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국회의장을 방문한 쿵단 이사장문희상 국회의장을 방문한 쿵단 이사장 쿵단 CITIC 中信개혁발전연구재단 이사장이 25일 오전 국회를 방문해 문희상 국회의장을 예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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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이 중요한 게 아니다."장관급 아버지와 차관급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고위급 지도계층을 일컫는 '붉은 귀족'의 자제였다. 문화대혁명은 유복했던 그의 가정을 파괴했다. 정치적 이유로 어머니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아버지 역시 감옥에 갇혔다. 과격한 홍위병 운동에 반발해 규찰대를 조직해 이끌던 그 역시 투옥을 피하지 못했다. 이런 가정사를 갖고 있는 그의 입에서 "사상이 중요한 게 아니다"는 말이 흘러나왔다.
쿵단, 중국 경제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져 있는 인물이다. 개혁·개방 초기 경제 관련 부처에서 일하던 그는 금융·투자 회사인 '광다'로 옮겨 16년 동안 재직했다. 이어 덩샤오핑의 지시로 옮긴 중신그룹에서 해외 투자 유치 등에서 눈부신 성과를 냈다. 현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싱크 탱크'로 평가받고 있는 'CITIC 중신개혁발전연구재단'에서 이사장으로 재직중인 그는 다시 이렇게 말했다.
"인민의 실질적 이익이 중요하다."25일 국회 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그의 회고록 <중국 변혁 속의 나의 인생> 출판 기념 강연이 열렸다. 이 강연을 주최한 국회의원 연구단체 '동북아 공존과 경제협력연구모임'과 재단법인 '여시재' 관계 인사들이 그의 말에 귀를 열고 있었다. 이헌재 여시재 이사장(전 경제부총리),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성남시수정구, 정책위의장) 그리고 문희상 국회의장도 맨 앞자리에 앉아 있었다.
가족에게 큰 고통 안긴 문화대혁명 "없었다면 중국 개혁·개방도 없었다""문화대혁명이 일어나고 인민들 생활에 커다란 타격이 있었다. 폭력적 행위도 일어났고 참혹한 시기라고 할 수 있다. 폭력적 행위를 줄이려는 취지로 규찰대 활동을 했지만 크게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그 과정에서 저희 집안은 커다란 타격을 받았다. 당시 많은 중국인들이 겪어야 했던 고통을 겪었다. 고통을 겪은 보통 사람 중 한 명이다." 그는 자신의 인생을 과장하거나 극적으로 전하지 않았다. 그보다는 '하방(중국에서, 당원이나 공무원의 관료화를 방지하기 위해 일정 기간 농촌, 공장 등에 보내 노동에 종사하게 한 운동)'이 자신을 포함해 현재 중국 지도자들에게 미친 영향을 강조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의 표현 그대로 "중국 지식 청년들이 집을 떠나 어려운 지역으로 가서 노동에 참여하는" 행위를 통해 "자신의 젊은 시절을 단련하고 국가에 대한 이해를 하는 시기를 보냈다"고 말했다. 시진핑 주석, 왕치산 부주석 그리고 "덩 샤오핑 딸도 나와 같은 현에서 하방을 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공부는 책에서 배우는 게 아니다. 인생 경험을 통해서, 인민 속에서 실천을 통해 배우는 것이 학문이다... 이런 경험을 통해서 역사를 관찰할 수 있는 시야를 길렀다고 생각한다. 이런 역사적 경험과 개인의 경험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이게 중국 공산당의 역사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쿵단 이사장은 자신에게 큰 고통을 안긴 문화대혁명에 대해서도 부정적으로 평가하지 않았다. 그는 "문화대혁명이 없었다면 중국의 개혁·개방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역사는 앞으로 직진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고, 착오와 좌절을 겪으면서 발전하게 돼 있다"며 "만약 그런 과정이 없었다면 미사일의 엔진과 같은 원동력을 얻지 못했을 것이다. 엔진이 있어야만 어떤 방향으로 미사일을 쏴 올릴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쿵단 이사장은 "문화대혁명 시기 중국은 폐쇄된 국가였고, 활력을 찾아볼 수 없는 경직된 나라였다"며 "더 이상 그런 과거의 노선을 걸어서는 안 된다는 소중한 경험을 얻었다"고 강조했다. 같은 차원에서 다시 '하방' 이야기가 나왔다. 그는 "나의 부모는 고위 간부였고, 청소년 시기 나는 배고픔이나 고통을 알지 못했다"며 "만약 하방 시기에 영양 실조를 겪지 않았다면 지금보다 더 키가 컸을 것"이란 말로 '중국 변혁 속의 나의 인생'을 상징적으로 요약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역사는 우리가 걸어온 길에서 멈추지 않는다. 새로운 길을 열어나가게 된다. 그 과정에서 빈곤 계층을 단 한 사람이라도 낙오시키면 안 된다.""천하는 천하 사람들의 것, 어느 한 사람의 것 아냐"
▲악수하는 문희상 국회의장과 쿵단 이사장 문희상 국회의장(오른쪽)이 25일 오전 국회의장실에서 쿵단 CITIC 中信개혁발전연구재단 이사장의 예방을 받으며 쿵단 이사장과 악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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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토론 및 질의가 이어졌다. 청중들 질문 대부분은 북한의 개혁과 개방에 있어서의 중국 역할을 묻는 것이었다. 한동안 "중국은 한반도 문제가 평화적으로 해결되길 원하고 있다"거나 "북한이 경제 개혁을 추진한다면 중국은 지원하고 도울 것"이라는 등 원론적 답변이 계속됐다. 그러자 중국의 좀 더 적극적인 역할을 요구하는 '당위성'을 강조하는 질문이 좌중에서 나왔다.
이에 쿵단 이사장은 "우리는 중국 특색을 가진 노선을 걷고자 하는 것이며, 한국을 포함해 다른 국가들의 발전 경험을 그대로 베끼는 게 아니라 우리한테 맞는 걸 모색해 나갈 것"이라며 "역시 마찬가지로 북한 지도층이 결정할 문제이며, 북한 인민이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물론 "도움이 필요하다고 하면, 진지한 마음으로 도울 것"이라고 했지만, 또 한편으로는 "신발이 내 발에 맞는지 안 맞는지는 나 밖에 모른다는 말이 있다"는 비유도 빼놓지 않았다. 다시 비슷한 질문이 나오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과거부터 중국은, 세계의 중심이 돼야 한다든가, 중국 중심의 세계 질서나 강대국, 이런 것에 대해 냉정하게 생각한다. 대신 중국은 '천하관'을 갖고 있다. 천하는 천하 사람들의 것이다. 어느 한 사람의 것이 아니다. 이런 천하관은 호혜 관념이다. 또 이런 천하관에 따라 제로섬 게임에 반대하는 것이다. 우리가 누굴 도울 수 있다면, 반드시 진정으로 손을 내밀 것이다. 그러나 누구의 지도자가 되겠다, 이끌겠다, 이런 생각은 갖고 있지 않다. 외교적 수사가 아니라 진솔한 내 생각이다."이날 강연회에 참석한 문희상 국회의장은 축사를 통해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개혁·개방을 통해 국제사회의 정상적인 일원으로 나오는 것이야말로 체제 보장의 가장 올바른 길임을 깨달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며 "북한이 이러한 인식과 정책적 결단을 할 수 있도록 중국이 계속 북측과 전략적 대화에 나서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도 "가까스로 평화의 언저리에 발을 디딘 동북아 정세는 더욱 더 완고하고 되돌릴 수 없는 평화와 번영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북한의 개혁 개방"이라며 "중국의 개혁 개방을 이끈 쿵단 이사장의 경험은 분명 북한의 개혁·개방의 방법을 고민하는 분들에게 아주 좋은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환영사를 전했다.
이헌재 여시재 이사장은 "중국에 대한 한국 사회의 관심은 고조되었지만 한국은 여전히 중국을 잘 모른다. 우리는 여전히 우리가 보고싶은 중국만을 바라보고 있다"며 "쿵단 이사장 강연이 글로벌 대국으로 성장한 중국의 전략과 변화를 위해 고민한 중국 지도자들의 생각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이광재 원장 "미국 의회에 중국만 연구하는 기관 2개 있어" |
이날 강연을 공동주최한 '여시재'는 통일 한국과 동북아 미래 변화 관련 정책을 개발하고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2015년 12월 조창걸 한샘 명예회장이 출연해 설립한 공익법인으로, '국가 미래 전략을 위한 싱크 탱크'를 표방하고 있다. '여시재(與時齋)'란 이름에는 '시대와 함께 하는 집'이란 뜻을 담고 있다.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가 이사장을 맡고 있으며, 홍석현 JTBC 회장, 안대희 전 대법관,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박병엽 팬택씨앤아이 부회장, 정창영 전 연세대학교 총장, 김도연 포항공과대학교 총장 등이 이사로 참여하고 있다. 현재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가 원장을 맡고 있다.
이광재 원장은 <오마이뉴스> 기자에게 "중국에 1년 살면 박사가 되고, 5년 살면 석사, 10년 살면 학사, 20년 살면 중국을 잘 모르겠다는 농담이 있다"면서 "우리가 보고 싶은 중국만을 봐서는 안 되고 중국을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는 취지로 강연을 열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원장은 또 "우리가 군사력은 미국에 의존하고 있고 경제는 중국과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는데 미국과 중국이 갈등 국면으로 가게되면 너무나 어려워진다. 미국과 중국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면서 "미국과 중국 관계가 세계 질서 재편 차원에서 변화하는 형국이고, 우리는 남북 문제가 변화하는 형국이다. 새로운 생존 전략을 짜 나가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국회 차원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 의회 내에도 중국만을 연구하는 기관이 2개 있다. 국회 내에 국제 전략 연구처를 둬야 한다"며 "미국통이다, 중국통이다, 이런 얘기 많은데 정말 미국이나 중국 주류와 닿고 있는지, 미국이나 중국 속살을 제대로 알고 있는지, 그렇지 못한 측면이 많다. 국회가 외교의 전진기지가 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강연은 1부와 2부로 나뉘어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원내대변인, 서울 은평구을)과 정용환 <중앙일보> 차장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유인태 국회 사무총장,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안산시상록구갑) 등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여러 명도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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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싱크 탱크의 리더 "사상보다 인민의 실질적 이익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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