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미투 법안' 지지부진... 국회에 뿔난 대학생들

[현장]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성폭력 문제 해결 법안 처리 촉구' 기자회견

등록 2018.09.03 17:03수정 2018.09.03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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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준비위원회가 3일 오후 1시 국회 정문 앞에서 '대학 내 성폭력 문제 해결을 위한 법안 처리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준비위원회가 3일 오후 1시 국회 정문 앞에서 '대학 내 성폭력 문제 해결을 위한 법안 처리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소중한

대학 내 성폭력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대학생들이 ▲ 학생이 참여하는 교원징계위원회 ▲ 대학 내 인권전담기구 설치·운영 의무화 등의 내용이 담긴 법안 처리를 촉구하며, 20대 국회의 후반기 첫 정기국회가 열린 날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준비위원회는 3일 오후 1시 국회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법과 제도의 미비를 핑계 대며 '위력은 존재했으나 행사하지 않았으므로 가해는 아니다'라고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 현재 대한민국의 실태다"라며 "국회는 대학생의 목소리에 응답해 대학 내 성폭력 문제에 책임 있게 나서야 한다"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대학 및 사회 각계각층에서 대대적으로 일었던 미투 운동이 진행된 지 반년가량이 지난 상황에서 고개를 숙였던 가해자들은 피해자들을 향한 반격을 준비하며 반성과 성찰 없이 스멀스멀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며 "이번 정기국회에서 대학 내 성폭력 문제의 해결을 위한 관련 법안들을 반드시 통과시켜 피해자들의 용기 있는 외침이 텅 빈 메아리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대표적으로 성폭력 사건이 있었던 학교에서 가해자 교수는 정직 3개월의 솜방망이 처리를 받고 징계 처리가 끝났다"라며 "또 징계 결과를 학생들에게 공지하지 않고 학교 당국이 학생들을 2차 피해로부터 보호해주지 못하는 등 많은 학교들이 제대로 된 문제해결과는 거리가 먼 대처를 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재 교원징계위원회에는 학생의 참여가 허용되지 않는다, 학생 없는 교원징계위원회가 교수 권력이라는 덫에 걸려 학생들의 피해를 간과할 수 없도록 징계위원회 학생 참여는 반드시 보장돼야 한다"라며 "학생들은 철저히 배제된 채 견고한 교수 권력으로 점철된 교원징계위원회에 대한 개선 없이는 교수-학생 간의 위력으로부터 발생하는 교수 성폭력 문제에서 공정한 판단과 근본적인 해결을 바라기 어렵다"라고 비판했다.

또 "피해자가 사건을 신고하고 보호를 요청하고 가해자의 징계를 요구하기 위해서는 대학 내 제대로 된 인권전담기구가 필수적이다"라며 "하지만 발의된 관련 법안에 따르면 설문에 응답한 97개 대학 중 인권센터가 설치된 대학은 19개밖에 되지 않는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관련 법안을 처리해 모든 대학 내에 인권전담기구가 조속히 설치·운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이런 현실에서 어떻게 위드유, 미투 외치겠나"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준비위원회가 3일 오후 1시 국회 정문 앞에서 '대학 내 성폭력 문제 해결을 위한 법안 처리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준비위원회가 3일 오후 1시 국회 정문 앞에서 '대학 내 성폭력 문제 해결을 위한 법안 처리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소중한

현재 대학 내 성폭력 문제와 관련된 고등교육법·사립학교법·교육공무원법·초중등교육법 등의 개정안들은 대부분 국회에 계류 중인 상황이다. 법안들에는 ▲ 징계위원회 학생 참여 허용 ▲ 대학 내 인권센터 설치·운영 의무화 ▲ 교원이 성비위 관련 수사를 받을 시 피해자 보호를 위한 수업배제 조치 가능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준비위원회는 "지난 8월 13일에 교육부는 '교육 분야 성희롱·성폭력 근절 자문위원회'에서 제안한 권고안 중 일부만을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라며 "이 때문에 개선안의 주요 권고 사항이었던 ▲ 대학 내 성폭력 전담기구의 인력 및 예산 확보 ▲ 심의·조사위원회 구성 시 학생 참여 ▲ 피해 학생을 보호하기 위한 전담기구의 처리 절차 개선 ▲ 추가 피해 예방을 위한 방책 마련 등의 내용이 빠졌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실질적 제도 개선을 위해서는 국회의 노력과 책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강혜지 동덕여대 부총학생회장은 "새 학기가 시작되고 총장이 바뀐 지금까지도 해결되지 않은 학내 H교수 (성폭력) 문제가 남아 있다"라며 "(폭로 후) 지난 5개월 동안 가해 교수는 피해 학생을 고소했고 피해 학우는 스스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접수했는데 이렇게 많은 일이 벌어졌음에도 (학교) 진상조사위원회는 다양한 이유로 회의조차 진행하지 못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나마 동덕여대 H교수 성폭력 비상대책위원회에서 학교 규정을 개정해 피해자 보호 규정을 만들었지만 변경된 단 두 줄의 규정 갖고는 절대 피해 학우를 보호할 수 없다"라며 "그렇기 때문에 피해 학우가 고통 받는 일들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관련 규정이 신설돼야 하고 법령이 필요하다"라고 호소했다.

차안나 이화여대 총학생회장은 "올해 초 이화여대에서는 두 건의 교수 성폭력 사건이 공론화됐지만, 학교는 징계위원회에 학생 참여를 보장하라는 학생들의 요구를 무시하고 최소한으로 알려줘야 하는 징계 현황과 결과조차 피해 학생에게 알려주지 않았다"라며 "거듭 요구한 끝에 피해 학생에게는 결과를 알려주겠다는 약속을 받아냈지만, 학교는 학생들을 문제 해결 과정의 주체로 인정하지 않으며 항상 관련 규정과 법안이 없다는 근거로 학생들의 요구를 무시했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올해 7월 김혜숙 총장의 공약으로 많은 구성원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출범한 인권센터는 성폭력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 있어서 어떠한 구속력을 가진 권고안도 낼 수 없었다"라며 "그럼에도 이러한 인권센터조차 없었다면 학교가 과연 학생들의 요구를 어떻게 받아들였을지 상상하고 싶지 않다"라고 덧붙였다.

홍지수 고려대 부총학생회장도 "징계위원회에서 어떤 솜방망이 처벌이 내려졌는지는 모르지만 피해 학생은 다시 가해 교수와 마주치게 되고 가해 교수에 끊임없이 노출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라며 "이런 현실에서 어떻게 위드유(with you), 미투(me too)를 외치겠나, 인권전담기구 설치는 필수일 뿐만 아니라 기구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모든 뒷받침 역시 보장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기자회견에는 대학원생 모임도 참석해 힘을 보탰다. 강태경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 부위원장은 "대학 중에서도 대학원이란 공간은 매우 폐쇄적이다"라며 "실제로 문제를 제기해야겠다고 결심한 사람도 다시 고민하고 불안해하며 '그만둬야 하지 않을까'라는 혼란스런 고민을 이어가야 한다. 이러한 문제를 기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관련 법안은 반드시 처리돼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학 #성폭력 #국회 #기자회견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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