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혐의 무죄 받은 안희정정무비서에 대한 성폭력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14일 오전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유성호
재판부는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이었던 '위력'과 관련해 "피고인이 유력 정치인이고 차기 유력 대권주자로 거론되며, 도지사로서 별정직 공무원인 피해자를 좌지우지할 위력이 있다고 볼 수 있다"라고 했다. 그러나 피해자를 상대로 한 간음·추행 과정에서는 이런 위력은 행사되지 않았다고 봤다.
우선 재판부는 피고인이 '눈에 보이지 않는 힘'을 행사해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는지 판단하기 위해선 범행 전후 사정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범행 직후 피해자가 보인 '태도'에 주목했다.
재판부는 최초 성관계가 있었던 러시아 출장 직후를 언급하며 "피해자는 당시 바닥을 쳐다보며 중얼거리는 방식으로 거절했다고 하지만 피해 당일 저녁 피고인과 와인바에 가거나 가식적인 태도를 취할 필요가 없는 지인에게도 피고인을 존경하는 마음을 담은 이야기를 주고받았다"라면서 "단지 간음피해를 잊고 수행비서의 일로서 피고인을 열심히 수행하려 한 것뿐이라는 피해자 주장에 다소 납득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라고 판단했다.
피해자가 성폭력 피해를 공개적으로 고발하게 된 결정적 계기였던 마지막 성관계에 대한 판단도 마찬가지였다. 피해자는 '미투운동(성폭력 피해 공개 고발)'이 활발히 벌어졌던 지난 2월 25일 안 전 지사가 서울의 한 오피스텔로 자신을 불러 심리상태를 확인한 뒤 또다시 성폭행을 벌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저항하지 않은 점을 문제 삼았다.
재판부는 "당시 피해자가 미투 운동을 상세히 인지하고 있었고 피고인과 그와 관련된 대화를 나누기도 했지만 뒤이어 피고인이 '씻고 오라'고 하자 샤워를 하고 왔다"라면서 "성적 주체성과 자존감이 결코 낮다고 볼 수 없는 피해자로서는 적어도 이러한 행위가 미투 운동의 사회적 가치에 반한다고 언급하거나, 오피스텔 문을 열고 나가는 등 최소한의 회피와 저항을 할 수 있었을 것임에도 그러지 않았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종합해보면 적어도 피고인이 어떤 위력을 행사했다거나 피해자가 이에 제압을 당했다고 볼 만한 사정이 보이지 않는다"라고 결론 냈다.
별다른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피해자가 상황을 회피하고 현실을 부인하는 태도를 보인 것이라는 검찰 측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일견 피해자가 신빙성이 떨어지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 성폭력 피해나 2차 피해로 인한 것인지, 혹여나 성적인 길들이기로 학습된 무기력 상태에 빠진 것은 아닌지, 해리나 심리적 얼어붙음 같은 현상을 겪은 것은 아닌지, 부인과 억제의 방어기제를 통해 버텨온 것은 아닌지 살펴봤으나 제반 증거를 봤을 때 피해자가 이러한 상태에 빠져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밝혔다.
"여성이 거부 의사를 말하지 않으면 왜 동의했다고 추단되어야 하는가"라는 검찰 측 주장도 기각됐다. 재판부는 "명시적인 동의의 의사를 표명한 적이 없고 내심에는 반하는 상황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현재 우리 성폭력 범죄의 처벌 체계 하에서는 이런 사정만으로 피고인의 행위가 처벌의 대상이 되는 성폭력이라고 볼 수 없다"라면서 "결국 이 사건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된다"라고 말했다.
희비 엇갈린 법정... 안희정 "다시 태어나도록 노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