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을 가질 필요도, 연민을 느낄 필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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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을 가질 필요도, 연민을 느낄 필요도 없다 특수학교나 장애인 시설이 동네에 들어설라치면 마치 정해진 수순처럼 반대 시위가 벌어진다. 집값이 떨어져서 안 된단다. 이른바 님비 현상(NIMBY 현상-Not in my backyard)이라는 그것, 참 고약스럽기 짝이 없다. 특수학교, 장애인 시설이 들어서면 왜 집값이 떨어져야 하는가. 그 이유에 대해 의문을 품지 않는 우리들도 사실은 장애인이 될 수 있다는 관점에서 바라보면 맥 빠지는 아이러니다.
우리는 유럽의 앞선 장애인 복지 정책을 선망한다. 그들에게서 우리가 나아가야 할 선진 복지 사회의 모습을 찾곤 한다. 장애는 장애일 뿐, 사회적 편의와 자본주의적 합리화를 핑계로 장애인이 우리 사회에서 격리되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머리로는 충분히 알고 있다.
장애인의 인권, 복지 문제에 대해서 구체적인 법안이나 사회적 제도 마련과 같은 어려운 얘기를 하자는 것은 아니다. 막말로 그건 나라의 녹을 먹는 사람들이 심각하게 고민하면 될 일이지, 우리가 모두 장애인의 인권 신장을 위해 몸 바쳐 앞장설 필요는 없지 않은가.
다만, 적어도 진보하는 사회의 발목을 잡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내가 장애인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인식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혹시나 시대에 뒤떨어진 나의 낡은 사고방식이 인간다운 사회를 실현하는데 걸림돌이 되고 있지는 않은지 한 번쯤 생각해 보면 어떨까.
혹시 당신도 나처럼 인봉이는 안쓰럽고 연하는 멋있어 보였는가? 인봉이에게 결혼이란 꿈 꿔서는 안 될 사치인 것만 같고, 상대가 연하라면 당신도 주저 없이 결혼할 수 있을 것 같았는가? 우리도 모르는 사이 의식의 기저에 이러한 사고방식이 자리 잡은 이유가 무엇일까. 결국 장애인이란 우리 사회가 그들을 차별하고 격리함으로써 생겨나는 개념이라는 것을 우리는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시각장애를 가진 내 동료도 자기 남편의 '초딩 입맛'에 대해 흉을 본다. 그러더니 그래도 성격은 무던하고 좋은 사람이란다. 집에서 싸 온 간식을 선뜻 내어주며 "나는 퍼주는 걸 좋아해서"라며 웃는다. 이번 여름에는 가족들과 오키나와에 여행을 가기로 했다고 한다. 신혼여행은 괌으로 다녀왔다고.
나는 지난 십여 년 간 직장생활에 찌들어 제대로 된 여행 한 번 못 가봤다. 일이 바쁘다는 핑계 아닌 핑계로 결혼은 미뤄졌다. 혼자 사는 것도 나쁘진 않지만 어쨌든, 나에게 초딩 입맛에 사람 좋은 남편은 없다. 이런 내가 단지 장애가 없다는 이유로 그녀보다 행복하다 말할 수 있을까?
장애인들도 주말이면 텃밭을 가꾸고 반려견과 산책을 나선다. 반나절이 걸려도 자기 손으로 반려견을 씻기고 정성껏 털을 빗겨준다. 병원에 데려가 예방접종도 시킨다. 여자 친구와 사소한 일로 다툰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후회가 밀려온다. 그녀의 퇴근 시간에 맞춰 회사 앞 지하철 입구에서 기다린 남자가 그녀의 가방을 덥석 받아들고 손을 마주 잡는다. 나란히 걸어가는 두 사람의 뒷모습은 부럽다 못해 아름다웠다.
한편, 장애인들 사이에서도 지체 장애나 언어 장애에 비해서 시각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무시가 존재한다. 장애인 요양 시설에서 시각 장애인이 소위 '왕따'가 되는 일은 매우 흔하다고 한다. 장애인 중에도 착한 사람과 나쁜 사람이 있다. '장애인=착하다'는 생각도 일종의 편견이다.
장애인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다. 그들도 자신의 삶을 치열하게, 그리고 충실하게 살아간다. 그러니 그들에게 연민을 느낄 필요는 없다. 그저 편견을 지우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면 된다.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존중하면 된다. 우리는 그것부터 시작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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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방인 같지 않은 이방인 AYA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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