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현 "남북정상회담 결과, 즉시 공개말고 트럼프에 넘겨야"

[박정호의 핫스팟]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황방열 기자 '3차 남북정상회담 미리보기'

등록 2018.09.15 11:25수정 2018.09.15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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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현 "문재인 대통령, DJ 못지 않더라" ⓒ 홍성민



"문재인 대통령, DJ 못지않더라."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이 한마디로 오는 18일 평양에서 열리는 3차 남북정상회담 결과를 낙관했다.

정 전 장관은 14일 오후 오마이뉴스 '박정호의 핫스팟'에 출연해 전날 문재인 대통령과 남북정상회담 원로자문단 오찬 간담회 내용을 전하며 "문 대통령이 전체 20명 자문단의 건의, 조언 등을 종합해서 이번 회담에서 뭘 하겠다는 얘기를 풀어나가는데 그걸 들으면서 'DJ 못지않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전체 방송분 다시보기)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정세현 전 장관 제공.

'DJ 못지않다'는 표현은 어떤 의미일까. 정 전 장관은 2000년 6.15 정상회담을 앞두고 진행된 모의 회의를 떠올리며 "그때 돌발 질문에 김대중 전 대통령이 원고 없이 답변을 하는데 머릿속에 전체 그림을 넣어 놓고 매우 논리정연하게 말하는 모습을 보면서 '어떻게 원고도 없이 저렇게 얘기를 하냐'고 감탄했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 만난 정세현 전 장관의 2가지 조언 ⓒ 홍성민




 

정세현 "11월 6일 이전에 2차 북미정상회담 열릴 가능성 크다" ⓒ 홍성민




회담을 주도해 나가려면 전체 그림을 머릿속에 넣어야 하고 남북관계와 북한의 비핵화, 북미수교 등이 전후좌우로 어떻게 연결되는지 머릿속에 들어가 있어야 원고 없이 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음주 3차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평양을 방문하는 문 대통령도 '머릿속에 전체 그림을 그리고 있었던' 김 전 대통령의 수준에 이르렀다는 게 정 전 장관의 판단이다.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을 정책 결정 실무자로서 가까이에서 겪어 본 바로는 역시 남북 관계에 대해서 머릿속에 자기 그림을 확실히 가지고 있는 분은 김대중 대통령이었다. 어제 문재인 대통령이 말하는 것을 보고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구나'라고 생각했다. 정상회담 두 번 하고 나서 저렇게 된다? 회담의 차수가 거듭되면 '달인'이 될 거다. 놀랐다." 


그러면서 정 전 장관은 "북한이 비핵화를 위해서 적극적으로 나오고, 그걸로 미국이 종전선언 등에 응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 낼 수 있는 여러 가지 전략이 이미 문 대통령 머릿속에 들어가 있기 때문에 (3차 남북정상회담이) 잘 되리라 본다"고 덧붙였다. 

 

정세현 전 장관이 분석한 보수 야당의 '평양행' 거부 이유 ⓒ 홍성민


  
정 전 장관은 이번 남북정상회담 결과를 낙관했지만, 회담 직후 합의내용 전체가 즉시 공개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이번에 내가 비핵화를 위해서 이렇게 북한을 설득을 했고, 북한이 이런 약속을 했다'는 문 대통령의 얘기가 공개되는 것이 적절치 않다"며 "회담 결과를 미국한테 전달해주고 미국이 그것에 따라 움직이고 막판에 북미정상회담에서 결론낼 수 있게 어시스트를 하는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궁지에 몰려 있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핵 문제에 적극적으로 과감하게 나갈 수 있도록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손을 내밀어서 끌어내 주는 모양새를 만들어 주고 '잘해 봐' 하고 우리는 빠지는 것이 좋다. 그렇게 돼도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사이에 북미회담이 잘 돼서 비핵화가 속도를 내고 종전선언 문제도 다 해결되고 북미수교까지 가게 되면 그 과정에서 생기는 평화는 우리 국민들 것이다."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설득하는 작업에는 문 대통령이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인데, 미국도 그 결과를 받아들이고 북미관계를 크게 진전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기 위해서는 정상회담 결과를 섣불리 알리기보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 몫으로 넘겨주는 게 좋다는 것이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의 '문재인 대통령은 손흥민처럼 어시스트에 주력하라'는 주문과도 일맥상통하는 얘기다.

정 전 장관은 "3차 남북정상회담 이후 한미정상회담으로 매듭을 짓고 2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린다면 종전선언문제도 결론이 나고 비핵화도 속도를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2차 북미정상회담 시점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6일 미국 중간선거에서 정치적으로 최대의 효과를 낼 수 있는 타이밍으로 고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세현 "김어준이 추천? ‘담대한 여정’의 의미는..." ⓒ 홍성민




최근 정 전 장관은 황방열 전 오마이뉴스 기자와 함께 한반도 문제의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를 전망할 수 있는 책 '담대한 여정'을 썼다. 이 책 본문 첫 문장이 '판이 바뀌었다'인데, '판문점 선언' 비준동의안 처리를 둘러싼 국회 상황을 보면 '판이 바뀌었다'라는 표현이 맞지 않고 있다.

정 전 장관은 "냉전구조가 해체되는 것 자체가 싫은 것이다"라고 보수 야당을 겨냥했다. 그는 "분단체제 아래에서 구축된 기득권이 하루 아침에 없어지게 되는 것이 불안하기 때문에 원천적으로 냉전구조 해체를 막고 싶어 한다"라며 "'버틸 수 있는 데까지 버텨보자'는 식으로 북미수교를 막고 차라리 북핵문제가 해결 안 되는 게 좋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자유한국당의 '북한 비핵화 이행에 대한 확실한 담보 없이 비준안 동의는 없다'는 논리에 대해 "'판문점 선언'으로 들어가서 북한의 비핵화를 끌어내겠다는 건데, 출구에서 거둘 수 있는 성과를 먼저 비준하기 전에 입구에 갖다 놓으라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정세현 "비핵화 돼야 남북경협 가능? 이명박 정부 시절 논리" ⓒ 홍성민


평양 남북정상회담에 경제인이 동행하는 것에 대해서도 자유한국당은 비판적이다.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경협은 북한의 진전된 비핵화 조치 이후에 해도 늦지 않다"며 "기업 총수들이 자칫 김정은 위원장의 투자요청을 거절하지 못하고 돌아오면 기업은 이도 저도 못하는 신세가 될 수 있다"는 글을 올렸다. 

이에 대해 황방열 기자는 "김 위원장의 투자 요청이 있으면 '생각해보겠다'고 하면 되는 것이고, 가서 북한에 대해서 의심되는 부분에 대해서 직접 물어보고 투자에 대한 판단을 하면 되는 것인데 이렇게 하면 가지 말라는 것"이라며 "이제 김병준 위원장은 노무현 대통령 얘기하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정세현 "핵무기 위협? 김정은은 경제 발전 위해 비핵화 할 것" ⓒ 홍성민




 

정세현 "3, 4년 안에 분단 고통 해소될 것" ⓒ 홍성민



한편, 인터뷰 직전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하고 돌아온 정 전 장관에게 한 시청자는 "통일은 언제 될까"라고 물었다. 정 전 장관은 "정부 하나, 국호 하나라고 하는 통일은 먼 얘기"라고 답했다.

하지만 그는 "이번 남북회담과 2차 북미회담이 잘 마무리되고 비핵화 과정과 북미수교 과정이 시작되면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 북한 경제특구에 우리나라 기업 참여 등으로 분단으로 인한 고통이 현저하게 줄어들 것"이라며 "남북경제협력을 '퍼주기'라고 하는 분단 이데올로기에 휘둘리지 않으면 분단 고통 해소는 3~4년 안에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세현 #황방열 #문재인 #담대한 여정 #박정호의 핫스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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