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그늘 아래서는 불볕더위를 피해 점심을 먹곤했다.
송승희
어찌어찌 학교가 파하고 우리는 근처의 카페로 가서 커피라도 한 잔씩 하기로 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온 줄리엣은 자신이 잘 아는 카페가 있다며 앞장 섰다. 아직 서로 조금 어색하지만 전원이 다같이 가기로 한 것. 대부분이 자기 나라를 떠나온 지 얼마 안 되서 이곳 생활에 대한 기대가 부풀어 있었다. 이곳 현지만의 독특한 문화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면 모두들 들떠 목소리 톤이 높아졌다.
이윽고 주문한 커피가 나왔다. 카페 야외석에 둥그렇게 모여 앉아 오후의 햇살과 함께 음미했다. 어느덧 우리의 주제는 덴마크인 친구와 나의 용기있는 도전으로 옮겨갔다. 영어가 모국어도 아닌 우리가 원어민과 동급인 혹은 더 나은 실력으로 (이말을 했던 친구가 조금 과장한 듯하다) 낮선 곳에서 새로이 하는 도전이 용기 있어 보인다 했다. 영어가 모국어라 별로 특별할 것이 없는 자신들에 비해서 '쿨'하다는 것이다. 우리 모두 '쿨'하다며 손사래를 치는 내게 그들은 그래도 멋지다며 엄지를 치켜들었다.
갑자기 미국인 반 친구 중 하나가 영어를 제대로 배웠을 우리가 부럽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자기 모국어라서 저절로 하는 것 뿐이지 실은 그 언어 자체의 선후관계를 잘 모른다른 것. 덴마크 아이를 제외한 나머지도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갑자기 이런 생각이 미쳤다. 나는 저 친구들보다 아마 정말 '쿨'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미운 오리 새끼처럼 열심히 물밑에서 발길질을 하다보면 언제가는 그냥 평범한 오리가 아닌 백조가 될 날도 있을지 누가 알겠는가.
집을 처음 떠나 호주 서쪽으로 날아갔던 순간부터 최근의 디플로마 과정 졸업(준학사)까지, 지난날 영어와 씨름했던 지난 수 없이 많은 날들이 주마등처럼 눈앞을 스쳐지나갔다. 저들은 원어민이라서 가진 장점만큼에 반비례하는 단점도 있을 테고 나는 비원어민 스피커로서 보유한 나만의 강점이 있다.
'아마 나는 이미 백조일지도 모른다.'그런데 내 안에 자리한 못생긴 열등감이 나를 미운 오리 새끼로 만들고 있을지도 모른다른 생각이 퍼뜩 들었다. 자기 자신을 믿고 끝없이 격려해도 모자랄 판에 매분매초를 노심초사하고 있었다. 갑자기 내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져서 웃음이 피식 나왔다.
오랜만에 밖에서 마시는 커피맛은 나쁘지 않았다. 커피잔을 입으로 갖다대다 덴마크 여자얘와 눈이 마주쳤다. 그녀는 나를 향해 엄지를 내보였고 입모양으로 이렇게 속삭였다.
"We can do it!"
(우리는 할 수 있어.)나도 입모양으로 '예스'를 외치며 그녀를 향해 똑같이 엄지를 내보였다. 우리는 서로 같은 생각을 하는지 배시시 웃었다. 동지가 생긴듯해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올해 2월, 우리는 그저 똑같은 시작점에 서있을 뿐이다.
- 지난 2월 말, 학교 근처 카페에서.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공유하기
영어교사 자격증 학원 갔는데, 나만 동양인이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