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성무 창원시장 "주민들의 절박함은 현장에 있다"

[인터뷰] 취임 2개월 ... 창원세계사격선수권대회 '북측선수단 격려'

등록 2018.08.30 20:03수정 2018.08.30 20:03
0
원고료로 응원
 
a  허성무 경남 창원시장.

허성무 경남 창원시장. ⓒ 윤성효




"서류만 보면 현장의 절박함이 떨어진다. 주민들의 절박함은 현장에 있다."
"시민들한테 정보 공유도 하면서 '집단지성'과 '숙의민주주의'로 가는 게 옳다."
"모든 영역에서 전문가와 시민사회를 잘 조직해 끊임 없이 자문을 받고 상의하겠다."


허성무 경남 창원시장이 '현장'과 '소통'을 강조하면서 한 말이다. 허 시장은 지난 7월 1일 취임 전부터 많은 현장을 다니며 살피고, 여러 민원이나 갈등을 '소통'에 무게를 두고 풀어나가고 있다.

허 시장은 시정 목표로 '사람 중심 새로운 창원'을 내걸었다. '현장'과 '소통'을 강조하는 것도 '사람 중심'의 하나다.

'돋보인 현장'들도 있었다. 창원시민들이 마시는 수돗물의 원수로 쓰는 낙동강에 녹조가 창궐할 무렵인 8월 3일, 허 시장은 여름휴가 기간인데도 칠서취수장과 정수장을 찾았다.

그 자리에서 그는 낙동강 보 수문 개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수돗물 원수 취수에 영향이 없는 선까지 수위를 낮출 수 있고, 그러면 녹조 발생을 줄일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러한 보 수문 개방 요구는 영남권 지방자치단체장 가운데 처음으로 나온 것이었다. 이후 김경수 경남도지사도 보 수문 개방의 필요성을 언급했고, 부산지역 환경단체들은 허 시장을 거론하면서 오거돈 부산시장도 같은 목소리를 내라고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 정도였다.


또 '현장'이 있었다. 지난 8월 11일 저녁, 조수 간만의 차가 가장 큰 '대조기' 때 마산만 해역 주변 지역이 침수됐다. 허 시장은 현장으로 달려가 주민들과 대책을 논의했다. 그는 밤에도 마산어시장 쪽 현장에 가서 물이 차오른 곳에서 바짓가랑이를 걷어올린 채 살피기도 했다.

최근 창원시는 '시민갈등관리위원회'와 '공론화위원회'를 꾸려 운영하고 있다. 그는 "지금은 민간과 행정이 협치를 해야 하는 거버넌스 시대다"고 강조한다.


창원시는 '남북교류협력사업추진위원회'를 출범시키기도 했다. 허 시장은 "창원에 있는 현대로템, 두산중공업 등과 함께 선제적으로 남북경협을 해나가야 하고, 그렇게 하면 지역과 국가 경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 내다봤다.

당장 31일부터 열리는 창원세계사격선수권대회부터 남북 교류의 장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북측선수단 22명이 참가하기 때문이다. 시민들이 '아리랑 응원단'을 조직해 북측 선수들을 응원하고, 창원시는 이를 위해 재정 지원을 하고 나섰다.

허 시장은 "총이라는 것이 갈등과 대결의 상징이지만, 이번에는 평화의 총을 쏘는 대회가 될 것이다"며 "이번에 남북교류 내지 협력과 평화의 시대를 맞는 디딤돌의 역할이 될 것이고 그런 계기를 만들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a  허성무 창원시장은 8월 3일 낙동강 칠서취수장을 방문해 점검했다.

허성무 창원시장은 8월 3일 낙동강 칠서취수장을 방문해 점검했다. ⓒ 창원시청


a  허성무 창원시장은 8월 11일 저녁, 대조기를 맞아 침수 피해를 입은 마산어시장 일대를 찾아 맨발(원안)로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허성무 창원시장은 8월 11일 저녁, 대조기를 맞아 침수 피해를 입은 마산어시장 일대를 찾아 맨발(원안)로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 창원시청


다음은 허성무 창원시장이 지난 8월 28일 오후 집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가진 인터뷰 전문이다.

- 창원시장 취임 2개월을 맞았는데, 소감은 어떠신지? 취임 전 생각했던 시정 구상과 실제 해보니 어떠신지?
"시정은 매우 공적인 일이고, 시의회와 상의를 드리고 동의를 얻어서 진행해야 하기에 차분하게 갈 수밖에 없다. 마음 같아서야 많은 걸 하고 싶지만 말이다. 그리고 시정이 혼자만 독립된 게 아니다. 도정과 국정과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차분하게 잘 진행하려고 한다. 다만 밖에서 여러 문제제기를 많이 했는데, 하루아침에 해결할 수 없다. 시민들과 의논해서 차분하게 하나하나 해결하려고 한다."

- 취임 이후 소통을 강조하고, 현장도 많이 다닌 것으로 아는데, 행정에서 소통과 현장이 왜 중요한지?
"사무실에서 보고만 받는 행정하고 현장에 나가서 보는 행정하고는 다르다. 보고를 해도 빠지기도 하고, 누락될 수 있다. 현장에 가서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중대한 문제가 나오기도 하고, 그래서 현장에서 살펴봐야 한다. 그래야 이해당사자나 현장 주민이 원하는 행정, 수요자 중심의 행정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서류만 보면 현장의 절박함이 떨어진다. 주민들의 절박함은 현장에 있다."

- 가장 인상 깊었던 현장은?
"대조기(조수 간만의 차가 가장 클 때) 때 마산 바다 쪽 서항에 가서 여러 군데를 살폈다. 그 쪽과 관련해 미래 중장기 계획도 준비하고 있었다. 돌아보고 나서 오는 길에 주민들로부터 문자메시지와 전화를 받고, 마산어시장 쪽에도 바닷물이 넘친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전에 직원들로부터 그쪽 배수지에 대한 보고 받을 때는 충분히 잘 되어 있다고 했다. 그런데 당시 갔던 현장은 그 경계선에서 비켜나 있었다. 우리 직원들도 대책이 세워져 있지 않았던 곳이다. 현장에서 대책을 수립하고 점검했다. 현장에 가지 않았더라면 알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 그 현장이 가장 인상 깊었다."

- 창원시에서는 '시민갈등관리위원회'와 '공론화위원회'를 두고 운영에 들어갔는데, 이런 위원회가 왜 필요하다고 보는지? 과거 여러 위원회가 있었지만 제 역할을 못한다는 지적도 있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여러 갈등의 마지막 해결점은 행정인데 공무원과 민원인들이 여러 갈등을 거치는 사이 불신이 많이 생기기도 한다. 그래서 제3자가 나서서 조정하고, 중립적인 입장에서, 역지사지 입장에서 해결하거나 갈등을 줄여 나갈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갈등관리는 이 시대에 반드시 필요하다. 갈등관리에 대한 여러 기법이나 중요성이 강조되기에 우리 시에서 모범적으로 잘하려고 한다."

- 공론화위원회는?
"공론화위원회는 갈등관리위원회와 다르다. 공론화위원회는 좀 더 큰 화두, 큰 문제를 다룬다. 근본적으로 시정을 시민과 함께 어떻게 만들어갈 것이냐는 것이다. 과거에는 이해당사자 일부라든지, 공무원 몇 사람이 결정되면서 시민들이 소외되었다. 그리고 결과만 통보 받으면서 대충돌이 일어나 정말도 시정의 발목을 잡는 일들이 많았다. 사전에 시민들한테 정보도 공유하면서 '집단지성', '숙의민주주의'를 위한 방향으로 가는 게 옳다. 물론 제 개인의 소신도 뚜렷하게 있지만 그것이 먼저 주장되고 한 편으로 강요된다면 어느 시민이 동의하겠나. 그 과정에 시간이 몇 달 걸릴 수 있지만, 결정이 되면 훨씬 더 힘을 가지고 빠르게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 '공론화위원회'와 '갈등관리위원회'가 대형사업 시행에 앞서 단체장의 결정 오류를 예방할 것인지, 아니면 단체장이 민간영역에 지나치게 의지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런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지금은 민간과 행정이 협치를 해야 하는 거버넌스 시대다. 그런 시대 이미 10년, 20년 전에 도래하기 시작했다. 다른 데 가면 그런 게 활짝 꽃 피어 있는데, 우리 지역만 오히려 잘 안 되고 있는 게 안타깝다는 것이다. 공론화위원회 같은 것을 통해서 민과 관의 거버넌스가 이루어져야 한다."

- 어떻게 보면 '공론화위원회'나 '갈등관리위원회'가 하는 역할을 시의회에서 해야 하는 것 아니냐 하는 지적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의회에서 해주면 감사하다. 의회에서 시가 공론화위원회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의회가 먼저 공론화위원회 같은 것을 만들어서 하고, 시정을 검증하거나 질타하며 대안을 내놓으면 그것보다 더 감사할 일이 어디 있겠느냐. 의회가 좀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주기를 바란다."

- 창원지역 시의원과 도의원은 같은 더불어민주당 소속이 많지만, 국회의원은 4명 모두(창원성산은 제외) 자유한국당 소속인데, 앞으로 국회의원들과 관계는 어떻게 할 것인지?
"당 소속을 떠나 지역 출신 국회의원은 지역 발전뿐만 아니라 나라 발전을 위해서 애쓰시는 분이다. 두루두루 빠짐없이 만나 뵙고 시정에 대한 도움을 요청할 것이다. 며칠 뒤 간담회를 가질 예정인데, 국회에 가서 한 분은 다른 일로 못 만나고 세 분이 참석한 가운데 만나 시정을 설명하고 협조를 구할 것이다. 앞으로 필요하면 매년 1년에 두 번 정도는 할 것이다."

- 인수위원회(새창원위원회)가 약 2달 동안 활동을 하고 난 뒤 74개 공약사업의 경중이나 사업의 시급성 등을 세분화해서 마무리 되었는데, 향후 창원시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자문그룹 등에 대해서는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 있는지?
"지금 자치분권조례를 추진하고 있다. 대북문제와 관련해서도 관련 위원회를 만들고, 갈등관리나 공론화위원회도 한다. 시정에 자문을 받고, 시정의 어려움을 그분들과 함께 풀어나갈 생각이다. 경제가 중요하다. 어려운 경제를 풀기 위한 자문 기구도 만들 것이다. 모든 영역에서 지역의 전문가와 시민사회를 잘 조직화해서 끊임 없이 자문을 받고 상의하도록 할 것이다."

- 창원시가 '남북교류협력사업추진위원회'를 출범시켰고, 당장에는 곧 열리는 창원세계사격선수권대회에 참가하는 북한 선수단과 관련된 활동을 하겠지만, 앞으로 창원시 차원에서 구체적으로 추진할 남북교류협력사업을 구상하는 게 있는지?
- 대북 관계는 두 가지다. 인도주의적으로 동포애에 관한 것과 경제문제를 중심으로 하는 남북경협 문제가 있다. 두 문제를 떼어 놓을 수 없고 함께 가야 한다. 지역 경제를 위해서도 남북교류는 중요하다. 선제적으로 남북교류를 통해 창원지역 경제의 돌파구를 만들 수 있다. 인도적, 동포애적 교류와 협력 있어야 하고, 경협 문제와 같이 종합해서 창원시가 잘할 수 있는 남북교류사업을 하겠다. 남북경협을 위해서는 우리 지역이 다른 지역보다 우위에 있다. 대표적으로 철도 관련한 현대로템, 원전 관련한 두산중공업 등이 있다. 관련 업체들과 함께 남북교류 협력 시대를 열 것이고, 선제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

- 남북교류협력사업은 시장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지속될 수도, 중단될 수도 있다. 그래서 관련 기금 마련이라든지 조례 마련 등이 필요할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조례를 준비하고 있다. 의회에서 통과시키면 된다. 기금도 필요하다. 정부 기금도 받아야 하고, 경남도에서도 기금 설치를 한다고 한다."

- 곧 창원세계사격선수권대회가 열리는데, 그동안 어떻게 준비를 해왔고, 이번 대회의 특징이라든지 자랑할만한 부분이 있으면 소개해 달라.
"사격선수권대회의 실무적인 준비는 철저하게 유관기관과 함께 하고 있다. 운영과 안전, 경기와 관련해서는 철저하게 준비했다. 이번 대회는 규모도 역대 최대 국가와 선수가 참가하고, 특별히 북측 선수 22명이 참가한다.

이것은 평창올림픽 때 참가하기 시작해서 여러 대회에서 교류가 있었지만, 이번에는 규모도 크고 많이 와서, 어쨌든 평화의 미래를 밝혀 나가는, 평화의 총을 쏘는 대회가 될 것이다. 총이라는 것이 갈등과 대결의 상징인데, 이번에는 총을 쏘는 사격대회지만, 이번에 북측 선수가 와서 경기를 잘하고 성과를 내면서 우리가 그들이 잘하도록 격려해 줌으로써, 남북교류 내지 협력과 평화의 시대를 맞는 디딤돌의 역할이 될 것이다. 그런 계기를 만들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 분들이 오시면 잘 해드려야 한다."

- 현재 창원 용호동, 용지호수 옆에 한국자유총연맹 경남도지부가 사용하는 경남통일관 건물이 있다. 땅은 창원시 소유이고 경남도가 건물을 지어 조성된 것으로 안다. 일부 시민단체에서는 이 건물이 규모가 큰 데 비해 활용도가 낮고, 한반도 평화시대를 맞아 자유총연맹 지부를 다른 곳으로 이전하고, 이곳을 창원의 미래를 위한 공간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아직 구체적으로 생각해본 바는 없다. 다만 거기가 우리 지역을 대표하는 좋은 지역이다. 그런데 활용도가 낮다. 앞으로 도와 의논하고, 관련 단체와 의논해야 한다. 다만 늘 시장이 되기 전에는 그런 생각을 했다. 그 건물 전체가 투명유리로 된 건물이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상상을 해봤다. 구체적인 계획은 아니다. 주위를 모두 둘러 볼 수 있는, 아름다운 공간이고, 시민들이 즐기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상상은 많이 해봤는데,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 여론이 있다면 도청, 관련 단체와 의논해 보겠다."

- 더 하고 싶은 말씀이 있는지?
"시민 여러분, 창원경제는 도시가 생긴 이래로 가장 어렵다. 창원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다 마찬가지다. 이것은 그동안 우리 경제의 주력 산업들이 이제는 경쟁국도 많이 생기고 하다 보니 경쟁력을 잃어간 데서 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한다. 동시에 잘 나갈 때 미래를 충분히 대비하지 못한 탓도 있다. 그러나 어려울 때, 늦다 싶을 때가 빠르다는 말처럼, 힘과 용기를 내서 함께 해주시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으리라 본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허성무 시장은 김두관 전 경남지사 때 경남도 정무부지사를 지내고, 새정치민주연합 경남도당 위원장을 지냈으며, 참여정부 때 해양수산부와 행정안전부 장관을 지낸 허성관(71) 전 장관이 친형이다.
#허성무 #창원시 #소통 #현장 #갈등관리위원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하루가 지옥" 주차장에 갇힌 주택 2채, 아직도 '우째 이런일이' "하루가 지옥" 주차장에 갇힌 주택 2채, 아직도 '우째 이런일이'
  2. 2 억대 연봉이지만 번아웃 "죽을 것 같았다"... 그가 선택한 길 억대 연봉이지만 번아웃 "죽을 것 같았다"... 그가 선택한 길
  3. 3 체코 대통령, 윤 대통령 앞에서 "최종계약서 체결 전엔 확실한 게 없다" 체코 대통령, 윤 대통령 앞에서 "최종계약서 체결 전엔 확실한 게 없다"
  4. 4 알고도 대책 없는 윤 정부... 한국에 유례 없는 위기 온다 알고도 대책 없는 윤 정부... 한국에 유례 없는 위기 온다
  5. 5 28년 만에 김장 독립 선언, 시어머니 반응은? 28년 만에 김장 독립 선언, 시어머니 반응은?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