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내식 대란'…"투자유치 위한 '갑질'이 원인" 비판도

아시아나 지연·'노밀' 운항에 비판 커져…집단소송 움직임도

등록 2018.07.04 22:32수정 2018.07.04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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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아시아나항공[020560]이 기내식 공급 문제로 사흘째 항공편 운항에 차질을 빚으며 항공사에 대한 비판과 승객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기내식을 제때 싣지 못해 출발이 늦어진 장거리 항공편이 계속 발생하고 있고, 출발 시간을 맞추려 '노밀'(No Meal) 상태로 기내식 없이 이륙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특히 이번 사태가 금호아시아나그룹이 투자금 유치를 위해 기내식 공급 업체를 바꾸는 과정에서 발생했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아시아나 '갑질' 논란으로 번지는 분위기다.

아시아나는 비난이 커지자 뒤늦게 대표 명의의 공식 사과문을 냈다.

◇ 로마 등 출발 지연 여전…'노밀' 운항도 20편 넘어

3일 아시아나항공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기준 인천∼로마·프랑크푸르트 노선 등 국제선 2편이 기내식 문제로 1시간 이상 출발이 지연됐고, 21편은 기내식이 없는 상태로 출발했다.

프랑크푸르트행 여객기는 출발 예정 시간보다 약 1시간 30분 뒤 이륙했고, 로마행 비행기는 예정보다 3시간 가깝게 지난 뒤에야 기내식을 싣고 인천을 떠날 수 있었다.


전날 아시아나가 "기내식 공급 문제를 빠른 시간 안에 해결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사흘째 '기내식 대란'이 계속되면서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날 계획된 아시아나의 항공편은 총 76편이다.


이 가운데 최종적으로 운항 지연이나 '노밀' 사태가 얼마나 더 발생할지가 이번 사태 장기화를 가늠하는 지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기내식 대란' 첫날인 이달 1일 아시아나 전체 항공 80편 중 51편이 지연 출발했고, 2일에는 전체 75편 중 10편의 출발이 지연됐다. '노밀' 운항은 1일 36편, 2일 28편에 달했다.

통계에 잡지 않는 1시간 미만 지연까지로 범위를 넓히면 아시아나 여객기 지연 규모는 크게 늘어난다.
정시성을 중요 지표로 삼는 항공업계에서 아시아나항공은 전체 운항 스케줄 체계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는 위기를 맞고 있다.

◇ 승객들 "황당·집단소송 불사"…승무원들, 끼니 거르며 '곤욕'

공항 출국장과 인터넷·SNS상에서는 '기내식 대란'으로 불편을 겪은 아시아나 승객의 항의와 비난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아시아나 승객 A씨는 "기내식을 못 실어 비행기를 제때 띄우지 못한다는 얘기에 황당할 뿐"이라며 "이륙 시간이 밀리면서 세워뒀던 여행 계획이 모두 망가지게 생겼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승객 B씨는 "아시아나가 기내식 업체 관리를 잘못해 발생한 사태로 왜 승객들이 피해를 감수해야 하느냐"며 "집단소송으로 손해배상을 받는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했다.

트위터에서도 "12시간 이상 날아가는 노선에도 기내식을 안 실었다는데, 이건 항공사고 아니냐", "불편 겪은 승객들은 최대한 강하게 보상을 받아내야 한다. 아시아나가 하청업체들 쥐어짜 보상 받아낼게 뻔하기 때문" 등 비판성 글이 올라오고 있다.

아시아나 승무원들도 승객 불만과 항의를 받아내느라 곤욕을 치르고 있다.

직장인 익명 앱(App) 블라인드에는 승객 응대로 힘든 상황을 겪었다며 어려움을 토로하는 글과 승객 기내식을 챙기느라 정작 승무원들은 식사를 거르고 주린 배로 기내 서비스에 나서야 했다는 얘기가 이어지고 있다.

'기내식 대란' 첫날인 1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중국 칭다오로 출국하면서 해당 비행기에 기내식이 제때 실리고 출발 지연이 없었던 것도 여론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다수 승객이 불편을 겪는 상황에서 아시아나가 그룹 총수만 특별히 먼저 챙긴 것 아니냐는 것이다.

한편, 인천 출발이 아닌 해외 출발 항공편은 대부분 현지 업체를 통해 기내식을 조달하기 때문에 귀국편 기내식 공급은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사태가 커지자 아시아나는 이날 김수천 사장 명의의 사과문을 내고 "빠른 시일 내에 기내식 서비스가 안정화 되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 "예견된 참사"…투자유치 갑질·불공정 계약 의혹 등도 커져

이번 '기내식 대란'은 아시아나가 기내식 공급업체를 바꾸면서 촉발됐다. 업계에서는 "예견된 참사"라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아시아나는 당초 이달 1일부터 새 기내식 공급업체인 게이트고메코리아(GGK)로부터 기내식을 받기로 했는데, 지난 3월 신축 중인 GGK 공장에 화재가 발생하면서 임시로 3개월간 중소업체인 샤프도앤코코리아에서 기내식을 공급받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하루 3천식을 공급하던 샤프도앤코코리아가 2만∼3만식이 필요한 아시아나에 기내식을 공급하기 위해 나름대로 준비했지만, 초기 혼란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고 보고 있다.

아시아나가 기내식 업체를 변경하는 과정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2003년부터 지난달까지 아시아나 기내식 공급은 독일 루프트한자 계열의 LSG스카이셰프코리아(LSG)가 맡아왔는데, 지난해 LSG가 아시아나의 투자 요구를 거절하자 5년 단위 계약을 갱신하지 않고 GGK로 업체를 바꿨다는 것이다.

LSG는 이 건과 관련해 작년 9월 공정거래위원회에 아시아나항공을 거래상 지위 남용 혐의로 신고, 현재까지 공정위 조사가 진행 중이다.

LSG는 당시 "아시아나항공이 기내식 공급 계약 협상 과정에서 금호홀딩스가 발행한 1천60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사 달라고 요구했는데, 이를 거절하자 중국 업체인 GGK와 30년짜리 계약을 했다"고 주장했다.

공교롭게도 작년 3월 금호아시아나그룹 지주회사 금호홀딩스는 운영자금 목적으로 발행한 BW를 GGK의 모회사 HNA그룹(하이난항공그룹)이 1천600억원에 취득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인터넷상에서는 "금호그룹이 1천600억원 투자를 받으려 기내식 업체들을 상대로 갑질을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아시아나는 LSG에 지속적으로 기내식 원가 공개를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기내식 품질에도 불만이 있어 업체를 바꿨다는 입장이다.

전날 샤프도앤코코리아의 협력업체 대표 A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에 대해서도 "불공정 계약이 있었는지 조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가 샤프도앤코코리아와 맺은 계약에서 30분 이상 공급 지연 시 음식값의 절반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고, 15분 지연 시 수수료를 주지 않아도 된다는 조건이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A씨 역시 이런 계약조건에 부담을 느꼈으리라는 것이다. A씨 사망 원인에 대해서는 현재 경찰이 수사 중이다.

아시아항공 측은 "샤프도앤코코리아와 맺은 계약 조건은 해당 업계가 맺은 다른 계약들과 비교할 때 관대한 수준이며 초기 혼란을 고려해 8일 동안은 더 업체를 고려한 조건으로 배려하고 있다"며 "기내식 공급 정상화를 위해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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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기내식대란 #아시아나갑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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