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방탄소년단이 지난 8월 26일 오후 월드투어 콘서트 < LOVE YOURSELF >의 시작점으로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에서 단독콘서트를 열었다. 이들은 콘서트에 앞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 8월 24일 발매한 리패키지 앨범 < LOVE YOURSELF 결 Answer >와 이번 투어공연에 관해 기자들의 질문에 응답하는 시간을 가졌다.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중학교 시절부터 '덕질'에 익숙한 난 꽤나 반가운 마음에 '좋아요'를 눌렀다. 그런데 반가운 사람이 나뿐만이 아니었다. 지인의 페이스북에는 "나는 강다니엘", "박지훈" "세븐틴!" 하면서 그동안의 덕질을 고백하는 댓글들이 줄줄이 달렸다. 대부분 30대 후반에서 40대 중반인 여성들이었다.
40대 워킹맘인 또 다른 지인은 '원유'라는 필명으로 강다니엘 입덕기를 온라인상에 연재했고, <이 나이에 덕질이라니>라는 제목의 책으로도 출간한다고 알려왔다. 원유 작가의 강다니엘 입덕기에는 "꼭 내 이야기 같았다", "이 나이에 이러는 게 부끄러웠는데 이렇게 내 마음을 대신 써줘서 고맙다", "십 대 때도 안 하던 것을 이제 하고 있다"는 등 30, 40대 여성의 뜨거운 댓글들이 가득하다.
워너원과 방탄소년단이 30, 40대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요즘, 40대와 그 언저리를 살고 있는 이른바 '중년의 문턱'에 있는 여성들의 '덕질'이 이슈가 된 것은 최근의 일만은 아니었다. 2000년대 중반 god, 동방신기 등이 인기를 끌 때부터 종종 팬 활동을 하는 '이모 부대'가 이슈가 되어 왔으니 말이다.
10년 넘게 이런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는 건, 게다가 다양한 스타들이 중년 여성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는 건, 이런 현상의 원인이 스타에게 있기보다는 중년 여성들에게 있음을 의미한다. 도대체 왜 중년 여성들이 남성 아이돌에게 사로잡히는 것일까? 그 심리의 이면에는 무엇이 있는 것일까?
여성에게 더욱 특별한 중년이라는 시기
중년을 매우 중요하게 다룬 정신분석가 융에 따르면, 40대 전후(평균적인 나이를 의미하지만, 각 개인에게 중년의 시기는 다를 수 있다)가 되면 그동안 살아왔던 역할들에서 벗어나 보다 진정한 나 자신을 찾는 여정이 시작된다. 융은 이 시기 종종 겪는 여러 가지 정신적인 문제들(우울, 불안, 공허감 등)은 '진짜 나'를 찾으라는 메시지라고 분석한다.
현대의 융 학파 정신분석가인 제임스 홀리스는 저서 <내가 누군지도 모른 채 마흔이 되었다>에서 이 시기에 반드시 던져야 할 질문을 '지금까지 살아온 모습과 맡아온 역할들을 빼고나면, 나는 대체 누구인가'라고 했다. 그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 중년에 해야 할 일이며, 그래야만 보다 온전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고 한다.
융은 중년이 되기 전까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회적으로 주어진 역할들을 마치 자기 자신인 양 착각하고 살아간다고 한다. 이런 착각은 남녀 모두에게 해당되는데 가부장적 사회에서 남성은 자신 안의 여성성인 아니마를 억누르고, 여성은 자신 안의 남성성인 아니무스를 억누르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그런데 가부장적 사회는 남성에 의해 규정된 사회다. 때문에 여성들은 남성들보다 자기 자신을 주체적으로 바라보기 힘들다.
더구나 현대 사회는 여성들에게 너무나 많은 역할들을 요구한다. 전통적인 어머니, 아내, 며느리로서의 역할 외에 경제적 능력까지 요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집에서는 엄마, 아내, 며느리로 사회에서는 직장인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며 사는 많은 여성들은 이런 역할들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기'로 살아갈 시간이 거의 없다.
때문에 중년이라는 삶의 전환기 무렵, 여성들은 더 간절하게 '이 역할들을 내려놓으면 진짜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매달리게 된다. 이 질문을 굳이 의식하지 않더라도 이 시기 많은 여성들이 겪는 다양한 심리적 어려움들은 무의식에서 이 질문을 던지고 있다는 표시다.
왜 하필 남성 아이돌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