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에 고흥으로 돌아오는 시외버스에서 바라본 고흥군청. 밤새도록 군청 건물에 불을 켜 놓는데, 군청을 왜 이렇게 해야 할까? 이 전기세는 누가 낼까?
최종규
고흥군에 돈이 없어서 천경자 전시관이나 미술관을 못 지었다고 느끼지 않습니다. 고흥군이 밝히기로도 500억 원이 웃도는 돈을 들여서 으리으리한 새 군청사를 지었거든요. 이밖에 고흥 곳곳에 온갖 토목공사가 끊이지 않기에, 고흥군에 돈이 없다고는 느끼지 않습니다. 비록 재정자립도는 전국에서 뒷꽁무니를 차지하지만 고흥군이 쓰는 돈은 무척 큽니다. 그저 이 돈을 제대로 제자리에 쓸 줄을 모를 뿐이라고 느낍니다.
돈은 있되 쓸 줄 모른다는 소리는, 고흥에서도 틀림없이 아이가 태어나고 자라지만 이 아이들이 마음껏 꿈을 키워서 즐겁게 배운 뒤에, 이 고장에서 아름답고 씩씩한 젊은이로 살아가는 길을 넉넉히 뒷바라지하지 못한다는 뜻이라고 할 만합니다. 군수·군의원·도의원 후보가 어르신 복지를 말하는 일은 좋습니다. 그런데 고흥이라는 고장에 앞으로 젊은 사람이 모조리 사라지고 어르신만 남기를 바라는지, 아니면 고흥에 있는 어르신 곁에 어린이하고 젊은이가 함께 있어서 서로 돕고 아끼고 가르치고 배우는 오순도순한 마을살림을 바라는지를 돌아보아야지 싶습니다.
읍내에 어르신 복지시설을 커다랗게 짓는대서 시골마을에서 조용히 살아가는 어르신한테 복지 혜택이 돌아갈까요? 마을 어르신이 반기는 손님은 언제나 오직 하나입니다. 바로 '도시로 나간 딸아들이 낳은 아이'입니다. 시골 어르신 손전화는 백이면 백, 손자나 손녀 사진으로 가득합니다. 무슨 말인가 하면, 시골 어르신을 헤아리는 복지 정책을 내놓으려 한다면, 시골 어르신 곁에서 한 해 내내 아이들이 '웃고 떠들며 놀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삶터가 되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어린이와 푸름이와 젊은이를 아끼는 정책을 제대로 세워서 고흥에서 젊은 인구가 떠나지 않도록 해야, 또 도시에서 젊은 인구가 고흥으로 들어오도록 해야, 비로소 어르신들 얼굴에 웃음꽃이 피면서 마을살림이나 마을문화가 자랄 만하다고 느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