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면데면 하다 기어이 터진 눈물..."내가 미안해"

[현장-이산가족 작별상봉] 2박 3일 2차 상봉 마무리, 연내 추가 상봉도

등록 2018.08.26 16:05수정 2018.08.26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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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공동취재단 신나리 기자]

 분단 후 65년 만에 상봉한 남북 이산가족들이 기약 없는 이별의 야속함에 금강산이 눈물바다로 변했다. 8.15 계기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2회차) 마지막 날인 26일 오후 금강산호텔에서 우리측 상봉단이 버스를 타고 먼저 떠나는 북측 가족들과 작별하고 있다.
분단 후 65년 만에 상봉한 남북 이산가족들이 기약 없는 이별의 야속함에 금강산이 눈물바다로 변했다. 8.15 계기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2회차) 마지막 날인 26일 오후 금강산호텔에서 우리측 상봉단이 버스를 타고 먼저 떠나는 북측 가족들과 작별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단체상봉 내내 말수가 적었던 가족도 결국 눈물을 참지 못했다. 무슨 말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였을까. 정영기(84) 할머니는 북측 오빠(정선기·89)를 만났지만, 많은 말을 나누지 않았다. 하지만 마지막 상봉은 참을 수 없었다.

'아이고, 아이고...' 할머니의 입에서 쉴 새 없이 탄식이 흘러나왔다. 북측 오빠는 그런 동생의 다리를 부여잡고 손을 쓰다듬었다. 오빠는 "이 오라비가 지혜롭지 못했다. 내가 죄를 지었다, 큰 죄를 지었어"라며 동생을 달랬지만, 할머니는 여전히 '아이고, 아이고' 통곡을 멈추지 못했다. 오빠는 동생의 손을 부여잡고 "미안하다"를 반복했다. 물끄러미 이 장면을 지켜보던 북측 보장성원의 눈이 붉어졌다.

26일 남북 이산가족들의 마지막 만남이 오후 1시께 마무리됐다. 이날 오전 10시에 만난 가족들은 3시간여 작별 상봉과 식사 시간을 함께했다.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 적막이 흘렀다.

피난길 오른 아버지, 67년 만에 이해하다

 제21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 2회차 마지막 날인 26일 금강산 호텔에서 열린 작별 상봉에서 남측 양순옥(86·왼쪽)씨가 북측 동생 량차옥(82)씨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아래 가족사진에서 왼쪽 갓난아기는 북측 량차옥씨, 오른쪽 어린이는 남측 언니 양순옥씨.
제21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 2회차 마지막 날인 26일 금강산 호텔에서 열린 작별 상봉에서 남측 양순옥(86·왼쪽)씨가 북측 동생 량차옥(82)씨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아래 가족사진에서 왼쪽 갓난아기는 북측 량차옥씨, 오른쪽 어린이는 남측 언니 양순옥씨.사진공동취재단

남북 이산가족들이 여기저기서 눈물을 흘렸다. 말없이 흘리는 눈물부터 통곡이 섞인 울부짖음까지. 각자의 손수건이 젖었다.

68년의 세월을 뒤로하고 만난 남북의 세 자매는 눈물을 닦아내지도 않고 서로의 손을 맞잡았다. 정애자(77) 할머니는 "이렇게 봐서 좋은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북측 언니(정휘경·79)는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다 남측 언니와 동생을 부여잡고 "아프지 마"라며 겨우 한 마디를 꺼냈다.


내내 휠체어에 몸을 뉘인 할머니는 몸의 고단함을 견뎌냈다. 양순옥(86) 할머니는 "이 사람 만나려고 여기까지 왔어요"라며 동생(량차옥·82)의 손을 꼭 잡았다. 전날 단체상봉에서도 꼬박 두 시간을 휠체어에 앉아 힘들어 보였던 할머니는 동생을 위해 강행군을 버텨냈다. 여든이 넘은 자매가 작별 상봉에서 서로를 눈에 담았다.

뱃속에 있던 자신과 어머니를 뒤로하고 피난길에 오른 아버지를 아들은 이해했다. 상봉 첫날, "나에게 미안하지 않아요"라며 설움 섞인 질문을 던졌던 조정기(67)씨는 아버지를 용서했다. 조씨는 "개별 상봉 때 아버지께서 모든 말을 다 해주셨다"라고 말했다. 피난길에 오르지 않았다면, 죽었을지도 모를 아버지의 상황을 아들은 이제야 받아들였다.


비뚤배뚤 굳어가는 손으로 쓴 편지

 제21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 2회차 마지막 날인 26일 금강산 호텔에서 열린 작별 상봉에서 남측 조정기(67·오른쪽)씨가 북측 아버지 조덕용(88)씨 손을 잡고 마지막 대화를 나누고 있다.
제21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 2회차 마지막 날인 26일 금강산 호텔에서 열린 작별 상봉에서 남측 조정기(67·오른쪽)씨가 북측 아버지 조덕용(88)씨 손을 잡고 마지막 대화를 나누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8.15 계기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2회차) 마지막 날인 26일 오후 금강산호텔에서 남과 북에서 온 가족들이 작별하고 있다.
8.15 계기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2회차) 마지막 날인 26일 오후 금강산호텔에서 남과 북에서 온 가족들이 작별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묻고 또 물어도 부족했던 가족들은 서로를 향한 질문을 멈추지 않았다. 북측 오병삼(78) 할아버지는 아흔이 얼마 남지 않은 누나(오병임·89)을 일으켜 세웠다. 여기서부터 저기까지 찬찬히 걸어보라며 누나의 걸음을 유심히 살폈다. 할아버지는 "내 눈으로 직접 보려고..."라며 걷기 힘든지 아파트에 사는지 시간이 날 때는 어디서 무엇을 하며 지내는지 계속 물었다.

정순자(70) 할머니는 어느새 검버섯이 가득해진 삼촌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나이 들면 다 그렇게 되는 거지"라고 말하는 삼촌에게 할머니는 "남쪽에는 치료도 있고 약도 있어요. 통일될 때까지만 참아요"라며 눈을 거두지 못했다.

'사랑하는 조카들에게... 참으로 이렇게 만나 대단히 감사하다.'

파킨슨 병을 앓고 있어 크게 말하는 것도 몸을 움직이는 것도 힘들었던 편찬옥(76) 할아버지는 한 자 한 자 써 내려간 손편지를 전했다. 편지를 쓰는 중에도 손이 자꾸 굳어 글씨는 비뚤배뚤했지만 할아버지는 기어이 편지를 썼다.

"이르면 10월 말, 추가 상봉"

 우리측 상봉단장 박경서 대한적십자사 회장이 25일 오후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8.15 계기 '제21차 이산가족 상봉 행사'(2회차)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우리측 상봉단장 박경서 대한적십자사 회장이 25일 오후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8.15 계기 '제21차 이산가족 상봉 행사'(2회차)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남측 이산가족 324명이 금강산을 떠났다. 이날 오후 1시 20분께 남북의 가족들은 각각 남과 북으로 방향을 달리했다. 남측 가족들은 버스를 타고 동해선 육로를 통해 돌아올 예정이다.

2년 10개월 만에 재개된 남북 이산가족상봉은 계속 이어질 수 있을까. 박경서 대한적십자사(한적) 회장은 반가운 소식을 전했다. 박 회장은 25일 단체상봉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북측과 연내 추가로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개최하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르면 10월 말께 추가 상봉이 가능할 것"이라며 "구체적인 날짜 등은 국장급 실무회담에서 논의하기로 했다"라고 전했다. 이어 "한해에 이산가족 3천∼4천 명이 세상을 떠난다. 아마 앞으로 7∼10년이면 이산가족 상봉이 이런 형태로는 어렵다"라며 "인도주의에 입각한 협력사업을 추진하는 사람으로서 이산가족 상봉에 가장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라고 밝혔다.

 2박3일간의 상봉행사를 마친 북측 이산가족이 26일 금강산 호텔에서 북측으로 향하는 버스에 탑승한 후 눈물을 훔치며 작별 인사를 하고 있다.
2박3일간의 상봉행사를 마친 북측 이산가족이 26일 금강산 호텔에서 북측으로 향하는 버스에 탑승한 후 눈물을 훔치며 작별 인사를 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꼭 다시 만나자' 분단 후 65년 만에 상봉한 남북 이산가족들이 기약 없는 이별의 야속함에 금강산이 눈물바다로 변했다. 8.15 계기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2회차) 마지막 날인 26일 오후 금강산호텔에서 우리측 상봉단이 버스를 타고 먼저 떠나는 북측 가족들과 작별하고 있다.
'꼭 다시 만나자'분단 후 65년 만에 상봉한 남북 이산가족들이 기약 없는 이별의 야속함에 금강산이 눈물바다로 변했다. 8.15 계기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2회차) 마지막 날인 26일 오후 금강산호텔에서 우리측 상봉단이 버스를 타고 먼저 떠나는 북측 가족들과 작별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이산가족 상봉 #금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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