은 불과 13년 만에 태도를 바꿨다. 1987년, 인디라 간디의 아들인 라지브 간디 총리를 미국에 초청한 것이다. 그러고는 경제·군사협력을 약속했다. 비핵화는 요구하지 않았다. 추가적 핵실험이나 하지 않았으면 하는 게 미국의 바람이었다.

미국의 태도가 바뀐 이유 중 하나는 인도 핵무기가 갖는 전략적 의미에 대한 재평가에 있다. 인도 핵무기는 미국보다는 다른 나라들을 겨냥하는 측면이 컸다. 그중 하나는 파키스탄이다.

파키스탄은 1974년 인도 핵실험에 자극받아 핵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1986년에는 원자폭탄용 우라늄 농축에 성공했다. 당시 미국은 이를 묵인했다.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한 소련을 견제하자면 파키스탄과의 협력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어느 정도는 파키스탄을 견제할 필요성을 느껴, 1987년에 인도 지도자를 미국에 불러들인 것이다. 

인도 핵무기는 중국을 견제하는 측면도 있었다. 2017년에 <세계지역연구논총> 제35집 제3호에 실린 오세정의 논문 '비공식 핵 보유 국가가 공식적 핵 보유 국가로 부상하는 단계적 전략: 인도의 4단계 핵 보유 전략 프로그램을 중심으로'에 이런 대목이 있다. 인도의 핵 보유로 중국이 처한 곤경을 설명하는 대목이다.

"(중국은) 위로는 소련, 아래로는 인도의 핵 위협에 대항해야 할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 인도가 핵무기를 보유하게 됨으로써 중국의 아시아 지역 패권 달성에 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

이처럼 인도 핵무기는 파키스탄 핵개발 및 중국의 아시아 패권을 견제하는 효과가 있었다. 그래서 1987년에 미국이 전향적 태도를 취한 것이다. 중국 핵무기를 합법화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인도 핵무기로 중국 핵을 견제하고 있는 것이다. 할 수만 있다면 인도도 비핵화시키는 게 최선이지만, 미국 국익에 부합하는 측면도 있으므로 용인하는 쪽으로 태도를 바꿨다.

미국에 있어 최우선 원칙은 다름 아닌...

어떤 나라한테는 핵 보유를 인정하고 어떤 나라한테는 금지하는 미국의 태도를 두고 '일관성이 없다'고 지적하는 목소리가 많다. 하지만, 일관성은 분명히 있다. 소련 같은 큰 산이라면 몰라도 그 이외 나라의 핵 보유에 대해서는 미국의 입장은 아주 일관되다.

NPT 조약을 통해 미국이 합법적 핵보유국으로 인정해준 안보리 5대 상임이사국 이외의 국가가 핵을 보유하는 것은 최대한 억제하되, 미국의 세계전략과 상치되지 않으면 무리하면서까지 억제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상대방을 불법 핵보유국으로 몰았다가도, 비핵화가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국익에 합치되는 측면마저 보이면 언제든 핵 보유를 공식 혹은 사실상 인정해주는 모양새다. 따라서 핵협상에서 미국의 최상위 원칙은 비핵화가 아니라 '국익'인 것이다. 비핵화는 하위 원칙이라 할 수 있다.

이 점이 북미 핵협상이라고 해서 적용되지 말란 법은 없다. 북한을 비핵화시키는 게 너무 어렵다는 느낌이 드는 가운데 북한 핵무기가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국익 향상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내부 의견이 계속 제기되면, 이스라엘·중국·인도·파키스탄에 했던 것 같은 태도를 표방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미국의 최종 목표가 비핵화에 있다는 전제 하에 CVID니 PVID니 하는 개념에 매몰된다면 북미관계를 정확히 예측하는 게 힘들어진다. 경우에 따라서는 D가 A(alliance, 동맹)나 R(relationship, 동반자 관계)로 바뀔 수도 있다.

완전한 혹은 영구적이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동맹이나 동반자가 될 수 있을지가 최종 판단의 기준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물론 가급적이면 비핵화 원칙을 관철시키려 하겠지만, 부득이한 경우에는 미국이 최상위 원칙을 들고 나올 가능성도 있다.
#북미 핵협상 #CVID #PV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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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ongsung.com.시사와역사 출판사(sisahistory.com)대표,제15회 임종국상.유튜브 시사와역사 채널.저서:친일파의 재산,대논쟁 한국사,반일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조선상고사,나는 세종이다,역사추리 조선사,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못하나,발해고(4권본),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 등등.

오마이뉴스 전국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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