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라 간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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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인도를 압박했던 미국은 불과 13년 만에 태도를 바꿨다. 1987년, 인디라 간디의 아들인 라지브 간디 총리를 미국에 초청한 것이다. 그러고는 경제·군사협력을 약속했다. 비핵화는 요구하지 않았다. 추가적 핵실험이나 하지 않았으면 하는 게 미국의 바람이었다.
미국의 태도가 바뀐 이유 중 하나는 인도 핵무기가 갖는 전략적 의미에 대한 재평가에 있다. 인도 핵무기는 미국보다는 다른 나라들을 겨냥하는 측면이 컸다. 그중 하나는 파키스탄이다.
파키스탄은 1974년 인도 핵실험에 자극받아 핵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1986년에는 원자폭탄용 우라늄 농축에 성공했다. 당시 미국은 이를 묵인했다.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한 소련을 견제하자면 파키스탄과의 협력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어느 정도는 파키스탄을 견제할 필요성을 느껴, 1987년에 인도 지도자를 미국에 불러들인 것이다.
인도 핵무기는 중국을 견제하는 측면도 있었다. 2017년에 <세계지역연구논총> 제35집 제3호에 실린 오세정의 논문 '비공식 핵 보유 국가가 공식적 핵 보유 국가로 부상하는 단계적 전략: 인도의 4단계 핵 보유 전략 프로그램을 중심으로'에 이런 대목이 있다. 인도의 핵 보유로 중국이 처한 곤경을 설명하는 대목이다.
"(중국은) 위로는 소련, 아래로는 인도의 핵 위협에 대항해야 할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 인도가 핵무기를 보유하게 됨으로써 중국의 아시아 지역 패권 달성에 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이처럼 인도 핵무기는 파키스탄 핵개발 및 중국의 아시아 패권을 견제하는 효과가 있었다. 그래서 1987년에 미국이 전향적 태도를 취한 것이다. 중국 핵무기를 합법화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인도 핵무기로 중국 핵을 견제하고 있는 것이다. 할 수만 있다면 인도도 비핵화시키는 게 최선이지만, 미국 국익에 부합하는 측면도 있으므로 용인하는 쪽으로 태도를 바꿨다.
미국에 있어 최우선 원칙은 다름 아닌...어떤 나라한테는 핵 보유를 인정하고 어떤 나라한테는 금지하는 미국의 태도를 두고 '일관성이 없다'고 지적하는 목소리가 많다. 하지만, 일관성은 분명히 있다. 소련 같은 큰 산이라면 몰라도 그 이외 나라의 핵 보유에 대해서는 미국의 입장은 아주 일관되다.
NPT 조약을 통해 미국이 합법적 핵보유국으로 인정해준 안보리 5대 상임이사국 이외의 국가가 핵을 보유하는 것은 최대한 억제하되, 미국의 세계전략과 상치되지 않으면 무리하면서까지 억제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상대방을 불법 핵보유국으로 몰았다가도, 비핵화가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국익에 합치되는 측면마저 보이면 언제든 핵 보유를 공식 혹은 사실상 인정해주는 모양새다. 따라서 핵협상에서 미국의 최상위 원칙은 비핵화가 아니라 '국익'인 것이다. 비핵화는 하위 원칙이라 할 수 있다.
이 점이 북미 핵협상이라고 해서 적용되지 말란 법은 없다. 북한을 비핵화시키는 게 너무 어렵다는 느낌이 드는 가운데 북한 핵무기가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국익 향상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내부 의견이 계속 제기되면, 이스라엘·중국·인도·파키스탄에 했던 것 같은 태도를 표방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미국의 최종 목표가 비핵화에 있다는 전제 하에 CVID니 PVID니 하는 개념에 매몰된다면 북미관계를 정확히 예측하는 게 힘들어진다. 경우에 따라서는 D가 A(alliance, 동맹)나 R(relationship, 동반자 관계)로 바뀔 수도 있다.
완전한 혹은 영구적이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동맹이나 동반자가 될 수 있을지가 최종 판단의 기준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물론 가급적이면 비핵화 원칙을 관철시키려 하겠지만, 부득이한 경우에는 미국이 최상위 원칙을 들고 나올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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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ongsung.com.시사와역사 출판사(sisahistory.com)대표,제15회 임종국상.유튜브 시사와역사 채널.저서:친일파의 재산,대논쟁 한국사,반일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조선상고사,나는 세종이다,역사추리 조선사,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못하나,발해고(4권본),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 등등.
오마이뉴스 전국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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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나라 핵 어쩌지? 미국 머릿속에 가득한 '이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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