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청소년들은 어른과는 '다른' 도지사·교육감 뽑았다

6·13지방선거 청소년 모의투표 결과

등록 2018.06.17 14:32수정 2018.06.17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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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13 지방선거 청소년 모의투표 경북운동본부’는 만 19세 미만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온라인, 오프라인 모의투표를 진행했다. 사진 현장투표 광경.
‘6·13 지방선거 청소년 모의투표 경북운동본부’는 만 19세 미만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온라인, 오프라인 모의투표를 진행했다. 사진 현장투표 광경. 구미YMCA 제공

'상놈은 나이가 벼슬'이라는 속담은 마땅히 내세울 게 없는 상민들의 위계가 '나이'로 결정된다는 뜻인데 그 의미는 양면적이다. 그것 자체로 합리적이라는 의미와 함께 학식과 신분을 갖춘 양반으로선 상민들의 그게 좀 한심하다는 속내가 조롱기로 배어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다른 한편으로 우리 사회의 '장유유서'의 전통은 유구하다. '상놈 벼슬'이라고 백안시하던 잘난 사람들도 이 '나이'에 적잖이 집착한다. 그런데 그것은 주로 토론이나 논쟁에서 불리할 때 전가의 보도처럼 행사된다. 그래서 오늘날 '나이'는 신분이나 학식 따위는 물론 전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위계다.

"아이들이 뭘 알아?"

이러한 현상은 우리 사회가 미성년에 대해서 매우 야박한 사회적 평가를 서슴지 않는 것으로까지 이어진다. 미성년은 단순히 어른이 아닌 신체적 미성숙뿐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매우 미성숙하고 위험하며 끊임없이 성인의 훈도가 필요한 존재로 여겨지는 것이다. 

미성년자를 훈육과 통제의 대상으로 보아온 전통도 뿌리 깊다. '아이들이 뭘 아나?'라고 하는 말 한마디로 정리되는 이 오래된 편견은 제도교육뿐 아니라 아이들의 사회화 과정에서도 그대로 되풀이된다. 오래된 교복이나 두발 자유화, 성교육에 대한 논쟁 따위도 근원은 이들이 미성숙한 존재라는 편견으로부터 비롯하는 것이다.

촛불 청소년 인권법 제정연대가 '18세 선거권의 4월 국회 통과'를 요구하며 벌여온 국회 앞 농성을 성과 없이 접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결과적으론 다르지 않다. 삭발과 농성에 이은 눈물겨운 투쟁과 호소에도 끝내 이를 반대한 자유한국당의 외면으로 계속되었던 것이다.

'학제개편'을 선거 연령을 낮추는 선행조건으로 내걸며 반대해 온 이들의 한결같은 논리는 "청소년은 미성숙하고, 판단력이 없어 전교조 교사의 영향을 받을 것이며, 학교가 정치판이 될 수 있다"로 요약된다. 이 논리에도 '아이들이 뭘 알아?'가 깊숙이 자리하고 있음을 물론이다.


 2017년 1월 CBS와 리얼미터가 조사한 '선거연령 하향 조정에 대한 국민여론'. 결과는 반대가 찬성보다 2.1% 높았다.
2017년 1월 CBS와 리얼미터가 조사한 '선거연령 하향 조정에 대한 국민여론'. 결과는 반대가 찬성보다 2.1% 높았다.장호철

'선거 연령 하향 조정'에 대한 여론조사(2017.1.4.)에서도 찬성(46.0%)보다 반대(48.1%)가 많았던 것은 이러한 기성세대의 관점이 그대로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 야 3당 지지층과 진보층·중도층, 경기·인천과 호남권, 30·40대에서는 하향 조정을 찬성했고, 새누리당 지지층과 무당층, 보수층, 충청과 영남권, 50·60대 이상에서는 반대했다.[관련 리얼미터 보고서, 도표 참조]

그러나, 기성세대의 우려와는 달리 한국YMCA전국연맹이 실시한 ''6·13 지방선거 청소년 모의투표'의 결과는 대부분 실제 선거결과와 일치했다. 실제 선거의 일정에 맞추어 진행된 모의투표에서 청소년들은 성인들과 다르지 않은 선택을 했다는 얘기다. 19대 대선 때 실시한  모의투표의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관련 기사 : 청소년도 문재인 선택, 2위는 홍준표 아닌 심상정]


'6·13 지방선거 청소년 모의투표 경북운동본부'(경북본부)가 만 19세 미만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온라인 투표(6.8~6.9) 사전투표와 경북 5개 지역(구미·문경·김천·영천·영주) 현장투표소에서 오프라인 투표(6.13.)를 진행한 결과는 다른 시도의 그것과는 다소 달랐다. [투표결과 도표 참조]

 청소년 모의투표 경북도지사 득표율. 경북의 청소년들은 실제 당선한 이철우 후보 대신 오중기 후보를 뽑았다.
청소년 모의투표 경북도지사 득표율. 경북의 청소년들은 실제 당선한 이철우 후보 대신 오중기 후보를 뽑았다. 장호철

 청소년 모의투표 경북교육감 득표율. 경북 청소년들은 실제 선거에서 당선한 임종식  후보 대신 이찬교 후보를 뽑았다.
청소년 모의투표 경북교육감 득표율. 경북 청소년들은 실제 선거에서 당선한 임종식 후보 대신 이찬교 후보를 뽑았다. 장호철

이번 경북지역의 모의투표에 참여한 청소년은 2800여 명, 이들은 자유한국당 이철우 후보가 도지사로, 임종식 후보가 교육감으로 당선된 실제 선거결과와 달리 더불어민주당 오중기 후보(47.1%)와 이찬교 후보(30.7%)를 각각 도지사와 교육감으로 뽑았다.

아이들도 알 건 다 안다

도지사 모의투표에서 2위 득표는 자유한국당 이철우 후보(20.7%), 3위는 정의당 박창호 후보(15.4%), 4위는 바른미래당 권오을 후보(15.0%)가 각각 차지했다. 또 교육감 모의투표에서는 안상섭 후보(14.1%)가 2위를 차지했으며 3위는 임종식 후보(14.3%), 4위는 이경희 후보(14.1%), 5위는 문경구 후보(11.1%)의 순이었다.

 청소년 모의투표 관련 포스터
청소년 모의투표 관련 포스터YMCA전국연맹

이번 모의투표와 관련한 몇 가지 의문점을 투표를 진행한 경북본부의 최현욱(구미YMCA 청소년부) 부장에게 물어보았다. 무엇보다 선거 연령 하향 조정에 반대하는 쪽의 주요 논리인 '정보 부족'을 청소년들은 어떻게 해결했는지 궁금했다.

- 청소년들에게 선거 관련한 정보를 제공했는가? 했다면 어떤 방식이었나?
"아무것도 주지 않았다. 이는 기성세대가 버리지 못하는 편견이나 선입관 중의 하나일 뿐이다. 어른들도 투표할 때 특별한 정보를 따로 받아서 하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정보는 인터넷 검색이나 부모님에게 배달되는 선거공보를 참조할 수 있다는 정도로만 알려주었을 뿐이다."

- 실제 선거결과와는 차이가 나는 결과가 나왔는데 이유가 뭔지 확인하는 과정이 있었나?
"따로 확인한 것은 없다. 그러나 지난해 대선 모의투표 결과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청소년들은 주로 정책과 텔레비전 토론 결과를 중심으로 선택하는 것 같다. 지난 대선에서 심상정 후보가 2위를 기록한 것은 토론에서 심 후보가 실력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 다른 시도의 경우는 선거결과와 일치했는가?
"그렇다. 대부분 일치했다. 대구(시장: 임대윤 민주당 후보, 교육감: 김사열 후보)와 경북 외에 다른 시도 중 일치하지 않은 곳은 신지예 녹색당 후보를 뽑은 서울뿐이다. 이는 YMCA서울연맹이 참여하지 못하면서 전체 참여자가 1천 명 미만이었고, 촛불 청소년 인권법 제정연대가 조직적으로 참여한 결과가 아닌가 짐작할 뿐이다."

선거연령 하향 조정, 반드시 이루어져야

청소년들은 기성세대로부터 정치적 식견을 갖추지 못하고 교사나 부모로부터 강력한 영향을 받는 미성숙한 존재로 치부되기 쉽다. 그러나 실제 선거와 같은 날짜에 각각 치러진 이번 모의투표의 전국적 결과는 그들이 가진 정치의식이 나름대로 단단하며 시민의 상식과 다르지 않다는 걸 확인해주었다.

또 촛불 청소년 인권법 제정연대가 선거 연령 하향 조정을 위해 적극적으로 싸운 것이 흔히 말하는 '의식화'된 청소년 일부의 요구가 아니라는 점도 분명하다. 지난해 대선과 이번 지방선거에서의 모의투표를 통해 드러난 것은 청소년들의 정치참여 요구가 날로 거세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경북본부는 여야 정치권이 대통령의 공약이자 개헌안에도 포함되었던 '선거 연령 18세 인하'가 포함된 공직선거법 개정을 하루빨리 처리하여야 함을 거듭 강조하였다. 이번 선거에서 드러난 민의를 제도적으로 반영하기 위해서라도 공직선거법 개정이 긴요한 일임은 재론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6.13지방선거 청소년 모의투표 #경북도지사, 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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쉰이 넘어 입문한 <오마이뉴스> 뉴스 게릴라로 16년, 그 자취로 이미 절판된 단행본 <부역자들, 친일문인의 민낯>(인문서원)이 남았다. 몸과 마음의 부조화로 이어지는 노화의 길목에서 젖어 오는 투명한 슬픔으로 자신의 남루한 생애, 그 심연을 물끄러미 들여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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