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방선거 청소년 모의투표 경북운동본부’는 만 19세 미만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온라인, 오프라인 모의투표를 진행했다. 사진 현장투표 광경.
구미YMCA 제공
'상놈은 나이가 벼슬'이라는 속담은 마땅히 내세울 게 없는 상민들의 위계가 '나이'로 결정된다는 뜻인데 그 의미는 양면적이다. 그것 자체로 합리적이라는 의미와 함께 학식과 신분을 갖춘 양반으로선 상민들의 그게 좀 한심하다는 속내가 조롱기로 배어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다른 한편으로 우리 사회의 '장유유서'의 전통은 유구하다. '상놈 벼슬'이라고 백안시하던 잘난 사람들도 이 '나이'에 적잖이 집착한다. 그런데 그것은 주로 토론이나 논쟁에서 불리할 때 전가의 보도처럼 행사된다. 그래서 오늘날 '나이'는 신분이나 학식 따위는 물론 전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위계다.
"아이들이 뭘 알아?"이러한 현상은 우리 사회가 미성년에 대해서 매우 야박한 사회적 평가를 서슴지 않는 것으로까지 이어진다. 미성년은 단순히 어른이 아닌 신체적 미성숙뿐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매우 미성숙하고 위험하며 끊임없이 성인의 훈도가 필요한 존재로 여겨지는 것이다.
미성년자를 훈육과 통제의 대상으로 보아온 전통도 뿌리 깊다. '아이들이 뭘 아나?'라고 하는 말 한마디로 정리되는 이 오래된 편견은 제도교육뿐 아니라 아이들의 사회화 과정에서도 그대로 되풀이된다. 오래된 교복이나 두발 자유화, 성교육에 대한 논쟁 따위도 근원은 이들이 미성숙한 존재라는 편견으로부터 비롯하는 것이다.
촛불 청소년 인권법 제정연대가 '18세 선거권의 4월 국회 통과'를 요구하며 벌여온 국회 앞 농성을 성과 없이 접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결과적으론 다르지 않다. 삭발과 농성에 이은 눈물겨운 투쟁과 호소에도 끝내 이를 반대한 자유한국당의 외면으로 계속되었던 것이다.
'학제개편'을 선거 연령을 낮추는 선행조건으로 내걸며 반대해 온 이들의 한결같은 논리는 "청소년은 미성숙하고, 판단력이 없어 전교조 교사의 영향을 받을 것이며, 학교가 정치판이 될 수 있다"로 요약된다. 이 논리에도 '아이들이 뭘 알아?'가 깊숙이 자리하고 있음을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