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전통춤을 지도하는 어트마씨
송하성
어트마씨는 러시아 3대 발레 교육기관인 페름국립발레학교를 졸업하고 몽골로 돌아가 국립발레단의 솔리스트(주역)로 활약했다. 지금은 우리나라의 발레 수준이 많이 높아졌지만 1990년대 국내에선 볼 수 없는 경력이다.
"1991년경부터 몽골은 경제적으로 너무나 큰 어려움을 겪었어요. 먹을 것이 없을 정도였죠. 그래서 많은 몽골 발레인들이 한국에 왔고 저도 29살 때인 1997년에 한국에 왔어요."
하지만 어트마씨가 한국에 온 1997년은 IMF위기가 시작될 무렵이다. 한국에 가면 당연히 발레단에 들어갈 줄 알았던 어트마씨는 경제도 어렵고 나이도 많다는 이유로 입단을 거부당했다.
한국에 어떤 기반도 없었던 그는 결국 공장과 식당에서 일을 하는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이때 어트마씨가 느낀 자괴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러다 2년 후 다니던 교회에서 발레 워크샵을 진행하면서 그는 다시 발레와 인연을 맺을 수 있었다.
이후 어트마씨는 국내에서 수 년 간 발레 지도자로 다양한 경력을 쌓았다. 계원예술학교 발레 지도교사를 거쳐 국제발레아카데미협회 해외담당이사, 몽골발레협회 한국대표 등을 역임했으며 두 달 전 화성 병점에 MK발레학원을 열었다.
2주일 전에는 코리아유스발레스타즈의 청소년 단원들을 데리고 몽골 울란바토르로 가 제1회몽골국제발레콩쿠르에 참여했다. 그와 함께 간 아이들은 프리주니어 분야에서 1~3등을 휩쓸었다.
한국 다문화가족을 위해 새로운 시작어트마씨는 한국 이민 초기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발레 지도자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그가 한국에서 자신의 발레 인생을 새롭게 꽃피웠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아쉬움이 남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가 담담하게 말했다.
"2005년에 남편을 만나 결혼한 후에 화성시로 이사 와서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한국어를 배웠어요. 다문화가족들에게 한국어 공부는 직업 등 모든 분야에서 새로운 기회를 열어주는 일이에요. 이제 그 고마움을 저도 같은 다문화가족들에게 돌려주고 싶어요."현재 어트마씨는 학원 운영과 병행해 화성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베트남 이주여성 무용동아리인 '락다'를 지도하고 있다. 춤을 배우고 싶어도 연습할 공간이 없는 이주여성들에게 어트마 씨의 발레학원은 소중한 곳이다.
"일반인들은 춤 출 때의 기본자세나 동작이 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지도하는 것이 쉽지 않아요. 더구나 락다 팀은 말이 통하지 않아 통역이 필요할 때도 있으니 더 어려운 셈이죠."나는 스스로 투쟁하는 사람경제적인 부담도 만만치 않을 텐데 발레학원은 어떻게 문을 열게 됐을까? 어트마씨에게서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제 나이도 있고 이제 발레학원을 시작해도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남편은 부담 때문에 걱정을 많이 했지만 저는 스스로 투쟁하는 사람입니다. 기다리지 않고 먼저 부딪치고 그러면서 해결방법을 찾아요."이제 어트마씨는 그의 발레학원에서 다문화가족들과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결혼이주여성들이 취미생활이 없어요. 같은 이주여성으로서 이 분들을 돕고 싶어요. 제가 배운 것이 발레와 무용이니 이것을 통해서 봉사해야죠. 다문화가정 아이들도 발레를 가르쳐 인재를 만들고 싶어요."어트마씨는 한국에 온 다문화가족 중에 틀림없이 자신처럼 다양한 실력과 경력을 가진 인재가 있을 거라고 확신한다.
"언제까지 이주여성들이 다문화가족지원센터만 바라보고 있을 수는 없잖아요. 한국에 와 있는 많은 대단한 분들을 모아서 그 분들과 성장하고 발전하고 싶어요. 그러다 보면 우리에게 더 큰 길이 보일 거예요."베트남 전통춤을 가르치는 어트마 씨의 손길이 마냥 부드럽지만 힘이 넘친다.
송하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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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국립발레단 무용수가 베트남 춤을 가르치는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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