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은 나는 꼼수다의 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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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가짜뉴스 때문이다. 가짜뉴스는 시민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여 합리적 판단과 선택을 막는 민주주의 파괴범이다. 우리가 가짜뉴스에 선동되지 않기 위해서는 이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이 글에서는 가짜뉴스의 정의와 사례, 유통방식을 확인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을 고민할 것이다. 그리하여 독자들이 가짜뉴스와 진짜뉴스를 구분하며 합리적 판단을 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자 한다.
가짜뉴스란 무엇인가?
가짜뉴스에 대한 해석은 매우 다양하여 아직 완벽하게 정의되지는 못했지만, <한국언론진흥재단>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가짜뉴스는 정치적, 경제적 목적으로 뉴스 형식을 차용하여 만들어낸 허위 거짓 정보를 의미한다. 가짜뉴스의 기원은 역사의 곳곳에 남아있다. 가령 백제 무왕이 선화공주와 결혼하기 위해 거짓 정보를 노래로 만든 '서동요'나 1923년 관동 대지진 당시 일본 당국이 '한국인들이 집에 방화를 하고 우물에 독을 탔다'는 거짓 정보를 퍼뜨리고 조선인을 학살한 것이 대표적 예다.
이렇게 오랜 역사의 흐름 속에 빈번하게 등장해온 가짜뉴스가 최근 뜨거운 감자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정보 유통 방식의 변화 때문이다. 과거에는 각종 정보들이 입소문을 통해 퍼지거나 신문이나 책을 통해 오프라인으로 전달되는 게 전부였다. 정보 유통 속도가 느리고, 정보양도 한정되어 있으니 사실 확인이 쉬웠다.
그러나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스마트폰 한 대 씩은 들고 다닌다. 누구나 자신의 생각을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 적고, 관심있는 분야의 영상을 유튜브에 올릴 수 있게 된 것이다. 게다가 우리는 대부분의 뉴스를 네이버, 다음과 같은 포털에서 소비한다. 현재 네이버와 제휴를 맺고 있는 언론사는 대략 450개 사, 다음 카카오와 제휴를 맺고 있는 언론사는 대략 1100개 사다. 이를 바탕으로 생산되는 기사의 수는 하루 평균 약 6만 건이 넘는다고 한다. 이렇게 차고 넘치는 디지털 정보들은 다시 sns의 연결망을 넘나들며 엄청난 속도로 공유되니 사실 확인은 커녕 글을 쓴 사람이 누군지조차 알 수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가짜뉴스는 유통방식과 특징
정보통신기술과 결합한 가짜뉴스는 세 가지 특징을 가진다.
첫째, 손쉬운 전달이다. 앞서 말했다시피 우리는 누구나 스마트폰 한 대 쯤은 들고 다니는 시대를 살고 있다. 자기 입맛에 맞는 기사나 영상을 몇 번의 검색만으로 쉽게 찾을 수 있고, 원한다면 자신이 가진 생각이나 정보를 추가할 수 있으며 이를 카카오톡과 페이스북을 통해 친구나 지인들에게 공유해 쉽게 퍼뜨릴 수 있다.
둘째, 기사의 원본을 찾기 어렵다. 넘쳐나는 기사와 영상들은 엄청난 속도로 공유된다. 그 과정에서 유통자의 생각이 추가되거나 기사의 내용은 편집 될 수 있으며, 마음만 먹는다면 다른 기사 내용과 합치는 것도 가능하다. 공유되면서 끊임없이 추가되고 삭제되어 결과적으로 이 정보의 출처는 어디인지, 이 글이 원본 내용과 같은지 확인하는 것은 점점 더 불가능해진다.
셋째, 기사 작성자를 확인할 수 없다. 과거 신문이나 tv뉴스를 볼 때는 기사 작성자는 누구인지, 어느 언론사 소속인지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끊임없는 유통과정 속에 작성자는 생략되기 마련이며, 설사 작성자를 확인하더라고 이를 신뢰하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면 작성자도, 출처도 찾기 어려운 가짜뉴스가 지속적으로 유통되며 생명력을 유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인간의 인지부조화와 미디어 플랫폼의 운영방식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는 미국의 대표 뉴스 채널인 CNN을 가짜뉴스라 칭한다.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오랜 전통과 명성을 가진 CNN이 가짜뉴스를 생산한다고 생각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4,965명의 미국 성인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는 흥미로운 결과를 보인다. 'CNN과 도널드 트럼프 중 누구를 더 신뢰하느냐'에 대한 질문에 트럼프를 선택한 사람은 43%였으며 CNN을 선택한 사람은 50%였다, 심지어 공화당을 지지한다고 응답한 사람의 85%는 트럼프의 손을 들었다.
사람들에게는 인지부조화가 있다. 새로 들어오는 정보가 자신의 생각이나 신념에 거슬리지 않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새로운 정보의 수용 여부는 '그 정보가 사실에 부합하는가?'가 아닌 '그 정보가 나의 신념에 부합하는가?'에 의해 결정된다.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내가 믿고 싶은 것만 받아들이겠다는 것이다.
이 과정을 반복하게 되면 기존 신념은 갈수록 확고해져 결국은 가짜뉴스를 진짜뉴스로, 진짜뉴스를 가짜뉴스로 여기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트럼프를 비판하는 cnn의 보도는 무조건 가짜뉴스로 취급하며 무시하고, 트럼프의 연설과 주장은 진실이 되는 것이다. 재미있는 점은 이러한 인지부조화가 sns와 유튜브 운영방식에 매우 잘 부합하다는 것이다.
온라인 상에서 각각의 개인들은 정보 선택의 주체가 된다. 우리는 페이스북을 할 때 자신과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을 친구추가 하거나, 관심분야 페이지를 팔로우하며, 자신과 비슷한 성향의 그룹에 가입한다.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을 차단하거나 때로는 신고할 수도 있다. 유튜브도 마찬가지다. 원하는 채널을 구독하고 좋아요를 누르며 관심분야의 지식을 쌓고,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댓글을 읽으며 즐거워한다.
게다가 페이스북이나 유튜브는 개인의 성향에 맞춰 페이지, 채널, 영상을 추천하는 알고리즘을 가지고 있다. 관심 분야의 영상과 글을 자주 보니 그에 관한 정보들이 자주 추천되고, 반복해서 읽어내는 순환 속에 편견과 선입견은 점차 강화된다. 정보통신기술이 발전하면 발전할수록,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가짜뉴스 소비층은 두터워진다. 이들은 가짜뉴스 공급자의 지속적인 수입원으로 이용된다.
실제로 마케도니아 소도시 벨레스에 사는 18세 청년은 그가 운영하는 친 트럼프 성향 가짜뉴스 홈페이지를 통해 4개월간 마케도니아 사람들의 평균 연봉 4년치에 해당하는 돈을 벌어들였다. 그에게 트럼프와 힐러리 중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렇다보니 가짜뉴스를 잘 공유하지 않는 힐러리 지지층 보다는 사실 확인도 없이 열정적으로 유포하는 트럼프 지지층을 위한 가짜뉴스가 효과적이던 것이다. 이렇듯 가짜뉴스는 인간의 심리적 특성과 미디어 플랫폼의 운영방식을 효과적으로 이용하며 몸집을 불리고 있다.
위에서 설명한 가짜뉴스의 특징과 유통방식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예가 최근 한겨레가 보도한 '에스더기도운동'에 대한 사례다. 에스더는 2007년 만들어진 기독교 우파 운동단체다. 그들은 교육을 통해 인터넷 선교 부대를 만들어 '미디어 선교'라는 명목으로 성소수자 혐오, 북한 안보 관련 위기 강조, 문재인, 박원순 등 특정 정치인에 관한 가짜뉴스를 생산하고 유포했다.
'시리아 난민이 동물원에서 조랑말을 강간했다' '아프간 이민자의 성범죄율이 내국인보다 79배나 높다'는 식의 허무맹랑한 가짜뉴스들은 각각 쪼개져 카카오톡 등으로 퍼지거나 유튜브 가짜뉴스 영상의 재료가 되었다. 보수 성향 가짜뉴스 채널들은 에스더에서 나온 가짜뉴스를 받아 자극적 영상으로 제작해 수십만~수백만 조회수를 올렸다. 이들은 서로의 영상 내용을 인용하고, 반론하기도 하면서 구독자 수와 조회 수를 늘려나갔다. 심지어 지난 1년 사이 보수 성향 상위 20% 채널들은 구독자 수를 83만면에서 200만명으로 2배이상 늘리는데 성공했다.
문제는 유튜브 운영 방식이 가짜뉴스 확산에 도움을 준다는 점이다. '노회찬 타살설' 영상을 보면 '태블릿 피시 조작설' 영상이 관련 영상으로 제시되고, 정규제 티브이가 추천 채널로 제시되는 식이다. 이 과정에서 극우 성향 시민들의 생각과 가치관은 점차 강화된다. 문재인은 빨갱이고 박근혜는 아무 잘못 없는 가녀린 여인이 된다. 가짜뉴스 영상이 진실이라 여기며 자신의 친구나 가족들에게 영상을 공유하고 추천한다.
탄탄한 가짜뉴스 소비층을 확보한 가짜뉴스 채널들은 지속적인 광고수익을 얻는다. 가령 유명 보수 가짜뉴스 채널인 신의 한수는 월간 약 2900만원, 정규재 티브이는 약 2400만원을 벌고 있는 상황이니 가짜뉴스 생태계는 점차 확장 될 수밖에 없다.
가짜뉴스에 대한 세계의 대응과 해결책
앞에서 봤다시피 가짜뉴스는 공동체를 분열시키고 구성원들의 합리적 판단을 방해하는 사회악이다. 누군가는 가짜뉴스에 대한 규제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하지만, 표현의 자유는 '진실'이 전제 될 때 정당화 될 수 있다. 다시 말해 다른 사람의 인격을 깎아내리고, 거짓 선동을 위해 쓴 글에 대한 제제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주장은 전형적인 물타기인 것이다.
그렇다면 가짜뉴스에 대한 다른 국가들의 대응방식은 어떠한가? 가령 유태인 학살의 기억을 가진 독일은 가짜뉴스에 민감하다. 그들은 올해부터 페이스북과 같은 플랫폼 사업자의 가짜뉴스 삭제를 의무화 했으며 이를 어길 시 최대 5천만 유로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 미국은 대선 과정에서 가짜뉴스의 피해를 많이 본 만큼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의 자율 규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미국 페이스북은 가짜뉴스 링크를 제한해 가짜뉴스에 광고가 붙는 것을 막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유튜브 또한 기존 언론들과 협력하여 보다 신뢰도 있는 영상이 추천 될 수 있는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에서도 '가짜뉴스 방지법' 제정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포털 사업자가 신고 된 혐오, 차별 표현과 가짜뉴스를 24시간 내에 삭제 조치하고, 가짜뉴스 업무 처리 직원을 별도로 고용할 것을 의무화하는 내용이다. 또한 네이버는 모바일 첫 페이지에 뉴스 콘텐츠를 걷어내며 변화의 모습을 보이고자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극우 보수들과 가짜뉴스의 본거지인 국내 유튜브에 대해서는 별다른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국내 유튜브 관계자는 미국 유튜브의 알고리즘 개발은 국내와는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하니 보다 빠른 대책이 요구된다.
과학기술의 급격한 발전이 낳은 가짜뉴스에 대응하기 위해 전 세계가 발 벗고 나서는 지금, 한국은 앞으로 가짜뉴스에 어떻게 대응해 나가야 할까?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는 크게 4가지 방법을 제안하고 있다.
첫째, 독일 식 강력한 법 도입이다. 네이버 정치 댓글이든 유튜브 영상이든 한국의 미디어 플랫폼에는 가짜, 혐오 정보들이 차고 넘친다. 미디어 플랫폼 운영자들의 신고 된 가짜뉴스에 대한 삭제 조치를 의무화해야 한다. 다만, 무분별한 자료 삭제는 표현의 자유를 억압할 수 있기에 신고 된 자료의 작성자가 일정 시간 안에 변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둘째, 카카오톡 등의 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링크를 공유할 시 추가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현재는 카카오톡으로 기사나 영상의 링크를 공유하면 기사제목, 링크, 관련이미지 정도가 뜨는 게 전부다. 여기에 추가로 해당 링크 기사가 언론사에 등록 되었는지, 가짜뉴스 신고로 심의 중이지는 않는지, 심의 결과는 어땠는지 추가한다면 정보 소비자들이 가짜정보를 걸러내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셋째, 팩트체크 강화다. 실제로 jtbc 뉴스룸과 같은 뉴스 프로그램은 매일 팩트체크를 제공하며 시민들의 올바른 판단에 도움을 주고 있다. 모든 기사를 팩트체크 할 수 는 없지만 쟁점이 되거나 공동체에 피해를 줄 정도의 가짜뉴스에 대해서는 주류 언론들의 팩트체크가 요구된다.
마지막은 시민을 위한 미디어 리터러시(미디어 정보 독해력) 교육 제공이다. 앞으로도 과학기술은 발전할 것이고 그에 따라 새로운 유형의 가짜뉴스들은 범람할 것이다. 강력한 법과 유력 언론사의 팩트체크도 정보의 홍수 속에서는 한계가 있다.
미래 사회를 살아가는 각각의 시민들이 가짜뉴스와 진짜뉴스를 구분하고 걸러내는 능력을 길러야한다. 이를 위해 국가와 언론사, 시민단체들은 시민을 위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제공해야한다. 선전 선동과 소수자 혐오를 부추기는 가짜뉴스로부터 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는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기 때문이다.
※참고문헌, 출처
1) 오세욱.[가짜뉴스 현황과 문제점].한국언론진흥재단(2017)
2) 이종필.[과학자가 나라를 걱정합니다.].동아시아(2017),(p187~196)
3) 네이버 지식백과, 용어로 보는 IT,[가짜뉴스]
4) 한겨레-[단독] 동성애·난민 혐오 '가짜뉴스 공장'의 이름, 에스더
5) 한겨레- [단독] 유튜브 극우채널이 '노회찬 타살설' 만들고 키웠다
6) 한겨레- "가짜뉴스는 허위조작정보"…표현의 자유 논란에 선긋기
7) 한겨레- 독일은 SNS 가짜뉴스 삭제 의무화…혐오 표현하면 처벌부터
8) 이코노믹 리뷰-[IT여담] ICT 업계에 떨어진 가짜뉴스 처리 특명?
9) 한겨레- 가짜뉴스 전파자, 이렇게 찾아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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