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쿠츠크에서 머문 숙소 앞마당
김강현
그녀를 따라 숙소 안으로 들어가니 치타에서 빠져나오며 떨어졌던 일행들이 거기에 있었다. 고작 며칠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는데, 배낭을 바닥에 아무렇게나 던져놓고 반갑게 포옹했다.
나중에 얘기를 들으니, 내 바이크가 고장 났던 그 호숫가 늪에 들어갈 때 맨 뒤에 따라오던 친구는 우리를 놓쳐 계속 앞으로 갔고, 다른 한 명은 내 바이크가 도랑에 빠지기 전에 진흙탕에 빠져 고생하다가 겨우 바이크를 빼내 돌아나갔다.
돌아나간 친구는 한참을 기다려도 내가 나오지 않아 '먼저 갔나 보다' 생각하고 이동하다가 인근 주유소 근처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다른 친구와 만나 이곳까지 왔단다.
무사히 다시 만났다는 것에 안도하며 방을 잡기위해 카운터로 갔다. 그런데 손님이 꽉 차 방이 없단다. 앞마당에 텐트를 치고 방이 날 때까지 캠핑을 할까 했지만, 거세지는 빗줄기에 포기했다.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으니, 주인이 내일은 객실에 자리가 난다며 하루만 1층 거실에 머무르면 숙박비를 반값에 해주겠단다. 아무 곳에서나 자도 상관없을 정도로 단련된 우리는 그녀의 제안을 흔쾌히 승낙했고, 거실을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우리 짐을 건드리지 않게 안쪽 깊숙한 곳에 숨겨뒀다.
이틀 동안 기차에서 제대로 씻지 못했기에 갈아입을 옷을 챙겨 바로 샤워실로 들어갔다. 그동안 빨래도 못했더니 빨아야 할 옷들이 산더미다. 샤워커튼이 쳐져있는 욕조 안으로 옷들을 던진 후 밟으며 샤워했다.
따뜻한 물이 몸을 감싸니 기분이 좋아진다. 샤워를 먼저 한 후 샤워기를 끄고 밟고 있던 옷 위에 샴푸세제를 몇 방울 뿌리고 빨래를 시작했다.
깨끗하게 빨기엔 시간도 오래 걸리고 힘들어 샤워하면서 빨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낸 것인데, 샤워하는 동안 물에 충분히 적신 후 샤워 후 세제 몇 방울 뿌려 벅벅 비비고 행구면 끝이다.
세탁기가 있는 호스텔도 있었지만, 대부분 유료여서 속옷이나 양말, 티 같은 간단한 옷들은 샤워하며 빨았다.
물기를 꼭 짜내고 방으로 들어와 침대 난간에 빨래를 널고 거실에 가서 따뜻한 홍차 한잔을 준비했다.
차를 마시려 하고 있는데, 친구들도 샤워를 끝내고 거실로 모였다. 오랜만에 넷이 뭉친 우리는 밖에 나가서 맛있는 저녁을 먹기로 했다.
과거로 시간여행?
비 내리는 오후, 숙소에서 나와 큰 길을 따라 사람이 많아 보이는 시장으로 향했다. 어떤 맛있는 음식을 먹을까 고민하며 돌아다녔는데, 괜찮아 보이는 식당이 없어 동네 구경도 할 겸 계속 걸었다.
숙소 근처에 큰 재래시장이 있었고, 중국인과 중국식당이 심심찮게 보였다. 아마 중국인들이 모여 사는 지역인가 보다.
시장은 파는 음식과 물건이 우리나라 재래시장과는 달랐지만 익숙하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분위기가 비슷하다. 하지만 비가 와서인지, 시간이 늦어서인지 문을 연 곳이 별로 없다. 다음날 구경하기로 하고 시장을 지나 계속 걸었다.
거리는 날것 그대로 모습이다. 굉장히 오래 돼 보이는 벽이 깨진 상태로 남아있기도 하고, 나무로 된 가로등과 블록이 빠진 거리바닥, 뚜껑 없이 뻥 뚫려있는 맨홀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