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빗 콜 작가의 <엄마가 알을 낳았대> 중에서. 아이들이 아기가 어떻게 태어나는지 설명하고 있다. 아기를 만들기 위해 엄마 아빠가 어떤 노력을 하는지도 아이들 시선에서 재밌게 그렸다. 온라인 서점 책 소개 페이지 캡처.
보림
- 이야기를 들으니 배빗 콜 작가의 <엄마가 알을 낳았대>라는 그림책이 생각나요. 아이가 어떻게 생기는지, '아이들이' 설명해주는 그림책인데요. 어른들이 알려주는 것보다 훨씬 노골적이고 재밌어요. 거기에 그런 문장이 나와요. (엄마 몸으로 들어간) '1등한 씨앗이 알을 차지해요. 그리고 나서 아주아주 조그만 아기가 되는 거예요'라는. 샘 설명이랑 딱 들어맞네요. 그림으로 재밌게 표현한 부모들의 성관계 장면도 나와요.
"좋은 그림책이네요. 저도 한번 읽어봐야겠어요. 저희 아이들이 유아기였을 때는 배란에 대해 '엄마 배 안에 아기를 만들 수 있는 알이 한 달에 한 번 정도 나오지롱'이라고 이야기 해줬어요. 우리가 먼저 배란에 대해서 알고 이해했다면, 조금 덜 정확하더라도 아이들 눈높이에서 대략의 느낌과 사실을 전달해줄 수만 있어도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이 그림책에 나오는 것처럼요."
섹스에 대한 왜곡, 이건 짚고 넘어가자
- 그런데 알려주시는 것처럼 아이들에게 생물학적인 이야기는 그런대로 할 수 있을 거 같은데 그 이외의 이야기들은 직접적으로 말해주기가 너무 힘들어요. 특히 성관계는.
"맞아요. 우리 역시 솔직하고 직접적인 성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잖아요. 야동을 통해서 접하거나 친구들과 쉬쉬 하거나 낄낄 거리며 나누는 이야기 속에서 듣는 경우가 더 많았던 거 같아요. 그러다 보니 야하고 자극적이긴 하지만 왜곡되고 틀린 정보에 무방비로 노출되기 쉬웠던 거죠. 흥미롭기도 하지만 성에 대한 생각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 역시 받게 되었구요. 이런 일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용기를 내어 우리가 아는 언어로 솔직하고 담담하게 말해주면 좋을 거 같아요."
- 심샘, 현기증 나요. 빨리 말해주세요.
"자자, 릴렉스! 성관계 또는 섹스란 뭘까요? 성적지향마다 다르겠지만, 이성애에 익숙한 우리가 떠올리는 대부분의 성관계는 성적인 행동을 하고 싶은 남여가 서로의 성기(아이들에겐 잠지나 고추라고 말해줘도 괜찮아요!)를 결합하고 열심히 움직이는 모습일 거예요. 아이들에게는 엄마의 질 속에 아빠의 고추를 집어넣고 움직이는 거라고 말 할 수도 있구요. 틀린 말은 아니지만 저것만으로 섹스를 설명하는 건 많이 부족하다고 느껴요.
얼마 전 10대 청소년들과 성 이야기를 할 때 '섹스는 뭐고,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섹스일까'라는 질문을 한 적이 있어요. "사랑하는 사람끼리 하는 거요", "남여가 하는 몸의 대화", "남자와 여자의 성기가 만나는 거요", "남자 성기가 여자 몸에 들어갈 때 시작해서 남자가 사정할 때까지요", "야한 생각을 가지고 하는 모든 행동이요", "너무 사랑해서 많이 만지다가 옷도 벗고, 음...", "서로를 보고 흥분하는 거요", "뽀뽀할 때 혀를 사용하면 섹스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죠", "보이는 데서 할 수 있는 스킨십 이외의 모든 것" 등등 정말 다양한 대답을 들을 수 있었어요."
- '혀를 사용하면 섹스의 시작'이라니... 아, 당황스럽네요.
"친구들의 대답을 들으면서 섹스란 정말 여러 모습을 하고 있다는 걸 다시금 알게 됐어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성기결합' 즉 여성의 질 안에 남성의 고추가 들어가는 것만이 섹스는 아니에요. 남성과 여성이 각각 혼자서 하는 자위도 '독립적인 섹스'라고 할 수 있어요. 때문에 섹스에 대해 이야기 할 때 꼭 남여의 '성기결합'뿐만 아니라 사람에 따라 다르게 생각할 수 있다는 걸 이야기해주면 좋을 거 같아요.
또 육체적인 행위뿐 아니라 섹스를 대하는 우리의 마음과 생각도 매우 중요한데요. 친구들의 대답 중 '남성의 성기가 여성의 몸에 들어가서 남성이 사정을 할 때'라는 말은 그래서 좀 아쉬웠어요. 먼저 성적인 욕구는 남성뿐 아니라 여성에게도 동일하게, 때로는 더 있을 수도 있어요. 서로 친밀하고 사랑하는 관계일 때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특정 성별, 특히 남성이 중심이 되어 하는 행동으로 여겨서는 안 돼요.
섹스는 함께 하는 서로가 즐거울 수 있도록 묻고 배려하면서 맞춰가는 게 매우 중요해요. 또 반드시 흥분을 하고 오르가즘이라고 하는 큰 쾌감을 느껴야만 섹스가 아니에요. 드라마틱한 흥분은 느끼지 않았어도 편안함과 따뜻함이 느껴지는 섹스를 할 수도 있어요.
참, 전에도 말한 적이 있는데요, 섹스는 아기를 만들기 위해서만 하는 게 아니라 기분이 좋기 때문에 하기도 하고 서로가 더 친밀해지고 싶어서 하는 등의 다양한 이유를 가질 수 있어요. 물론 일방적으로 자신의 성적인 욕구를 풀고 싶어서 상대의 생각을 무시한 채로 하는 섹스는 어떤 모습의 성적인 행동일지라도 절대 받아들여서는 안 돼요! 또 하나, 섹스는 남자와 여자만 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세상에는 다양한 성별들이 존재하고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자신이 생각하고 느끼는 성 정체성에 따라 동성끼리도 섹스를 할 수 있어요."
- 여태까지 잘 배웠는데도 실전에서 써먹기는 참 어려워요. 이런 이야길 툭 터놓고 해서 성교육 강사 손경이씨 아들처럼 된다면야 좋겠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잖아요. 제 의도와 다르게 야하고 자극적으로 느껴질까 봐 걱정돼요. 어떻게 하죠?
"아,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이야기네요. 흔히 성에 대해 말하고 생각할 때 '야하고 자극적'이기 때문에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은 거 같아요. 하지만 '야하고 자극적'이라는 표현이나 감각이 다 나쁘지만은 않아요. 그 역시 성의 일부분이자 사람이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는 감정/각의 일부분이니까요.
'야하고 자극적인' 부분이 있기 때문에 성에 대해 매력을 느끼고 관심을 가질 수도 있고, 사람에 따라서는 더 즐거운 성생활을 누릴 수도 있어요. 맵고 짠 음식이 몸에 좋지는 않지만 적당하게 섭취한다면 내 입과 마음을 오히려 즐겁게 해줄 때가 있잖아요.
'야하고 자극적인' 것 역시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단, 성을 야하고, 자극적으로 '만' 생각하고 다루는 사람들이나 미디어 등은 정말 문제라고 생각해요. 이런 태도가 '자극적이고 야한' 감정/각뿐 아니라 성에 대해서도 더 깊은 오해와 편견을 가져오는 거 같아요.
성, 특히 섹스에는 다양한 표현과 방식뿐 아니라 '야하고 자극적인' 부분을 포함해서 따뜻하고, 편안하고, 아름답고, 재미있고, 사랑하고 사랑받는 등으로 표현되는 부분들이 존재해요. 참 풍성하고 다양한 개념이죠.
우리와 우리 아이들이 삶을 살아가면서 이렇게 풍성하고 다양한 성에 대해, 섹스에 대해 알고 누릴 수 있다면 참 좋지 않을까요? 이런 이유들 때문에라도 솔직하고 편견 없는 성교육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어쩌면 우리는 성을 너무 납작하게만 봐왔는지 모르겠어요. 앞으로도 입체적이고 생명력 넘치는 성 이야기를 해나가면 좋겠어요."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5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이런 제목 어때요?>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공유하기
"뽀뽀할 때 혀를..." 10대가 말하는 섹스의 정의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