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이아무개(42) 씨의 아침 풍경이 조금 달라졌다. 이씨는 아이들과 집을 나서기 전 매일 스마트폰 어플로 미세먼지 농도를 확인한다. 어린 딸, 아들에게 마스크를 씌우기 위해서다. 본인은 마스크를 쓰는 것을 잊더라도 아이들에게 마스크 씌우는 것은 까먹지 않는다. 미세먼지로 나빠질 건강을 우려해서다.
요즘 창밖을 내다보면 파란하늘은 간데없고 흐릿한 잿빛 하늘이 우리를 반긴다.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2017년 서울의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연평균 수치는 각각 44㎍/㎥와 25㎍/㎥로 프랑스 파리(21㎍/㎥, 14㎍/㎥), 미국 로스앤젤레스(33㎍/㎥, 14.8㎍/㎥)등 해외 대도시보다 높았다. 대학생 김아무개(25)씨는 사촌동생 강아무개(6)군에게서 하늘색 크레파스가 왜 하늘색이냐는 말을 듣고 놀랐다. 사촌동생에게는 회색 하늘이 맑은 파란색 하늘보다 더 익숙했던 것이다. 이렇게 달라진 환경만큼이나 여기저기서 사람들의 생활상이 변화하고 있다.
지하철, 버스, 거리마다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쉽게 눈에 띈다. 미세먼지 마스크 판매도 가는 곳마다 보인다. 기상예보를 할 때 미세먼지 얘기를 하는 것도 익숙해졌다. 미세먼지 때문에 새로 설치된 것도 있다. 경기도 일부 버스 노선에는 미세먼지 마스크가 비치되어 있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이면 누구나 미세먼지 마스크를 가져갈 수 있다. 서울 중랑구에서는 지역 내 224개소 어린이집과 10개소 공동 육아방에 '미세먼지 신호등'을 설치한다고 밝혔다. 대기 중 미세먼지 상태를 좋음(파랑), 보통(녹색), 나쁨(노랑), 매우 나쁨(적색)으로 표시하는 설비로 어린아이도 미세먼지 농도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미세먼지가 나쁜 날이면 '미세먼지'라고 쓰인 깃발이 운동장에 내걸린다. 이 깃발이 걸리면 야외 체육 수업이 실내 수업으로 대체된다. 이뿐이 아니다.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 중 하나인 트위터에는 '미세먼지수치 봇(@pm10_bot)'이 생겼다. 안전행정부 대기오염정보 서비스에서 제공하는 미세먼지 수치를 주기적으로 트윗 해 팔로하는 사람들에게 전국의 미세먼지 농도를 알려준다. 미세먼지는 이제 일상에서 떼려야 뗄 수 없다.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미세먼지 발생 원인은 국내 배출과 국외영향으로 구분된다. 국내 배출 미세먼지는 일상생활에서의 에너지 소비, 자동차 운행, 산업 활동 등 경제활동에서 주로 이루어진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원인이라 손꼽을 수 있는 것은 수도권에서는 자동차, 전국적으로는 대규모 사업장이다. 특히 자동차는 미세먼지에서 빠질 수 없는 원인이다. 수도권 미세먼지 고농도 사례를 보면 자동차에서 주로 배출되는 질소산화물로 인한 초미세먼지 증가 사례가 확인된다. 또, 에너지 사용으로 인한 대기 중으로 배출된 가스상 오염물질이 초미세먼지로 변환된다. 국외 영향에는 중국의 영향이 34%로 특히 우리나라와 인접한 산둥반도 지역의 영향이 22%로 크게 확인됐다.
정부에서도 각종 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현실정과 맞지 않다. 노후 경유차 운행 제한을 확대했으나 아직 수도권에서만 적용된다. 공공부문에서만 적용되던 차량2부제는 민간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높이가 맞지 않아 미세먼지 농도가 적게 측정되던 대기오염측정소는 그 높이를 맞추고 개수를 늘리겠다는 방침이 나왔다. 서울시에서는 대중교통 무료 정책을 시행하였으나 서울 시내 도로교통량은 겨우 1.8% 감소했다. 일각에서는 이런 일시적 대책이 아닌 지속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중국 영향이 큰 만큼 중국과 미세먼지 정책협력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보다 효과적인 미세먼지 대책 마련을 위해 성공적인 해외사례를 살펴봐야 한다. 중국은 급격한 산업화로 심각한 미세먼지 문제에 당착했다. 리커창 총리와 시진핑 주석은 베이징, 허베이성 등 초미세먼지가 주로 발생하는 화북지방을 중심으로 공장과 기업을 단속했다. 석탄보일러는 전기·가스보일러로 바꾸고 노후 자동차는 대거 폐차 시켰다. 중국 정부는 2013년 우리 돈 약 287조 5000억 원을 투자하는 액션플랜을 발표했다. 베이징의 미세먼지는 이제 3~4년 전에 비해 최대 35%까지 감소했다. 프랑스는 2016년부터 자동차의 배출가스 오염도에 따른 등급제를 도입했다.
전기차는 0등급, LPG자동차는 1등급으로 시내에 무료로 진입할 수 있고, 6등급의 차량은 평일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진입이 금지된다. 이로 인해 미세먼지 6%, 질소산화물 10%를 경감했다. 싱가포르와 영국은 녹지를 늘렸다. 싱가포르는 '시티 인 어 가든(정원 속 도시)'를 표방하여 첨단 도시 정원을 만들었다. 영국은 학교 등 시설물 주변에 나무를 심었다. 뿐만 아니라 영국은 자치구별로 미세먼지 고농도지역을 중심으로 대기질 관리지역을 설정하고 관리계획도 수립했다. 우리 돈 약 89억 4000만 원 규모의 대기질 펀드도 조성했다.
최승일 고려대 환경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정부는 규제정책을 과감하게 집행할 의지가 있어야 하고, 예산과 인력을 지원해야 하고, 국민과 기업들을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의 영향이라는 증거와 함께 외교적으로 해결할 자세를 가져야 하며, 현재 환경부의 미세먼지 저감대책을 정비하고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피하지 말아야 한다.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지속적인 대책마련을 위해 해외 사례를 참고해 우리 실정에 맞는 정책을 다시 마련해야 하며 중국과의 문제를 해결키 위해 적극적으로 외교해야 한다. 또 주로 수도권에 한정된 미세먼지 대책을 전국적으로 확대하는 움직임도 필요하다. 보다 광범위하고 적극적인 국가 정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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