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 매트 두 장이면 가득 찼던 신혼집 거실
최다혜
가계부는 물론이고 봉투살림, 무지출 도전, 중고물품 판매하기, 냉장고 파먹기, 불필요한 물건 비우기, 자투리 적금. 절약하는 주부들이라면 한 번씩 해 본다는 것들을 다 따라해 봤다. 안 하던 짓을 하려니, 역시 몸에서 거부 반응부터 왔다. 격하게 피곤했다. 늘 생활비를 염두에 두며 소비하는 게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었다.
'아껴서 모아봤자 10만 원 더 저축하는 거지.'
고작 10만 원 더 늘어날 뿐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10만 원을 더 모으려면, 소비 체질을 바꿔야 했다. 하루 지나면 잊어버릴, 그저 그런 끼니를 때우는 외식을 줄였고, 호기심에 이것저것 사들이는 일도 줄였다.
'고작 소비 체질 바꾸려고 온갖 노력을 기울여야 해? 외식도 하고, 쇼핑도 하면서 조금 더 쓰고 살자. 그래봤자 10만 원이야.'
조금 더 쓰고 편하게 살자는 마음도 들었다. 맞다. 당연한 말이다. 조금 더 써서 편하게 살 수 있다면, 선뜻 지갑을 열어야 한다고 지금도 생각한다. 만족스러운 소비일 때는 지출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외식 몇 번 더 한다고 행복하지 않았고, 집에 물건이 많아지면 짐이 될 뿐이었다. 조금 더 쓴다고 해서 편해지지 않는다는 걸 안 다음에는 가능한 지갑을 닫았다. 특히 외식, 카페, 옷, 키즈카페가 그랬다.
하루 한 끼, 일주일에 다섯 끼 이상을 외식했을 때 몸은 편했다. 그런데 아이들 면역력이 떨어지는 게 눈에 띄었고, 우리 부부의 속도 불편했다. 결코 편하지 않았다. 옷 한 벌 더 산다고 좋지 않았다. 결국 입는 옷만 입었기 때문이다.
키즈카페에 가면 아이들도 좋았지만, 가서 먹게 되는 온갖 과자와 젤리 때문에 죄책감만 잔뜩 짊어지게 됐다. 아이들 손발에서 땟국물이 나올 땐, '나 편해지자고 데려갔구나' 싶었다. 키즈카페도 줄일 수 있으면 줄여야 했다.
돈에 좌우되지 않는 삶
푼돈을 모으면서 소비 체질을 바꿨다. 더 썼을 때 행복해지는 소비와 독이 되는 소비를 구분할 줄 알게 된 것이다. 옷보다 책을 사고, 외식보다 식재료를 사고, 키즈카페보다 공원과 도서관으로 아이들을 데려갔다. 책, 정성스러운 집밥, 공원, 도서관. 꿈꾸던 우아한 삶을 절약 덕분에 시작할 수 있었다.
고작 10만 원을 더 저축하려고 했던 일이다. 푼돈을 모으려는 노력이, 삶을 정상 궤도로 올려놓았다. 빚 없는 삶에 만족했고 돈 걱정이 줄었다. 미래에 대한 통제권은 부부의 노력 여하에 달려 있음을 알게 됐다. '세상에 돈이 전부는 아니지'라며 시작조차 안 했다면,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을 품고 살았을 것이다.
돈 쓰는 도전 말고, 돈 모으는 도전은 실패해도 별일 없다. 마치 일단 글을 쓰기 시작하면, 쓰기 전과 다른 삶을 사는 것과 같다. 절대 손해 보지 않는 시도다. 오히려 절약을 하기 전보다 반드시 한 걸음 더 나아져 있을 것이다. 처음이 힘들다. 습관으로 잡힌 후부터는 재미삼아 놀이처럼 절약하고 집밥을 한다. 그렇기에 시작해야 한다.
가계부를 쓰고, 지출 통제를 시작하게 되면 깜짝 놀랄 것이다. 삶을 돈으로 치장하려던 과거보다, 돈을 수단으로 전락시켜 버리는 짜릿함을 느끼실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돈에 좌지우지되지 않고, 삶의 방향키를 손아귀에 쥐는 경험을 해 봤으면 좋겠다.
절약은 실패해도 별일이 없다. 절약 훈련의 첫 출발로 내가 하고 있는 '봉투살림'에 대해 소개해 보려 한다. 모쪼록 읽는 분들께 도움이 되길 바라는 진심으로 글을 썼다.
봉투살림, 이것만 알면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