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비가 왜 아까운지 한번 쯤 짚고 넘어가면 앞으로 택배 비용을 지불할 것인지, 지불하지 않고 두세 시간 들여 다른 물건을 더 살지 선택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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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판매자 사이에 누군가는 비용을 지불해야 택배거래가 가능하다. 그 비용을 판매자가 내 몫으로 돌리는 게 불편해서일까? 내가 신발을 사러 이동하는 시간, 교통비와 비교해도 많지 않은 돈이라고 생각해도 선뜻 지불하기 꺼려진다. 우리나라에 팁 문화가 없어서 제공받는 서비스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는 게 어색한 걸까?
일본에 여행 갔을 때 반찬을 더 먹으려면 추가 비용을 내라고 해서 놀란 적이 있고, TV프로그램인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에서 한국에 놀러 온 외국인들이 식당 사장님에게 팁을 주려는 장면이 어색하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식당에서 밥을 먹으면 이미 내가 지불한 음식 값에 제반 비용이 포함되어 있지 않은가. 그런 맥락에서 배송료는 내지 않아도 될 돈을 내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매년 김장철이면 친정엄마는 농사지은 배추를 직접 절여서 판매하신다. 지난달에 배추 3천 포기를 절이고 택배로 보내는데 포장 비용과 택배 발송 비용 모두 포함해서 5천원을 더 받았다. 택배비가 비싸다며 배추 값을 빼주거나 덤을 달라는 사람들이 있어 속상하다는 엄마의 전화를 받을 때면 속이 상해 나도 같이 화를 냈다.
친정 엄마가 11월에 배추를 절이기 위해 8월 중순부터 씨를 뿌리고 밭에 옮겨 심고 90일을 하루도 빠짐없이 돌보는 그 과정을 너무 잘 알아서다. 배추를 절일 때 쓰는 찬물에 솜바지를 입고 솜장갑을 끼고도 벌겋게 꽁꽁 얼어붙는 손발을 봐서다.
신발은 중국 공장에서 만들어진다는 정도만 알고 있다. 물건이 만들어지는 수고를 아는지 모르는지에 따라 배송료에 대한 인식 차이가 생기는 걸까? 물건을 만드는 노동자의 이야기가 많아져야 한다고 결론을 내리려니 뭔가 찜찜하다. 배송업무 당사자인 택배기사의 이야기는 없이 판매자와 소비자의 입장에서만 살펴봐서 그런가.
배송 당사자의 업무에 대해 고려해 보지 않았다. 배송료와 택배노동자의 노동을 연결해 생각하지 못했다. 택배기사를 노동자로 보지 않고, 판매자 측이나 자영업자로 보는 시선이 강했다.
택배 기사 목소리 다룬 기사들을 찾아보았다