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에 제주산 감귤 보낸 것이 조공이라고?

[주장] 민간 차원에선 1999년부터 북에 귤 보내... 남한 경제 우월성 보여주기도

등록 2018.11.12 10:36수정 2018.11.12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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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수송기에 실려 북으로 향하는 감귤 11일 오후 제주국제공항에서 공군 장병들이 북한에 보낼 제주산 감귤을 공군 C-130 수송기에 싣고 있다. 정부는 지난 9월 평양정상회담 당시 북한이 송이버섯 2t을 선물한 것에 대한 답례로 제주산 감귤 200t을 12일까지 양일에 걸쳐 북으로 보낸다.
공군 수송기에 실려 북으로 향하는 감귤11일 오후 제주국제공항에서 공군 장병들이 북한에 보낼 제주산 감귤을 공군 C-130 수송기에 싣고 있다. 정부는 지난 9월 평양정상회담 당시 북한이 송이버섯 2t을 선물한 것에 대한 답례로 제주산 감귤 200t을 12일까지 양일에 걸쳐 북으로 보낸다.연합뉴스=국방부제공
    
청와대가 제주산 귤 200톤을 북한에 선물합니다. 지난 11일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오늘 아침 8시 우리 군 수송기가 제주산 귤을 싣고 제주공항을 출발해 평양 순안공항으로 향했다"라고 알렸습니다. 평양으로 보내는 귤은 9월 평양 정삼회담 때 북측이 보낸 송이버섯 2톤에 대한 답례이자, 북한 주민들이 귤을 맛보았으면 하는 마음도 담겨 있다는 설명입니다.

11일 제주감귤 50톤(5000상자)이 수송기를 통해 평양에 출발한 것을 시작으로 앞으로 네 차례 총 200톤(10kg 2만 상자)이 북측에 전달됩니다.

그런데 남북 화해 분위기 속에 문재인 정부가 제주산 감귤을 선물한 것을 놓고, '북한에 조공을 보낸 것 아니냐'는 비난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입니다. 홍 전 대표는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군 수송기로 북에 보냈다는 귤 상자 속에 귤만 들어 있다고 믿는 국민들이 과연 얼마나 되겠습니까?"라며 북에 돈을 주지 않았을까라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10년 이상 북한에 귤 보낸 제주도
 
 제주에서는 1999년부터 남북화해 및 북한 동포를 돕기 위해 매년 감귤을 북한에 보냈다.
제주에서는 1999년부터 남북화해 및 북한 동포를 돕기 위해 매년 감귤을 북한에 보냈다.연합뉴스 보도 갈무리

북한에 감귤을 보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제주도와 남북협력 제주도민운동본부는 이미 1999년부터 남북화해의 상징으로 매년 귤을 북한에 보냈습니다. 제주감귤 보내기 운동을 통해 북한에 전달됐던 감귤은 천안함 사건이 벌어지면서 중단되기도 했습니다.

제주는 감귤은 물론이고 당근(제주 구좌읍 당근은 맛이 좋기로 국내에서도 유명하다)도 보내는 등 북한 동포 돕기운동을 다양하게 전개했습니다. 일부에서는 북한 고위층만 제주산 감귤을 먹었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처음 보낼 때부터 노약자나, 산모, 탁아소, 유치원 등에 전달되길 원했고, 실제로 제주도민운동본부 방북단이 이를 확인하기도 했습니다.

북한에서는 귀한 대접을 받는 감귤 
 
 '이제 만나러 갑니다'에 소개된 북한 시장 모습. 귤을 낱개로 판매하고 있다. 사진 속 귤은 시식용으로 내놓은 것.
'이제 만나러 갑니다'에 소개된 북한 시장 모습. 귤을 낱개로 판매하고 있다. 사진 속 귤은 시식용으로 내놓은 것. 채널A 화면 갈무리
 
과거에는 한국에서도 제주산 감귤이 귀했습니다. 해풍과 일조량, 토양 등의 조건 때문에 제주를 제외한 다른 지역에서는 재배가 어렵고 생산량도 많지 않았습니다.


요새 한국에서는 감귤이 워낙 흔하지만, 북한에서는 아직도 귤이 귀합니다. 따뜻한 지역에서 재배되는 귤이 추운 북한 날씨에서는 자라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임산부가 신 것이 먹고 싶다 해도 북한에서는 귤이 귀해 먹을 수 있는 사람이 별로 없었습니다. 그래서 제주에서 귤을 보낼 때 산모들이 많은 산원(산부인과와 비슷한 곳)에 보내달라고 요청한 것입니다.

제주산 감귤은 북한 주민들에게 부족했던 과일을 선보이는 동시에 더 맛있어진 감귤의 풍미를 맛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제주감귤, 남한 경제 체제의 우월성 보여주기도
 
 '경향신문' 박성진 기자가 소개한 귤 관련 일화.
'경향신문' 박성진 기자가 소개한 귤 관련 일화.경향신문 블로그 화면 캡처
 
주로 국방 관련 특종을 보도했던 <경향신문> 박성진 기자는 2011년 '북 인민무력부장과 감귤'이라는 칼럼에서 북한과 귤에 관련된 일화를 소개했습니다.

2000년 9월 제주에서 열린 남북 첫 국방장관 회담에서 김일철 인민무력 부장은 제주도의 감귤 농장에 많은 관심을 보였습니다. 아마도 북한에서는 귀한 감귤이 제주에서는 쉽게 볼 수 있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당시 조성태 국방장관은 '요즘 남한에서는 귤이 쓰레기가 됐다'라며 귤 풍년 때문에 처치 곤란해진 제주산 감귤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당시 제주는 귤 풍년 때문에 운송비조차 나오지 않아, 군대에서 귤을 보급하기도 하고 남는 귤은 폐기처분까지도 했습니다.

김일철 인민무력부장 입장에서는 북한에서는 귀한 귤이 남한에서는 쓰레기로 취급받는 상황이 속상했을 법합니다. 박성진 기자는 조성태 장관이 감귤을 핑계로 남한 경제 체제의 우월성을 자랑하려고 했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귤이 탱자된다는 나경원... 제주감귤은 그저 감귤일 뿐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북한에 보낸 귤이 탱자로 변할 것'이라는 내용의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북한에 보낸 귤이 탱자로 변할 것'이라는 내용의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페이스북 화면 갈무리
 
지난 11일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비핵화의 '귤화위지'(橘化爲枳, 귤이 탱자가 됨)에 통탄을 금할 수 없다"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하지만 나경원 의원이 감귤의 가치를 제대로 알고 있었다면 이런 글을 올리진 못했을 겁니다.

지난 9월 북한은 송이버섯 2톤을 남한에 선물로 보냈습니다. 이번에 청와대가 답례의 성격으로 보낸 감귤 200톤도 가격은 비슷합니다. 그러나 송이버섯이 귀한 남한에서는 흔한 감귤을 보냈기 때문에 오히려 경제적으로는 이득입니다.

경제 논리를 따지면 송이버섯과 감귤 교환(?)은 앞으로도 남북 교류에 있어서 많은 시사점을 보여줍니다. 우리에게 흔하지만 북한에서는 귀한 물품을 교류함으로 경제적 이득은 물론이고, 자유 경제 체제의 장점도 자연스럽게 홍보할 수 있습니다.

나경원 의원 예상과는 다른 결과겠지만, 제주산 감귤은 북한에서 탱자가 아니라 감귤 그대로 귀한 대접을 받을 겁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독립미디어 ‘아이엠피터TV’(theimpeter.com)에도 실렸습니다.
#제주 감귤 #북한 #송이버섯 #나경원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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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언론 '아이엠피터뉴스'를 운영한다. 제주에 거주하며 육지를 오가며 취재를 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전국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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