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의 진경산수화구글포토에서 보정해 준 사진으로, 삼각산과 아파트가 제법 잘 어울린다
서윤영
어느 날 문득 구글포토가 내게 보여준 사진이었습니다. 이것이 과연 무슨 사진인지, 내가 언제 이런 사진을 찍었는지 도무지 낯설고 이상해서 한참을 들여다보고야 알았습니다, 이것은 내가 사는 동네라는 것을.
어느 날 동네 뒷산에 올랐다가 무심코 폰카를 찍었고 그 사진이 연동된 구글포토에 저절로 올라갔고, 그리고 그 사진을 구글이 임의로 보정한 거였습니다. 인간의 이성과 감성이 전혀 배제된, 오로지 기계로 보정된 사진이었습니다.
멀리 보이는 원경에 있는 것은 북한산입니다. 세 봉우리가 일품이라 하여 삼각산(三角山)이라고도 하는데 저 산자락 아래에 있는 동네가 서울 수유리, 내가 태어나서 여덟 살까지 살던 동네였습니다.
중경으로 보이는 거대한 아파트 숲이 내가 살고 있는 곳입니다. 원경과 중경으로 나의 어린 시절과 과거가 겹쳐 보이는 사진. 서울의 하늘 아래 뾰족한 산과 높다란 아파트는 기가 막히게 잘 어울렸습니다. 인공지능이 아무런 편견 없이 보여준 사진은 의외였습니다. 어쩌면 이것은 21세기의 진경산수화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얼핏 해 보았습니다.
계란판을 뒤집어 놓은 것처럼 올록볼록한 국토, 그 사이 사이에 아파트가 삐죽이 솟아 있습니다. 회색의 거대한 콘크리트 박스, 닭장 같은 삶, 획일적이고 삭막한 주거공간 등이라고 말을 하지만, 인공지능이 보기에 산이 많은 국토의 특성상 아파트가 제법 잘 어울리는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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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건축학과 졸업 후 설계사무소 입사.
2001년 오마이뉴스에 글을 쓰기 시작한 후 작가 데뷔
2003년부터 지금까지 15년간 12권의 저서 출간
이제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오마이뉴스를 시작합니다.
저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집(2015) / 건축 권력과 욕망을 말하다(2009) / 꿈의 집 현실의 집(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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