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쌈짓돈'된 혈세, 국회 특활비.
오마이뉴스
특활비 논란은 사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집행 내역 확인서를 첨부하도록 돼 있는 특활비는 실제로는 확인서가 생략된 채 사용되기 일쑤였다. 특활비를 개인적인 용도로 쓴 적이 있다고 밝힌 홍 전 대표와 신계륜 전 민주당 의원 같은 경우를 제외하면, 누가 어디에 어떻게 사용했는지 알 길이 전혀 없다. 영수증 처리 없이 사용할 수 있다 보니 생활비, 경조사비, 자녀 유학비 등 사적으로 유용되는 사례가 잇따르기도 했다. 참여연대 등이 국회사무처에 특활비 지출 내역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국회사무처는 그동안 이 요구를 철저하게 무시해왔다. 심지어 국회사무처는 대법원 상고를 앞두고 "국회 특수활동비 사용 내역을 공개하면 고도의 정치적 행위가 노출돼 궁극적으로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다"라는 의견서를 제출했을 정도로 정보 공개를 꺼려왔다. 국회사무처는 '내역을 공개하라'는 대법원 판결에도 2014년부터 2018년 4월까지의 특활비 내역은 여전히 공개하지 않고 있다.
특활비는 국회의원들의 '기득권 지키기'와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지난해 11월 24일 정우택 당시 새누리당(현 한국당) 원내대표는 국가정보원 및 검찰의 특활비 상납 의혹과 관련해 국정조사 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소속 의원 113명의 명의로 제출된 이 요구서에서 한국당은 "특활비의 부정한 유용은 소위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이어져 내려오는 대한민국의 대표적 병폐"라고 맹렬히 성토했다. 그러나 당시 국정조사까지 요구하며 민감하게 반응했던 한국당은 국회 특활비 문제에 대해서는 꿀 먹은 듯 조용하다.
제 밥그릇 지키기에는 다른 당 의원들 역시 큰 차이가 없다. 지난달 노 원내대표가 발의하려 했던 국회법 폐지법안이 무산된 것은 법안 발의를 위한 최소 인원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당시 한국당뿐만이 아니라 더불어민주당과 민주평화당, 바른미래당 소속 의원들 역시 특활비 폐지에 미온적이었다는 의미다. 그동안 입에 침이 마르도록 특권 폐지를 외쳐온 이들이, 국민 혈세가 허투루 쓰이지 않도록 관리하고 감시해야 할 이들이 정작 국회 특활비 문제에는 손을 놓고 있었던 셈이다.
특활비가 법의 취지에 맞게 정당하고 투명하게 사용된다면 문제가 될 것이 전혀 없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다. 더욱 심각한 것은 논란이 되고 있는 특활비가 비단 국회에만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정부가 2018년 예산안에 각 부처의 특활비 예산을 줄이긴 했지만, 여전히 수많은 국가기관들은 특활비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영수증은 물론이고 사용 내역조차 공개하지 않고 있으니 갖가지 부작용이 양산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논란이 커지자 정치권은 부랴부랴 제도 개선에 나서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바른미래당도 국회 특수활동비 폐지에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자신들을 향한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하고 있다는 방증일 터다. 이 기회에 특활비를 둘러싼 의혹과 논란들을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야 한다. 불합리한 제도와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지금 바꾸지 않는다면 국민의 소중한 혈세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누군가의 주머니 속으로 사라져버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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