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활동가 명찰
서현준
'희망플랜' 사업의 취지는 성인 이행기 빈곤 아동·청소년의 빈곤 대물림 차단을 위한 교육, 사회적경제, 마을 공동체 등 다분야의 지역 기반 자원체계를 발굴·조직하여 맞춤형 통합사례관리 기반을 구축함으로써 NEET(니트족, 직장에 다니는 것도 아니고 교육이나 훈련을 받는 상태도 아닌 젊은이) 비율을 감소시키는 것이었다.
내가 맡은 학생은 부모님 두 분 중 아버지는 사고로 몸이 불편해서 집에 계시고, 어머니께서 식당에서 일하며 생계를 꾸려나가는, 경제적으로 좋지 못한 중학교 2학년의 외동인 남자아이였다.
첫 만남은 어색했다. 그 학생은 소극적이었고 자신의 이야기를 거의 하지 않아서 다가가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마음에 많은 상처가 있어서인지 세상과 자신을 일부러 단절시키려는 것 같았다.
나 역시도 중학교 시절 소심한 성격 탓에 따돌림도 받고 힘들었던 기억이 있어서 그 학생에게 더 애착이 갔다. 그래서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자연스럽게 연락했다. "밥은 먹었니?", "오늘 학교 생활은 어땠니?", "날씨가 추운데 감기 조심해"라는 일상적인 대화로 그 학생의 닫힌 마음을 열어갔다.
그러다보니 어느덧 그 학생의 진로와 공부에 대한 고민을 들어주며, 학교 생활의 어려움을 해결하고 사춘기 때문에 다투었던 부모님과의 관계도 회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었다. 그렇게 점점 몇 개월이 지나고 나니, 단순히 나의 스펙을 위해서가 아닌, 마음 속 진심에서 나오는 일을 하는 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러던 중 문득 올해가 얼마 남지 않은 것을 보고 이 사업도 끝나간다고 말했을 때 그 학생은 "형, 복지관 활동 끝나더라도 저랑 계속 만나주세요"라고 했다. 평소 절대 다정한 말을 하지 않던 학생의 저 말을 듣고 난 감동해 울컥하는 마음과 더 잘해주지 못한 미안한 마음으로 "그래, 네가 대학교 갈 때까지 너 옆에서 도와줄게. 아니 그 이후에도 계속 형과 동생으로 오래 알고 지내자"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