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희, '별 난 이야기 1707-투명옷'(2017년 작)조선일보미술관 기획초대전_김성희 개인전 도록 가운데
아트조선
삶에서 마주한 물음표와 느낌표, '투명한 것'에 대하여…
화면 위에는 나무, 새, 잡초 등이나 옷걸이의 옷 등 우리 일상 주변의 모습들을 닮은 형상들이 그려져 있다. 자연의 미감을 닮은 포근한 황갈색의 채색과 작은 동그라미들 사이에 여러 선들이 그어져 있다. 김 교수의 작업에서 선들이 시작되고 끝나는, 혹은 만나는 지점은 마치 밤하늘의 별자리처럼 이야기를 지닌다.
김 교수의 작업을 감상하다보면 동양 철학의 깊이 있는 사유들을 마주할 수 있다. "모든 만물이 하나의 '선'으로 연결되어 있고, 유기적인 관계 속에 존재 한다"는 사상은 그의 작업을 관통하는 것 가운데 하나이다.
'별 난 이야기-투명 옷'은 김 교수가 전시제목 'Transparenter(투명한 것)'의 의미처럼 오늘날 '나'의 존재가 사회 이념·체계·조직 사이에서 '희미해지는 순간'에 그린 작업이다. 작업은 옷걸이 걸린 옷에 수많은 점들이 선으로 이어지진 표현 위로 얇은 한지를 포개어 붙여 은은한 미감을 자아낸다.
존재감이 희미해지는 순간은 언제일까. 김 교수는 "주체의 삶에서 자율성과 타율성이 늘어지는 때"라고 설명한다. 정장과 박사학위 복이 걸린 옷걸이에서 물음표 '?' 이미지를 발견한 작업은 어떤 면에서 의미심장하다. 작업은 어떠한 긍정과 부정도 남기지 않은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