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곳곳에 마련된 독서 공간.
김종성
"아이들에게 소리 내어 책을 읽어주어도 눈치 보지 않는 도서관, 엄마들이 도서관에 모여 책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도서관, 깔깔거리며 만화책도 보는 도서관, 악기도 연주하고 영화도 보는 신나는 도서관이 우리 곁에 있습니다. 코흘리개 아이들부터 어르신들까지 마을 사람들이 모두 도서관마을에서 만나고 함께하며 행복하기를 바랍니다." - 도서관 소개글 가운데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공간은 마을마당이라 불리는 1층 로비다. 5층까지 뚫려있는 높다란 천정은 크지 않은 공간을 훨씬 넓게 느끼게 해준다. 다양한 전시회와 이벤트가 열리는 공간이기도 하다. 야트막한 계단에 앉아 책을 읽다보면 저마다 다른 모양을 한 수십 개의 사각형 창문으로 햇살이 비춘다.
흰 벽면에 돌아가신 신영복 선생이 쓴 '書三讀(서삼독)'이란 한자와 설명글이 눈길을 끈다. 책을 읽을 때는 반드시 세 번 읽어야 하는데 먼저 글자를 읽고, 다음으로 필자를 읽고, 마지막으로 독자 자신을 읽어야 한다는 뜻이란다.
도서관에 흔히 있는 독서실 같은 답답한 분위기의 열람실이 보이지 않는다. 대신 도서관 구석구석에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한 공간이 많다. 복도, 창가, 계단 밑, 구석진 공간 등이 모두 책을 고르고 읽을 수 있게 되어 있다. 유모차나 휠체어를 타고도 손쉽게 서고에 접근할 수 있다.
다세대주택 안에 있었던 방 55개로 다양한 크기의 공간을 만들어 열람실, 모임방, 동아리실 등으로 활용하고 있다. 웃고 떠들고 얘기하는 일이 금지된 도서관의 통념을 깨는 공간이기도 하다.
2016년 대한민국 공공건축상 대상, 서울시건축상 대상을 받을 만하다. 대학을 포함 학교나 학원이 취업이나 입시에만 집중하다보니, 해가 갈수록 동네 도서관이 지식·정보·교육·문화의 중심기관은 물론 동네 공동체 역할까지 하고 있다.
북캉스에 잘 어울리는 '만화의 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