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오 오디세이학교 교사
경실련
- 오디세이학교 교사는 언제부터 하신 건가요? 오디세이학교를 잘 모르시는 분들도 많으신데 오디세이학교에 대한 자세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오디세이학교가 2015년 설립됐는데 저는 설립 때부터 참여했으니까 이제 4년차입니다. 오디세이학교는 고교자유학년제라는 제도로 설립된 학교인데요, 입시에 매진해야 될 고등학교 1학년 시기에 국영수 같은 과목은 조금만 하고 나머지는 대부분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자유로운 탐색과정을 거치는 학교예요. 일반 고등학교에 똑같이 진학한 뒤에 그 학교에 적을 두고 1년 간 오디세이학교를 다니는 겁니다. 그 후에는 다시 그 학교로 돌아가지요. 2학년으로 돌아가는데 원하는 경우 1학년부터 다니는 학생들도 있습니다.
저희 학교에는 특정한 유형과 성향의 학생에 치우치지 않고 다양한 학생들이 옵니다. 성적을 보더라도 스펙트럼이 넓습니다. 일부러 그런 걸 지향하기도 해요. 특정 형태의 아이들만 오는 교육은 좋지 않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 선발 기준은 어떻게 되나요?
"성적은 안 보니까 주로 자기소개서와 면접에서 당락이 결정됩니다. 학부모 면담도 해요. 혹시 이런 교육이 대학갈 때 스펙이 되지 않을까? 이런 분들은 저희가 받을 수 없고, 계속 입시를 시키면서 이것도 하겠다는 분들도 저희랑 맞지 않거든요. 저희는 학원도 다 중단하고 여기에 집중해달라고 하고 뜻을 물어요.
부모님들은 불안감을 떨쳐내기가 쉽지 않잖아요. 고1이면 입시에 매진해야 할 시기인데 이 시기에 일종의 입시로부터 벗어난 교육을 시킨다는 건 결단이 필요한 거죠. 저희의 장점이면서 한계이기도 한 게 1년 후에는 다시 입시교육으로 돌아가야 되기 때문에 학생들도 불안감을 계속 가지고 있거든요. 자기는 여기 와 있는데 친구들은 열심히 입시공부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내가 잘하고 있는 것인가? 라며 느끼는 불안감이 부모님들은 더 많거든요. 이런 것들에 대해 소통을 하면서 그렇지 않습니다 이렇게 하는 게 떨어지는 거 같지만 훨씬 더 주체성을 형성하기 때문에 잘 할 수 있다고 소통하면서 하는 거죠."
- 1년 동안 어떤 교육을 받나요?
"1년에 90명의 학생을 모집하는데, 이 학생들은 모두 4개의 기관으로 흩어져 교육을 받습니다. 은평구의 <혁신파크>, 영등포의 <하자>센터, 정독도서관 1층에 위치한 <민들레>와 오디세이 본부가 있는 종로에 <꿈틀>까지 4개가 있습니다. 그렇게 4곳으로 흩어져 25명 정도의 학생들과 교사 3명이 1년 동안 공동체를 이루어 생활하는 거예요. 기숙은 아닙니다.
교육 내용은 기관별로 조금씩 다르긴 한데요. 주로 글쓰기나 인문학 수업이 많고, 자치회의와 여행 기획활동, 예체능, 실용기술 등을 배웁니다. 국어, 영어, 수학, 한국사, 사회, 과학 등 보통교과 과정도 있고요.
계속 묻습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냐? 너 생각은 뭐냐? 묻고 학생들이 결정하게 합니다. 폭력이나 교내에서의 술, 담배는 규제하지만 나머지는 다 스스로 하게 합니다. 여행을 많이 가는데, 어디로 갈지 왜 가는지 숙소, 예산 짜는 것 등 모두 학생들 스스로 합니다.
수업이 학교에서만 이뤄지는 게 아니라 외부랑 많이 하니까 어른들을 많이 만납니다. 전태일 기념관도 가고 시민단체들도 만나고 계기마다 많은 분들을 만나니까 어른들이 우리를 억압하는 사람이 아니라 도와주는 사람들이구나 어른들에 대한 신뢰도 생기고 다양한 사람들이 많구나 꼭 입시 경쟁해서 이렇게만 살 게 아니구나 라는 걸 배우게 됩니다."
-2015년에 개교했으니 그 당시 고1이었던 학생들은 지금 고등학교를 졸업했을텐데 졸업생들이 오디세이학교의 교육 목표에 맞게 진로를 찾아 가는지 궁금합니다.
"네 1기 학생들은 올해 대학을 가거나 재수를 하거나 대학을 안가고 다른 길을 가거나 하고 있습니다. 각자 자기 길을 가는데 1년의 기간들이 주체적으로 사는 데 도움이 많이 됐다고 합니다.
한 학생은 중 3때까지 공부를 잘 해서 자사고에 갔는데 너무 학교에서 불안감을 많이 조성하는 거예요. 몇 등 안에 못 들면 인 서울 못 간다 이러니까 쉬는 시간마다 엄마한테 전화해서 힘들다고 하다가 오디세이에 왔어요. 여기 와서 많이 자유로워진거죠. 대학 안가고 여행 해보겠다고 해서 오디세이 마치고 1년 동안 여행도 다니고 검정고시 보고 논술 준비해서 철학과에 입학했어요. 얼마나 좋은 대학을 갔느냐보다 자기 삶에 대해 만족하며 살고 있어요.
어떤 학생은 일반학교로 돌아가서 반장선거를 하는데 자기도 나갔는데 선생님이 유도해서 공부 잘 하는 애가 반장이 된 거죠. 학교에 건의했는데 안 들어주니까 교육청에 민원을 넣어서 결국 재선거를 했어요. 불의한 것에 대해 목소리를 낼 줄 알게 된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