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당시 해양경찰청이 공개한 모습.
해양경찰청 제공
매우 이상한 일이지만 '같은 날,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같은 사유로 죽음'이 진행됐지만 '구조해야 할 자'의 죽음은 '의로운 죽음'이 돼 버렸고, '구조되어야 할 자'의 죽음은 '조롱 받는 매우 하찮은 죽음'이 돼 버렸다. 누가 애써 이렇게 구분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언론이 분위기를 만들었고, 최소 국가가 이를 방치했던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 관련 형사 재판이 마무리 된 현 시점에서, 피해자 가족들은 이들의 구분 방법에 쉽게 동의할 수가 없다.
'구조해야 할 자'들은 침몰 임박 시점에 '구조당해야 할 자'들을 향해 최소한 "나가"라는 말 한 마디 정도는 했어야 했다. 비상 방송시설이 있었고, 유선전화, 휴대전화, 무전기 등 수많은 의사소통의 도구가 있었지만, 매우 이상하게도 그들은 상호간 구조를 위한 소통만은 하지 않았다.
심지어 죽어서도 손에 무전기를 들고 나왔던 승무원이 있긴 했으나, 승객구조를 위해 사용했다는 흔적은 찾아볼 수가 없는데, 그들이 많은 승객을 구조했다는 사실과 승객구조를 하다가 선내에서 탈출하지 못했다고 단정하는 주장에 동의할 수 있겠는가.
그럼에도 언론과 국가는 '죽어서 나온 승무원'들만큼은 모두 승객을 구조하다 사망했다고 홍보했다. 참사 첫날부터 언론에서는 어떤 사람은 50명을 구조했다고 하고, 또 어떤 사람은 15명을 구조했다고 보도했다. 그들을 '의사자로 지정'함으로써 '의로운 죽음, 매우 영웅 같은 죽음'으로 추켜세웠다.
사실일까. 증거가 있는가. 확실한 목격자는 있는가. 적어도 내가 검토한 세월호 참사 관련 재판 자료에서는 명확한 근거와 증거를 찾을 수가 없었다. 단순히 이곳에서 저곳으로 이동했다는 증거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세월호의 사무장 양대홍은 앞서 말씀드렀던 5층 선원들 선실 앞 통로에서부터 4층을 거쳐 그리고 3층의 주방까지 내려와 사람들을 구조하기 위해 애를 썼다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비록 양대홍 사무장은 모두의 바람에도 불구하고 결국 희생자로 발견이 되었습니다. 때문에 양대홍이 층간 이동할 때 피고인 박기호처럼 승무원 전용통로를 이용하였는지 아니면 이와 같은 승객들이 이용하는 중앙계단을 이용하였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추후 각 층에서 양대흥을 목격한 자들의 증언을 통하여 층간 이동 및 승객 구조 활동이 가능했다는 점은 명백해질 것입니다." - 선원 1심 2회 공판조서 중 일부나는 이 죽음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보건복지부와 검찰을 상대로 세 차례에 걸쳐 정보공개청구를 신청했지만, 현재까지 명확한 답변을 들은 바 없다.
[보건복지부 공개 내용] 안녕하십니까? 의사상자 심사에 관하여 귀하께서 공개를 요청한 정보는 의사상자 심사에 한하여 사용하는 조건하에 제공 받은 수사자료 등으로 공개가 불가함을 알려드리니 양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 근거 :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 제1항 제4호, 제6호 [광주지검의 답변](후일 다시 확인한 결과에 의하면 목포해양경찰서에서 제공한 것으로 추정됨 - 글쓴이 주)검찰은 수사·재판자료 외에 의사상자 지정과 관련한 별도의 자료를 가지고 있지 아니하고, 의사상자 지정과 관련해 의사상자 지정에 대한 처분관청인 '보건복지부'에 제공한 자료가 없으며, 보건복지부에서 의사상자 심사에 있어 어떠한 자료를 토대로 판단하였는지 알 수 없으므로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6조 제3항 제1호에 의거 정보부존재 통지하오니 이 점 양지하여 주시기 바랍니다.그렇다면 정말 그들은 승객들의 안전을 위해 자신들의 목숨을 버렸을까? 개인적으로 나는 '의사자 지정사유의 적합성 여부와 상관' 없이 당시 안내데스크에 있던 여자 승무원이 '매점의 문을 잠그는 행위' 정도까지는 실제 있었던 행위일 것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나머지 부분은 '소설'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매우 상식적인 입장에서 판단해 보면 보다 명확해진다. 세월호 침몰 당시 3층 안내데스크에는 건장한 남자 승무원이 1명 있었고, 남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건장한 남자 승객들도 사망 여자 승무원과 함께 있었다.
이들이 침몰하는 선박 내에서 20살 갓 넘은, 그것도 치마를 입고 있던(결코 여성비하 발언이 아니다, 실제 그녀가 입고 있던 복장을 묘사한 것이다) 승무원의 도움을 받아 50명씩이나 살아서 퇴선했다는 것은 지나친 상상이라 할 것이다. 서로 협조하면서, 당겨주고 밀어주면서, 오직 살아남기 위해 함께 퇴선의 길을 걸었던 것인데, 무슨 목적에서였는지는 모르겠으나 언론과 국가는 참사 초기부터 '영웅담'을 이야기한 것이다.
반면 나머지 승객들의 죽음은 어떠했던가. "선내가 더 안전하다. 구조를 위해 해경이 출동하고 있다. 그러니 움직이지 말고 선내에 가만히 있으라"는 '구조해야 할 자'들의 방송을 믿고, 선생님들로부터 전송된 카카오톡 메시지 내용을 믿고, 선내에서 질서를 지키며 대기하다가 저 하늘의 별이 돼 버렸다. 그들은 태어나서 난생 처음 겪는 일이니 겁도 났을 것이고, '도주자'들을 전문가라고 믿었으니 그들의 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결과는 매우 참혹했고, 승무원들의 죽음과는 달리 나머지 승객들의 죽음은 못된 놈들의 '조롱거리'로 전락해 버렸다.
'어묵' '일베' '어버이연합'... 끝 없는 싸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