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취약포럼(CVF) 등이 2012년 분석한 세계 각국의 기후취약성 정도. 색이 붉을수록 피해가 큰 지역인데, 아프리카·남아시아 등 적도 주변의 개발도상국·극빈국들이 가장 심각한 상황임을 알 수 있다. 북한 역시 붉은색의 극심(acute) 단계로 분류됐는데, CVF는 특히 2030년경 북한에서 홍수·태풍·식량난 등의 피해가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CVF
지난 5월 미국의 과학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스>에 실린 논문 '기후모델은 가난한 나라에서 기온변동이 증가한다고 예상한다'에 따르면 산업혁명 이후 온실가스 배출에 주된 책임이 있는 것은 선진국들이지만 우선적인 피해는 적도 주변과 남반구의 개발도상국에 집중되고 있다. 네덜란드, 프랑스, 영국 출신의 기후과학자 3명이 쓴 이 논문은 2014년 기후변화에관한정부간협의체(IPCC)가 발표한 제5차 기후변화평가보고서 자료를 토대로 2100년까지의 지역별 기온변동폭을 예측해 이런 결과를 보고했다.
개발도상국에 쏠린 온난화 피해, 가속화 땐 인류 멸종
IPCC는 전 세계 197개국의 관료와 과학자 대표 등이 모여 기후변화 추이를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대응방안을 모색하는 유엔(UN) 산하 국제기구다. 이 기구는 인류가 지금부터 적극적으로 온실가스 감축 노력에 나서도, 지난해 이미 400피피엠(ppm)을 넘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이번 세기 중반까지 지구 평균온도를 최소 섭씨 0.4도(℃) 이상 더 올려놓을 것으로 예측했다.
만일 지금처럼 화석연료를 계속 태워 2100년쯤 지구 평균온도가 최대 4.8℃까지 오르면 뉴욕·런던·상하이·시드니 등 해안도시를 중심으로 인간 주거지의 5퍼센트(%)가 물에 잠기고, 약 5000억톤(t)의 탄소가 묻힌 시베리아·알래스카 등 영구동토층이 녹아 온난화 속도는 걷잡을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 2014년 <6도의 멸종>을 쓴 영국 환경운동가 마크 라이너스(45) 등 기후전문가들은 이런 악순환으로 지구 온도가 6℃까지 오르면 전체 동식물의 95% 이상이 멸종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지난 3월 세계은행이 발간한 '기후 이주를 위한 준비' 보고서에 따르면 오는 2050년까지 아프리카·남아시아·라틴아메리카 지역 주민 1억4300만명 이상이 기후변화로 인한 물부족, 식량난, 해수면 상승, 폭풍 해일 때문에 거주지를 떠나야 할 것으로 전망됐다.
▲ 영화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2014년 9월 23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기후정상회의에 기후변화부문 평화사절 자격으로 참석해 지구온난화에 대한 긴박한 대응을 촉구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디카프리오는 1998년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재단'을 설립한 이후 기후변화 대응 및 생태계 보존, 재생에너지 전환 등 환경 운동가로서 활발한 활동을 해 왔다. ⓒ UN, 단비뉴스
197개국 탄소감축 합의 불구 2017년 배출량 증가
2015년 12월 '지구온난화의 역사적 전환점'이라 평가받는 파리기후협정이 채택됐지만 지난해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전년보다 4억6천만t 늘어 역대 최고치인 325억t을 기록했다. 4억6천만t은 1억7천만대의 자동차가 뿜어내는 이산화탄소량과 같다. 전 세계 탄소배출량은 2014년부터 2016년까지 보합세, 혹은 약간의 하락세를 보였지만 지난해 다시 반등한 것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석유 등 화석연료 가격이 하락했고 각국의 에너지효율화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세계 에너지 수요 중 화석연료 비중이 여전히 81%를 차지할 만큼 재생에너지 성장 속도가 더디다는 점도 지적했다.
영국 에너지기업 비피(BP)에 따르면 2007년부터 10년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이산화탄소 배출량 증가율이 가장 큰 나라는 터키(50.5%)고, 2위는 한국(24.6%)이다. 지난 10년 사이 개발도상국을 포함한 전 세계 모든 나라의 평균 이산화탄소 배출 증가율은 11.2%인데, 한국의 증가율은 평균의 두 배 이상이다. 반면 우리나라보다 경제규모가 큰 미국, 일본, 독일은 지난 10년간 각각 -15.3%, -7.1%, -5.4% 등으로 탄소배출 감축에 성공했다. 유럽연합(EU) 회원국 등 탄소 감축에 앞장서는 나라가 많은 OECD의 평균 증가율은 –8.7%로, 역시 감소세였다.
2020년 만료되는 교토의정서를 대체할 파리기후협정은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2℃보다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되, 가급적 1.5℃ 이하로 제한할 것을 목표로 한다. 이미 지난 100년간 지구 평균 온도가 1℃가량 올랐고, 앞으로도 0.5℃ 상승 가능성이 큰 만큼 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전 지구적으로 신속하고도 전면적인 대응을 해야 한다. 기후학자들은 2℃ 이상의 온난화로 가지 않으려면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450ppm 이하로 유지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